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021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스페이스 옵트 GALLERY SPACE OPT.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78길 31 (청담동 11-10번지) 102호 Tel. +82.(0)2.515.6110 www.spaceopt.co.kr
인간은 누구나 크든 작든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 그리움이 그림이 되기도 한다. 아마도 그 존재가 현재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그림이 마음속에 그리기에 그리움을 만들기도 한다. 프랑스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는 노에마("그것은-존재-했음")의 가슴 아픈 과장이며, 그것의 순순한 표상으로서 사진의 시간이 가지는 푼크툼을 말하였다. 문자로 그리면 글이 되고, 선과 색으로 그리면 그림이 되며, 빛으로 그리면 사진이 되는 것이다. 사진의 어원에서 단순히 과학적 현상으로써 빛을 의미하는 포스(Phos)와 그리다를 뜻하는 그라포스(Graphos)의 합성어를 넘어 흔적을 통해 존재를 마음에 그리는 그리움이 담겨있는지도 모른다. ● 이 전시는 사진을 "그리다(Graphos)"의 시각으로 작업한 작가들의 전시이다.
최수정 작가는 일정한 형상과 색채를 지닌 개별자로서의 꽃들을 통해, 인간의 여러 모습들을 대변한다. "꽃"이란 오브제는 아름다움의 대상으로써 선택된 소재이기도 하지만, 꽃의 독특한 조형적 형상은 수많은 관념들을 농축시켜 새로운 심상을 꿈틀거리게 한다. 특히 제작과정에서 옛 방식의 사진 언어인 검 프린트(Gum Bichromate Print)를 이용하는데, 이때 반복적인 붓질과 오랜 시간의 수세 과정을 거치면서 작가의 감성과 바램을 한 겹 한 겹 작품에 그려 나간다.
박경태 작가는 사진의 촬영 과정에서 장소 혹은 공간에 대해 흐려지거나 잊어버렸던 지난 기억의 장소를 재현하였다. 장소는 같지만 과거의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그 공간을 현재 존재하고 있는 장소에서 내면의 감성과 시선이 담겨있다. 카메라 앞에 물을 흐르게 설치함으로써 현재의 공간과 과거의 공간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표현하였으며, 형태가 고정되지 않은 물이라는 매개체가 기억의 모호함을 더욱 증가 시키며 흐려진 기억들을 물로 그려나간다.
김지영 작가는 벽을 대상으로 작업을 한다. 벽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흙먼지, 벽에 난 금, 떨어진 페인트 자국, 식물들의 생존 자취 등 자연의 흔적들이 생겨는 것을 볼 수 있다. 벽에 생겨난 자연의 흔적들은 볼품없고 더럽지만, 시선을 주고 다가가며 자연이 벽에 흔적을 통해 남겨놓은 풍경을 찾아다닌다. 작가는 사진의 촬영 과정에서 자연의 흔적들이 시간의 축적으로 그려진 벽이라는 도화지에 다양한 빛의 색을 물감으로 삼아 붓질하듯 그려나간다. ● 작가들이 표현하는 사진의 사실적 의미의 관점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과 시도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김지영
Vol.20170215a | 2017 GRAPHOS(그라포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