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Fog

최영展 / CHOIYOUNG / 崔永 / painting   2017_0307 ▶ 2017_0312

최영_안개의 속도_캔버스에 유채_80×80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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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307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사이아트 스페이스 CYART SPACE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안국동 63-1번지) Tel. +82.(0)2.3141.8842 www.cyartspace.org

안 개 ● 29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기형도(1960~1989)는 그가 1985년에 발표했던 한편의 시에서 자신의 비관적인 경험과 몽상적 생각들을 통해 80년대 공업화된 도시의 불편한 잔상을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 시의 제목이 '안개'이다. 언제나 현실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과 은유가 섞인 비판으로 이어지던 그의 시상은 어쩌면 개인의 경험 외에도 정치나 사회적인 억압이 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앞날에 대해 어떠한 전망도 없이 흐릿하게 관조하는 구경꾼(Spectator), 끝없이 불명확한 풍경 그리고 확신과 방향성을 잃은 회색의 시선을 그림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했던 나에게 안개는 의미 있는 한편에 시였다.

최영_안개의 속도_캔버스에 유채_80×80cm_2017
최영_아무도 모른다._캔버스에 유채_41×41cm_2017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대부분 내 스마트 폰으로 촬영되었거나 뉴스, 인터넷 신문에서 수집한 이미지들을 참고로 그것을 다시 캔버스 화면으로 불러와 희미해질 때까지 반복적으로 칠하고 문질러서 그려낸 것이다. 막연한 불안과 걱정으로 살고 있는 하루의 기분이 반영된 탓인지 내 감각은 탁하고 흐리게 문질러져있다.

최영 _ 안개정국_캔버스에 유채_ 80×80cm _ 2017

만약 이 불안과 걱정,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잘 모른다'라는 문제로 인하여 발생된다면 '잘 모른다'라는 문제는 시각적으로 '잘 안보인다'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최영_안개정국_캔버스에 유채_80×80cm_2017

멀리보이는 국회의사당이나 동물의 사체가 널브러진 도로, 빙판위의 낚시꾼, 해무 속을 유랑하는 배의 형상은 회색 톤으로 블러(Blur) 처리되어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표상하지 않는다. 나의 그림 속에서 현실의 사건은 익명의 풍경으로 가상(Similacre)이 되고 형상의 기표는 무의미해진다.

최영_낚시_캔버스에 유채_38×44cm_2017

실제로 몇 가지 사소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겨울밤 도로를 가로지르던 고라니가 달리던 버스에 깔려죽었다. 육중한 금속덩어리에 고라니는 온 몸통이 갈기 찢겨져 핏자국과 살점들이 튕겨져 나갔지만, 버스 안에서 상영된 영화를 관람하던 관객들은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다음날 그 관객 중 한명은 빙판위에서 낚시를 할 채비를 하다가 빠져 얼어 죽었다. 그를 발견한건 몇 주일이 지나 강가에 얼음이 녹고 난 후였다고 한다.

최영_안개정국_캔버스에 유채_53×41cm_2017

카메라 렌즈로 촬영된 이미지을 수용하고 있지만, 인간의 우선적 감각인 두 눈의 시각성으로 표현된 나의 그림은 반복적인 문지르기와 회색톤의 색감을 통해 그림 안에 모든 의미가 중요하던, 중요하지 않던 흐릿하게 그려져 있다.

최영_Rubber duck_캔버스에 유채_61×91cm_2017

캔버스 화면 밖의 관객들은 작가의 위치에 서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작가가 이렇게 세상을 본다는 것을 보게 된다. 누군가의 말처럼 외상으로부터의 도피는 때론 비겁해보일지 모르나 당대한 현실이 이해가 될 수 없는 것이라면 현실에서의 가장 적합한 그림은 뿌리고, 번지게 하거나 흘러내리게 하고, 긋고, 비비고, 지우고, 다시 그려진 빛과 색, 선과 면 또는 이미지와 기호 그리고 대상과 물성 혹은 재현으로 점철되는 회화의 조형적인 약속을 가장 적게 하는 그림일 것이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을 내포한 채 희미하게 표현되는 스푸마토(Sfumato)는 불명확한 안개의 풍경을 보여주며 나에게는 현실의 반영이라 하겠다. ■ 최영

Vol.20170307d | 최영展 / CHOIYOUNG / 崔永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