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4:00pm~12:00am
송어낚시갤러리 Trout fishing gallery 대전시 중구 대흥동 409-14번지 카페비돌 2층 Tel. +82.(0)42.252.7001
손가락 끝의 감각이 날카롭고 예리해지며 공간을 가른다. 살갗 위의 란제리 레이스는 곤충의 얇디얇은 날개, 파리의 투명하고 바스락 거리는 날개 막처럼 맨살의 피부 표면으로 펼쳐지고 그 살갗 위의 란제리를 가늘고 끝이 살짝 꼬부라진 바늘 끝으로 그 표면을 긁는다. 바늘 끝에 살짝 터져 긁히는 섬유 실 한 오라기, 감각이란 딱 그만큼의 깊이이다.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의 화려한 날개 짓과 몸짓, 공간을 가르는 깃털의 곤두섬, 손끝과 곤충 날개의 그 얇음과 예리함은 시간과 공간을 가르기 시작한다. 목도 가르고 숨도 가르고 목숨을 가르고, 그게 목숨을 끊는다는 거야. 가르고 갈라 그 시간과 공간의 틈새가 저며질 때 시간과 공간이 꼬이기 시작한다. (중략)
하얀색 돌덩어리, 흑백 같은 화면, 원색을 빼내버린, 모든 일체의 장식을 제거하고, 감각적이거나 기발하거나 스펙타클한 모든 것을 제거하고 난 사과덩어리가 무심히 뒹군다. 사과의 존재의 비애, 사과의 존재의 끊임없는 자기 확인, 뒹구는 사과 셋, 서로 인력을 가지고 있는 셋, 둘과 하나인 셋, 고독한 단독자 셋, 정물, 움직이지 않는 물건, 존재한다. 그리고 존재가 스러진다. 한줌의 비애 덩어리인 우리 중생이 더해지면서 완성되는 공간, 사과 앞에서 그걸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서있을 때 그곳이 비로소 성전이 된다. 교묘하게 꾸민 단순함, 눈을 시원하게 해주고, 정신에 말을 걸고, 감각의 고양에서 나오는 정신적 어지러움증. 기적에 대하여 그대는 감각할 수 있겠는가. 돌사과의 인간되기, 사람들 간의 기기묘묘한 배치, 사과들의 기기묘묘한 형상, 변형된 형태, 눌리고 흘러내리고 들러붙고, 사과가 아닌 다른 사물의 거듦, 그곳에 해골이 놓여진다.
인간의 얼굴에서 초월성을 볼 수 있을까. 얼굴 없는 인간, 얼굴의 인간학, 인간학적인 얼굴, 풍경으로서의 얼굴, 얼굴을 통과하는 것이 거의 없었다. 들뢰즈, 얼굴의 해체, 기표의 벽을 돌파하고, 주체성의 검은 구멍을 벗어나는 것, 오로지 얼굴 안에서, 검은 구멍의 밑바닥에서, 흰 벽 위에서, 자유로운 안면적 속성을 새처럼 해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풍경으로부터 해방된 풍경성, 각각의 코드로부터 해방된 미술성, 음악성, 안면적 속성, 얼굴성, 나라는 주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주체도 대상도 없는 사랑을 할 수 있겠는가. 마주선 그대에게 명령어를 방사하는 얼굴도, 공명을 야기하는 얼굴도, 다가오는 것을 분류하고 선별하는 어떠한 얼굴도 아니다. 그 모두를 다가오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머리가 된다. 더 이상 어떠한 형식도 없다. 사랑할 수 있게 되기 위해 사랑을 해체하는 것, 고유한 자아를 해체하는 것, 결국 혼자가 되는 것, 모든 사람처럼 되기, 누구도 되지 않는 사람 되기, 더 이상 누구도 아닌 사람 되기. 스스로 몸 안에 빛을 가진 소녀가 있었다. 스스로 빛을 가져라. 스스로 빛을 내어라. 찬란한 내안에서 흐르는 빛을 가져라. 이곳에는 아무도 말한 적이 없는 슬픔이 있다. (『환청』(2017)에 삽입된 목소리의 텍스트에서 발췌) ■ 박정선
Vol.20170305h | 박정선展 / PARKJUNGSUN / 朴貞宣 /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