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중첩

Overlapping Space展   2017_0227 ▶ 2017_0322 / 일,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7_0228_화요일_06:00pm

참여작가 김연지_김영경_김홍식_서재정 이승희_전보경_전은선_조주현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갤러리 구루지 GALLERY GURUJI 서울 구로구 가마산로25길 21 구로구민회관 1층 Tel. +82.(0)2.2029.1700 www.guroartsvalley.or.kr

시각예술 작품 속의 공간은 작가가 창조한 공간입니다. 창조된 이 공간은 우리의 일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도록 만들지 못하고, 우리의 삶의 시간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그 시간 동안에는 우리에게 이상한 나라 엘리스의 원더랜드의 모험과도 같은 공간을 가능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이번 전시에 모인 작가들에게 있어 전시의 주제인 '장소(place)'는 중립적인 의미의 '공간(space)'이 아닙니다. 때로는 현재공간에서 과거를 보기도 하며, 현재의 공간을 겹쳐서 보여주기도하며, 작품안에서 공간을 재창조하기도하며, 현재의 공간에서 미래를 보여주기도 하는 등 공간의 변화를 다양하게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 이승희

김연지_whispering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0(2017)

서로 다른 생이라는 이름의 찰나들이 조금씩 겹치거나 비켜가며 존재한다. 어떤 현상, 사건이라는 것은 전혀 상관없는 일들로부터 시작되어 전혀 상관없는 일 위에 존재한다.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있다. 생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것도, 무언가 하나의 대상을 위한 것도 아니다. ● 짐승의 무늬 속에서 낯선 속삭임을 들으며, 서로 상관없는 존재들이 서로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준다. 2차원과 3차원이 중첩된 공간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고 또 다른 사건을 보여준다. 나는 그저 어느 표면의 얼룩이거나 무늬일수도 있겠다. 겹겹이 중첩된 공간사이를 들여다보면 우리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김연지

김영경_J#17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0×100cm_2013

골목과 주거지는 불규칙하게 보이지만 도시를 다양하고 변화무쌍하게 만들어주는 도시의 컨텐츠이자 역사이다. 퇴적된 시간과 왜곡이 창조해낸 휘어진 골목길들은 오래된 집들과 더불어 빼어난 아름다움을 만들고 하나의 공간에 여러 층위의 시간이 흐르게 한다. ● 지난 몇 년 간의 여정은 도시의 상징적 랜드마크와 화려함을 찾아나선 것이 결코 아닌, 도시의 강력한 느낌을 떠올릴 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작은 일상 속의 평범한 골목길과 시간이 묻어 있는 공간 속의 집들이었다. 이탈로 칼비노의 말을 빌리자면 「보이지 않는 도시들」인 것이다. 골목과 집 혹은 건물들에 담긴 거리의 역사성 이야말로 그 도시에 살아온 사람들이 오랫동안 상호소통하며 이루어낸 결과물로 도시의 진정한 가치가 될 것이다. ■ 김영경

김홍식_Flâneur in Museum_Orsay_ 스테인리스 스틸에 잉크, 실크스크린, 우레탄, 돋을새김_130×85cm_2016

플라뇌르(Flâneur_도시 산책자)는 한가롭게 거리를 거니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나온 프랑스어이다. 이를 19세기 중반 보들레르가 당시 파리의 도시산책자로 지칭하였고, 20세기 중엽 발터벤야민이 현대적 해석의 근간으로 삼았다. 급변하는 도시적 현상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도시 공간이 삶을 살아가기 위한 터전이 아니라 바라보는 대상으로서의 풍경이 되었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삶과 분리된 채 변화하는 도시 풍경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관람자가 되어감을 경계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2011년 이래 작가인 나 자신을 Flâneur라 명명한 후, 이 시대의 '플라뇌르'로서 현대 도시가 겪고 있는 변화와 움직임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데에서 시작하여, 현대성이 실현되는 장소로서의 도시를 탐구하고 이해하고자 한다. ● 특히 「Flâneur in Museum_미술관으로 간 도시 산책자」 시리즈는 인류문화의 보고인 세계적인 미술관의 스펙타클을 배경으로 외형과 재료, 각 문화의 공간과 공공의 삶과 역사를 고찰하며, 인류문화의 보고인 미술관이라는 문화•역사집약적인 공간 안에 운집된 다양한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습들을 표현하였다. ● 이야기는 서양을 넘어 온 세계가 미의 으뜸이라 여기는 루브르 박물관의 그 중에서 모나리자가 있는 드농관에서 시작되었다. 그 작품들이 그토록 유명하게 만든 것은 루브르에 소속되어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미술관에 있는 그림들은 모두 다 가치가 있는 그림인가? 그것의 가치를 누가 판단할 수 있는가? 미술관과 그 안의 관람객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은 역사와 현재의 혼재와 더불어 관람객 자신들이 작업의 한 부분이며 텍스트라는 독특한 경험을 함께_소통 할 수 있을 것이다. ■ 김홍식

서재정_Compounded scen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색연필_65.1×53cm_2012

건축적 공간으로 형상화되는 심리적 공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건축공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요소들은 한 공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각기 다양한 공간체험과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고 본다. 아치, 계단, 기둥과 같은 요소들은 공간을 구성하는 기본 구조이면서 역할에 따라 변형되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흔적들은 기억이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시각적 단위로써,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고과정과 관계를 맺고 있는 상징적인 오브제이다. ● 작품 속 공간은 현실에서 파생되는 비현실적인 공간의 모습으로, 다양한 공간이 재조합되는 구성방식을 통해 다 시점의 구도와 2차원과 3차원의 혼재와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현실의 모습을 통해 재구성되는 장소의 재맥락화, 시공간의 혼재, 형태와 색채를 통한 연상 작용 등 다양한 시지각적 현상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현실의 모습과 심리적인 작용이 만들어내는 유일무이한 공간들을 상상해보고자 한다. ■ 서재정

이승희_conflict of memories 1,3,5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20cm×3_2016 이승희_conflict of memories 2,4_태블릿 펜으로 드로잉, 백릿필름, 라이트박스_80×120cm×2_2016

나는 내가 머물던 어느 집단에도 완벽하게 동화되지 못한 채, 머물고 있는 주변을 늘 관찰자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있다. 지금도 한 곳에서 머무르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느끼는 서로 미묘하게 다른 감정들을 주변과 교류하면서 여전히 나는 관찰자로 있다. 그리고 그 관찰자의 시선에서 머물고 기록하는 것만이 아닌, 틈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미지는 대부분 미디어에서 차용을 하였으며, 그 일부분을 지우거나 변형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변형의 과정은 맹목적인 미디어에 대한 인식의 틈을 꼬집어보고자 하였다. ● 이러한 인식과 기억을 충돌하는 작업은 Conflict of memories(2016)에서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바다위의 각각의 배에는 'SEWOL'과 '253'이라는 숫자가 침몰하는 배에 대한 정보의 전부이다. 미디어에서 수 없이 반복해서 목격한 기억으로 세월호와 연관을 지어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두 번째 배는 천안함이다. 이 두 비극적인 사건은 아직도 사고와 원인에 대하여 분쟁중이며 입장에 따라 사회가 분열된다. 이러한 분쟁의 원인은 무엇인가? 동일한 사건에 대한 기억의 충돌은 무엇때문일까? 그리고 나는 그 의문을 관찰자의 시선에서 '틀림'이 아닌 '다름'의 인지를 가로막고 있는 요소에서 찾아 보려고 한다. ■ 이승희

전보경_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_단채널 영상_00:10:47_2016

분단의 기억이란 것이 베를린은 과거형으로, 한국은 현재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두 국가 모두 분리, 분절의 고통을 겪었다. 또한 두 국가 모두 분단이라는 것이 이데올로기의 차이에 의한 외부의 결정으로 주어진 것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경계'라는 것은 무엇일까. 경계는 단지 지도에서 보여지는 영토의 결과물이 아니라 정치적, 종교적, 경제적, 문화적 차이와 식민주의에 의해 역사적으로 발생되었고 지속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과정이다. 나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경계라는 것이 권력의 관계와 이데올로기의 차이에 의해 얼마나 인위적으로 발생되어 왔는지에 주목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민주주의의과 소련-사회주의로 대표되는 열강에 의해 분리된 국가인 동 서로 나뉘어진 베를린과, 38선을 기준으로 남 북으로 나뉘어진 한반도는 그 예가 될 수 있다. ● 경계가 영토 안에서 실질적 영향을 갖기 위해 이데올로기라는 틀이 건축, 도시계획, 기념비 등을 통해 활성화되는 지점을 통해 정치적, 이념적 관점이 문화로 전환되는 순간을 목도하게 된다. 「First as Tragedy, Then as Farce」는 분단시 동독의 사회적 이념을 고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Marx and Engels Forum이 통일 이후 지하철 공사로 인해 장소와 위치가 변하게 된 사건의 결과를 기록함으로써, 이념과 체제의 실패와 승자에 의해 쓰여진 새로운 역사가 공간 안에서 구현됨을 드러낸다. ■ 전보경

전은선_거울속풍경 #9_잉크젯 프린트_45×67.5cm_2011

'거울속 풍경' 작업은 일반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의 이미지와 다르게 거울에 비친 풍경이 중첩되어 보여 지거나 혹은 창문을 통해 보여지는 풍경 속에 창문 안쪽 풍경과 창문 건너편의 풍경이 중첩되어 보여지게 하였다. 혹은 마주한 벽에 나의 뒤쪽에 있는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투영하여 중첩된 풍경이 되게 하였다. 이것들은 나를 기준으로 내 앞과 내 뒤의 풍경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중첩되고 포개어진 풍경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미지를 들여다보게 하는데, 거울을 통한 중첩된 이미지는 보는이에게 더욱 내밀하게 감상을 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 덧붙여 나는 거울을 통한 풍경이 각자의 기억의 통로가 되기를 희망하였다. 과거에 불었던 휘파람이 현재의 휘파람이나 바람 속에 반복되어 나타나 우리의 현재를 통해 과거를 조우하게 하는 것과 같이 거울에 비쳐진 풍경들이 우리에게 기억의 통로가 되어 각자의 추억과 기억을 조우하고 지금 나와 조우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이러한 공간들은 일상적인 공간이 아니라 동물원이나 놀이동산 같이 특정한 공간에 한정하였다. '거울 속 풍경'은 미러를 담고 있는 풍경이면서,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이기도 하고 우리를 바라보는 풍경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 내면의 풍경이 되기를 바란다. ■ 전은선

조주현_MMD-081_비단족자, 종이에 채색_64×154cm_2016

작업은 인터넷 매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잔혹하거나 웅장한,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겪어보지 못하는 다양한 시각 적 스펙타클이 등장 하는 보도 자료들을 수집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매스미디어 이미지의 자극이 어떻게 사람 들을 실재 콘텐츠에서 멀어지게 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기 힘들게 만드는지, 대중은 이에 어떻게 반응 하는지 해석 을 시도하고, 귀여운 카툰의 언어와 화려한 색, 장식적인 형식과 같은 장치들을 이용하여 부정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가린다. 이렇게 각색된 작업은 실재의 참혹함과는 다른 무언가가 되고 이 파라독스를 통해 방관자의 시점에서 이미지 를 소비하는 대중의 무지를 역설적으로 극대화 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 조주현

Vol.20170227a | 공간의 중첩 Overlapping Space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