래빗홀, 현실과 환상 사이

Rabbit Hole, between Reality and Fantasy展   2017_0308 ▶ 2017_0606 / 백화점 휴점시 휴관

김남표_Instant landscape-traveler #9_캔버스에 목탄, 인조모피_112×162cm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남표_현경_이호철_유선태 정규리_이소연_이해민선_김혜영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_10:30am~08:30pm / 백화점 휴점시 휴관

2017_0308 ▶ 2017_0418

롯데갤러리 일산점 LOTTE GALLERY ILSAN STORE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83 롯데백화점 B1 Tel. +82.(0)31.909.2688 blog.naver.com/lottedlftks

2017_0510 ▶ 2017_0606

롯데갤러리 안양점 LOTTE GALLERY ANYANG STORE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만안로 232(안양1동 88-1번지) 롯데백화점 안양점 7층 Tel. +82.(0)31.463.2715~6 blog.naver.com/lottegallery_anyang www.facebook.com/lottegalleryanyang

시계를 보며 늦었다고 중얼거리는 흰 토끼를 따라 래빗홀(Rabbit Hole)에 들어가다 이상한 나라에 빠진 앨리스,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마법의 땅 오즈에 떨어진 도로시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주변 어딘가에 이러한 환상의 세계가 비밀스럽게 감춰져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우리들로 하여금 구불구불한 나무 등걸과 뿌리 사이의 구멍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거나 귓가에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하는 등, 일상 속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호기심을 갖고 다른 무언가를 상상하게 한다. ● 롯데갤러리 일산점과 안양점에서 개최될 이번 『Rabbit Hole, between Reality and Fantasy』展은 바로 우리 눈에 보이는 현실 너머의 환상의 세계를 담아낸 8人8色의 회화작품들을 통해 자유롭고 풍요로운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고자 한다. ● 김남표 작가는 캔버스 위에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인조 모피와 사물들을 붙여나감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초현실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즉흥적으로 상상되는 것들을 떠올려 가감 없이 그려내는 작업과정 속에서, 그림 위에 얹혀진 인조털들은 얼룩말, 나무 등 다양한 이미지의 일부분이 되어 작품 속에 녹아들게 된다. 얼룩말의 등에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고, 신발 위에서 꽃이 피어나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김남표의 작업은 꿈 속 풍경이 실제로 펼쳐진 듯, 재미있고 유쾌한 느낌을 선사한다.

현경_미인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81×227cm_2007

현경(Hyon Gyon)작가는 전통굿으로부터 영감 받은 기괴하면서도 화려하고, 샤머니즘적인 기운이 넘치는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의 숨겨진 정치적, 사회문화적 이슈를 주제로 다루며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을 담아낸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얼핏 보기에 사람인 것 같지만, 왜곡, 변형되어 정체불명의 유령이나 몬스터와 같다. 화면을 지배하는 수많은 가늘고 굵은 검은 선들에 파묻히고 숨겨진 오브제들은 낯설고 기묘한 분위기의 작품 속에서도 우리로 하여금 인간, 삶, 사회에 대한 진지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상상하게 만드는 은유적 장치들이다.

이호철_Untitled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130cm_2016

이호철 작가는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린 화면 속의 대상들을 비현실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가령 근사한 항구도시의 낭만을 만드는 도심의 밤 불빛과 음악의 선율은 거대한 바이올린으로 표현되어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되었다. 또한 촉촉한 밤의 감성은 물이 찰랑찰랑 담겨 있는 그릇으로 표현되어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치는 대상을 마치 사진 촬영한 것처럼 선명하고 눈부신 색채와 상징적인 배치를 통해 독특한 이미지로 탈바꿈시키며, 과거와 현재, 이성과 감성이 공존하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유선태_말과 글: 오브제의 숲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81.5×227cm_2010

유선태 작가는 오랜 외국생활에서 경험한 문화의 차이, 미술에 있어서는 표현하는 방법과 세계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관점의 차이 등에서 오는 고민들을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사유의 풍경으로 표현해왔다. 고대 유물과도 같은 오브제들과 강희안, 정선 등 옛 대가들 작품들이 거대하게 자리잡은 신비한 풍경 사이로 상대적으로 매우 작게 그려진 자전거 타는 사람이 등장한다. 이는 유목(遊牧)의 정신, 즉 자유분방한 예술가의 상상력으로 인류의 소산인 예술이라는 큰 숲을 여행하는 작가의 심상에 대한 은유적 풍경으로 볼 수 있다.

정규리_A Fake Love Song 2_캔버스에 유채_70×100cm_2008

정규리 작가는 마치 꿈에서 나올듯한 풍경처럼, 무중력 공간 속에 서로 연관이 없는 전혀 엉뚱한 인물과 사물들이 뒤죽박죽으로 엉켜 부유하는 듯한 구성의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입체로 느껴지는 공간 어딘가에 걸린듯한 시계, 수영장이 아닌 허공 속에 헤엄치는 수영선수, 그 밖에 주사위, 망원경, 의자 등 이곳 저곳을 부유하는 오브제들은 저마다의 역할을 부여 받은 연극배우처럼 화면에 배치되어 있다. 원근과 음영이 생략된 평면적 공간에 논리나 인과관계, 개연성조차 찾기 어려운 대상들은 오히려 관람자로 하여금 몽환과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도록 한다. ● 이소연 작가는 자신의 자화상을 강렬한 인상과 미묘한 연극적 분위기를 통해 표현하면서, 오랜 해외생활 속에서 자신이 경험한 정체성의 문제들을 담아내는 작업들을 해왔다. 특히 그녀는 자신이 실제로 방문한 장소나 머리 속에 각인된 특정 풍경 속에 자신을 배치시키거나, 되고자 하는 모습을 투영하여 그리는데, 모든 인물은 화면 바깥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작품을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 속의 상황으로 빠져들어가게 하는 환상적이며 미묘한 심리적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해민선_Chicago Hotel Inside_혼합재료_30.5×22.8cm_2014

그 밖에 본 전시에 참여한 김혜영, 이해민선 등의 젊은 신진작가들은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묘한 모습의 풍경 작품을 통해 '공간'을 고정적 실체가 아닌, 무엇과 만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유동적인 장으로 그려낸다. 특히 이해민선 작가는 인화한 사진들을 화학약품 처리로 녹여낸 후, 그 잉크 잔해들을 안료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데, 이는 방독면을 쓸 정도로 독한 악취를 참아가며 밑작업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마치 산업사회의 개발방식과도 닮아있는 작업방식은 난개발이 뚫어놓은 동굴과 같은 호텔풍경 시리즈를 통해 현대사회의 풍경이란 자연물이 가공되고 또 가공 된 것들이 배치되어 있는, 소위 인공과 자연, 생명과 죽음 등 양립될 수 없는 것들이 공존하는 것임을 형상화하고 있다. ● 이미지란 소통하고 생각하는 수단이며, 이미지의 환상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그림은 현실의 세계와 공상이나 망상, 상상의 세계를 이어주는 래빗홀(Rabbit Hole)일 수 있다. 이번 『Rabbit Hole, between Reality and Fantasy』展이 저마다의 독특한 색깔과 방식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우리의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이 담아내지 못한 더 흥미롭고 불가사의한 상상의 세계와, 그 환상을 통해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어떠한 모습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롯데갤러리

Vol.20170308c | 래빗홀, 현실과 환상 사이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