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행위 impermanence act

이한솔展 / LEEHANSOL / installation   2017_0210 ▶ 2017_0320 / 일,공휴일 휴관

이한솔_다소 낮은 기행_커피, 담배 물에 절인 책, 책상, 드럼세탁기_가변설치_2017

첫 번째 작가와의 대화 / 2017_0210_금요일_06:00pm 두 번째 작가와의 대화 / 2017_0317_금요일_07: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오픈스페이스 배 OPENSPACE BAE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65번길 154 B2 Tel. +82.(0)51.724.5201 www.spacebae.com

이한솔 작가는 '바닥'이란 개념을 마음의 공간으로 삼아 설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가 집중하는 '바닥'은 물리적으로 발로 디디고 서 있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작가의 관념적 의미로 해석되고 있는 마음의 공간이다. 관념적인 바닥은 작가의 삶과 자아를 발견하는 실험적 공간으로서 제시되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무상행위'라는 제목을 붙여 전시 기간 내내 담배와 커피물에 절인 책을 세탁기에 빨고 그 결과물을 전시하는 행위를 선보였다. ● 작가에게 작업은 삶 그 자체였으며 책은 본인의 자아와 맞닿는 통로였다. 그러한 삶과 자아에서 시간과 단절을 통한 은유적인 느낌을 담배와 커피라는 개인만의 매체로 제시한다. 커피와 담배는 단절된 시간과 함께였다. 자아로 실현되고 있는 책을 오브제로 택해 커피물과 담배물에 절이는 행위는 다양하게 발간된 책의 모습을 지워내어 '나'와 가깝게 만들었다. 이러한 결과물은 오래된 유물처럼, 어디선가 발굴된 상태처럼 보인다. 단절된 시간을 보냈던 과거의 '자아'를 끄집어내어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한솔_다소 낮은 기행_커피, 담배 물에 절인 책, 책상 ,드럼세탁기_가변설치_2017
이한솔_다소 낮은 기행_커피, 담배 물에 절인 책, 책상, 드럼세탁기_가변설치_2017
이한솔_다소 낮은 기행_커피, 담배 물에 절인 책, 책상, 드럼세탁기_가변설치_2017

절여진 책들은 담배와 커피물에 적셔진 후 쭈글쭈글하거나 곰팡이가 폈고 시커멓게 변했다. 책들은 테이블에 반듯하게 눕혀져 있으며 관객은 작가가 계획한 동선에 따라 한 방향으로 전시를 관람하게 된다. 작가는 이 책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책은 처음의 상태를 잃고 해체되며 찢어지고 뭉쳐지고 파편화된다. 이러한 행위와 작업일지는 전시기간 내내 순차적으로 함께 전시된다. 돌리는 시간에 따라 해체되는 형태가 다르게 나오는 책은 본래의 모습을 잃고 다시 놓여져 있던 자리로 되돌아간다. 처음과 끝이 모호한 이러한 행위는 '무상행위'란 전시제목처럼 작가에게 작업이란 괴롭고 힘들지만 다시 되풀이되는 어떤 것임을 은유하게 해 준다. 전시장에서는 책이 세탁하는 과정을 찍은 비디오와 소리가 함께 전시 중이다. 세탁물이 돌아가는 소리와 담배와 커피의 퀘퀘한 향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시각과 청각 후각을 모두 건드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에게 실험의 공간이자 단절된 시간의 공유다. 개인의 역사를 펼쳐놓았지만 이를 타인에게 보여주고 공유하는 일이 전시임을, 이것이 작가에게 숙제이자 숙명임을 일깨우게 해준다. ● 이번 전시는 작가 본인의 감정적 영역을 실험하는 장이다. 책의 와해를 통해 이한솔 작가에게 끝임없이 내제되어 온 작업의 바탕인 '열등감'을 실험한다. 작가는 이를 지워버리거나 없애버리지 않는다. 그냥 덤덤히 끄집어 내며 책을 절이고 이를 세탁하고 와해시키고 다시 있던 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처음의 형태를 잃었지만 그곳에 다시 돌아온 책은 색이 하얗게 되기도 하고 찢어지고 조각나기도 했지만 결국 존재하고 있다. '열등감', '바닥', '자아'는 모두 연결되는 한 덩어리이며 이는 작가에게 다시 '왜 예술가는 작업을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향하게 만든다. 결국 책은 다시 돌아왔고 전시기간 내내 세탁을 하는 행위를 했지만 결국 처음과 끝은 모호해 졌다. 시작과 마지막을 규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왜 작업을 하는가'라는 질문은 의미가 있지도, 무의미 하지도 않게 되어버렸다. 작가는 계속 작업을 할 것이고, 또다시 이러한 질문을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답을 찾으려 했던 행위들은 질문을 향하는 움직이었음을, 답은 정해져 있지 않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움직임으로 향하고 있는 이러한 행위는 예술가에겐 작업을 하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한솔_다소 낮은 기행_커피, 담배 물에 절인 책, 책상, 드럼세탁기_가변설치_2017
이한솔_다소 낮은 기행_커피, 담배 물에 절인 책, 책상, 드럼세탁기_가변설치_2017

작업은 힘들고 고독한 시간이지만 다시 되풀이 된다. 고립된 순간을 발현시키는 작가의 작업은 전시를 하면서 마주칠 타인들이 개인의 작업에서 배제되는 존재가 아니라 끝임 없이 부딪히는 순간을 마주치게 해 주고 '나'를 인식하는 존재로서 인식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니 작가의 '무상행위'는 실은 개인의 내러티브에 집중되었지만 타인과 함께 '공존'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전시를 내안의 답을 찾으려는 이야기이며 나를 발견하기 위한 기행문과 같은 전시라 표현하는 작가는 왜 나는 작업을 하는가 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도돌이표처럼 던지고 해체하며 정화한다. ■ 이봉미

이한솔_다소 낮은 기행_커피, 담배 물에 절인 책, 책상, 드럼세탁기_가변설치_2017
이한솔_다소 낮은 기행_커피, 담배 물에 절인 책, 책상, 드럼세탁기_가변설치_2017

각자의 바닥을 나름의 정화의 노력을 통해 개인의 사유를 써내려가고 있다. (작업노트中) ● 열등감은 눈에 쉽게 드러나지는 않으나, 분명 도시 안에서 여러 가지 결핍된 현상들로 연결되고 있다. 우리는 일종의 커트라인이 존재하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으며 필터링을 거치는 과정에 익숙해졌다. 성과사회에서 쓸모없는 것으로 가치판단 내려지는 열등감은 단절과 고립이 아닌, 공유점이 파생되고 있으며 그것은 결국 존재들의 표류적 상황과도 같다. ● 본인은 열등감의 시기를 단절된 공간으로 인식하고 "바닥"이라는 개념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바닥은 마음의 공간이며 관념의 공간이다. 원상태로 복귀하기 위한 정화의 노력의 행위가 이루어지는 관념의 공간을 지각적 형태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한솔_다소 낮은 기행_커피, 담배 물에 절인 책, 책상, 드럼세탁기_가변설치_2017
이한솔_다소 낮은 기행_커피, 담배 물에 절인 책, 책상, 드럼세탁기_가변설치_2017

커피, 담배물로 절여진 책은 열등감의 시기를 드러내는 개인 사유의 오브제이다. 전시기간동안 커피, 담배물로 절여진 책을 세탁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며, 이 정화의 행위는 곧 해체와 기록으로 이어진다. 정화된 형태들은 배설된 감정의 덩어리의 모습과 연결되며 행위의 증거물로서 제시된다. 나의 작업들은 마음의 바닥을 정화의 노력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에서 발현한다. ● 일체의 사물은 원인과 조건들이 모여서 형성된 것으로서 그 자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그리고 원인과 조건의 의해 일시적으로 형성된 모든 것들은 그 원인과 조건이 와해되면, 해체된다. 우리 안에서 고정 값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즉 무상이며 이 무상을 주체가 곧 존재 방식의 행위로 증명한다. 다시 말하자면 끝없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실험적 행위이다. ● 이번 전시를 통해 거대한 사회 속에서 부유하고 표류됨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자존적 행위를 통한 개인의 역사의 중요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 이한솔

Vol.20170210i | 이한솔展 / LEEHANSOL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