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롯데아트스튜디오 전시기획팀(박단비, 박지우, 황희지)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_10:30am~08:30pm / 백화점 휴점시 휴관
롯데아트스튜디오 LOTTE ART STUDIO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83 롯데백화점 일산점 B2 샤롯데 광장 Tel. +82.(0)31.909.2688 blog.naver.com/lottedlftks
현대적 삶의 감식설을 위한 레시피 ● 롯데아트스튜디오의 전시 타이틀 내우외감(內憂外甘)은 사자성어 내유외강(內柔外剛)에서 차용한 표현으로, '속에는 근심이 있으나 겉은 달다.'라는 의미를 담지 한다. 내우외감은 내유외강이 그러한 것처럼 대상 안팎의 반전을 근간으로 한다. 그것은 달콤한 것들에 대한 회의인 동시에 근심과 갈등의 모순적인 상태를 암시한다.
에덴동산 설화 속 무화과의 맛이 달콤함 이란 단어로 형용되는 것처럼, 달콤함은 대게 인류학의 역사에서 유혹과 금기, 욕망과 죄책감 등 갈등의 전조로 치부되어 왔다. 말하자면, 그것은 적절한 대가가 뒤따르는 강렬하고 한시적인 황홀경인 것이다. 헤겔식 표현으로는 즉자대자(卽自對自)적 상태에 가깝다.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준다고 가정할 때 우리는, 우는 아이를 즉자(卽自), 사탕을 대자(對自)로 대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사탕을 맛본 아이는 직전의 울던 존재와 달라진다. 다시 말해 울기의 주체성이 결여된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단물이 완전히 흡수되면, 아이는 다시 울 수도 있는 즉자적 상태가 된다. 이 같은 달콤함의 변증법은 우리를 좀처럼 해소하기 어려운 갈등의 늪으로 빠뜨린다.
신정은은 초현실주의적 조각 기법의 일환으로 구체관절 인형의 몸 일부에 사탕 이미지를 결합시킨다. 그녀가 만든 인형은 대체된 자아 이자 피동적 수동체의 상징이다. 여기에는 달콤한 사탕으로 은유된 작가의 욕망이 개입된다. 욕망의 유혹과 개입은 인형의 몸을 변형하고 과장 시킨다. 인형의 얼굴에 또 다른 얼굴들이 잔뜩 유착되거나 가슴이 비대하게 부풀려진다. 먹다 남은 사탕처럼 가늘게 마모된 허리는 상체를 지탱하는 것조차 위태로워 보인다. 사탕을 암시하는 화려한 스트라이프 문양과 함께 과장된 신체는 욕망에 대한 작가의 냉소적이면서도 해학적인 시선을 담아낸다. Absorb 시리즈에서는 인형의 다리가 연장되다 못해 빨대를 연상시키는 관 구조물로 변형된다. 그것은 개입된 욕망이 아닌 욕망의 무차별적 수용 상태를 상징한다. 신정은의 작품에 보이는 이러한 단계적 변화는 개인의 문제에서 시작된 욕망의 근원을 사회적 시스템으로부터 추적해 나아가는 작가 관점의 변화를 반영한다.
오미라는 극사실주의적 표현을 통해 작가 고유의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화면 안에 담아낸다. 그녀의 작품은 한마디로 예쁘다. 일견 어릴 적 꿈의 세계 또는 동화 속 세상처럼 심미적이고 어쩌면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반면에, 작품 속 메시지는 화면 겉의 밝은 분위기와 달리 엄숙하고 무겁다. 그것은 기호식품의 달콤함을 생산하는 제 3세계 노동자들의 쓰디쓴 현실을 기억하고 연민한다. 노동자들의 도상인 화면 속 동물들은 그 오브제가 종이로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함께 그들의 소모성과 연약함을 은유한다. 여기에는 우리의 여유와 안식을 위해 희생되는 노동자들의 고난과, 그것을 작동시키는 국제 거래 시스템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 녹아있다. 작가는 수요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들의 빈곤과 고통이 개선되지 않는 역설적 상황에 주목한다. 이런 점들을 미루어 보아, 오미라 작품 특유의 역설적 표현은 제 3국 노동자들을 대하는 우리의 무관심과 심리적 거리감의 적절한 투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신정은과 오미라의 작품들은 우리로 하여금 도무지 씁쓸해 맛보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들을 달콤한 겉 표면으로 중화시켜 보다 더 회유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달콤함과 씁쓸함의 적절한 배합은, 달콤함의 변증법에서처럼 단맛에 길들여지기 쉬운 현대인들의 감식설(鑑識舌)을 위한 작가의 레시피가 되어 우리 앞에 내어진다. 이들 레시피가 전하는 메시지는 어쩌면 현실을 맞닥뜨리는 우리의 태도와 삶의 균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현실의 쓴맛을 외면한 채 단맛에 중독되면 충치가 생기기 쉽고, 현실의 쓴맛에 지나치게 도취되면 단맛의 즐거움을 잃어버리기 쉽다. 이런 현실에 무방비하게 방치된 우리의 감각을 돕는 건 아마도, 달지만 또 쓰고, 쓰지만 또 달콤한 두 작가의 작품 같은 것들이 아닐까. ■ 박단비
Vol.20170214d | 내우외감 內憂外甘-신정은_오미라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