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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206_월요일_05:30pm
주최 / 코오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K_과천 SPACE K 경기도 과천시 코오롱로 11(별양동 1-23번지) 1층 코오롱타워 1층 Tel. +82.(0)2.3677.3119 www.spacek.co.kr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_과천은 2월 6일부터 3월 31일까지 스코틀랜드 출신의 여성 화가 캐롤라인 워커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글라스고 스쿨 오브 아트와 런던 로열 컬리지 오브 아트를 졸업한 워커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열 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해왔다. 지난 2014년에 스페이스K를 통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그는 개인전 '배스 하우스(Bath House)'에 이어 이번에는 '여성-공간(Painted Ladies)'라는 부제로 한국을 다시 찾았다. 이 전시에는 여성의 전유 공간인 런던의 뷰티 살롱을 배경으로 한 열 세 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오늘날 여성성에 대한 사회, 문화, 정치적 단면들을 관찰해 온 워커는 현대적 공간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내밀하게 묘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실내 공간 속 여성이라는 대상은 그대로 유지한 채 런던 시내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는 뷰티 살롱으로 장소를 이동한다. 어떤 취향이라도 응할 수 있다는 듯 형형색색의 매니큐어과 각종 미용도구를 구비하고 손님을 맞는 뷰티 숍은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망과 환상을 손쉽게 채울 수 있는 공간 중 하나이다. 이 현대적인 공간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취향대로 스타일을 선택하고 고객 개개인에 맞춤화된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으며 자신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심리적 쾌락까지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작가는 런던 일대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특별할 것 없는 풍경 속 평범한 여성들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시선으로 포착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로 한정된 실내 공간을 작품의 주요한 배경으로 설정한 작가는 장소는 달라도 그 시선만큼은 일관되게 유지한다. 바로 이러한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마치 관음하는 듯한 타자적 시선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림 속 여성들의 시선은 일정한 거리 밖의 타자의 눈을 의식하지 못한 채 손끝에 집중하고 있거나 공간 내부 어딘가를 향한다. 다만 「Nails and Brows」라는 작품에서 유일하게 한 여성이 화면 바깥의 감상자와 시선이 닿고 있지만, 그 어떤 교류 없이 주체와 타자의 경계를 인식시킬 뿐이다. '바라보기'라는 작가의 시점 설정은 그가 탐구하고자 하는 여성에 대한 묘한 심리를 부각시키는 회화적 틀이며, 여기서 파생된 관음성은 작가가 대상을 관찰하고 감상자들과 그 관점을 공유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특히 캐롤라인 워커는 몇 평 남짓한 협소한 공간일지언정 여성성에 대한 담론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그는 작품을 더 넓은 공간, 다시 말해 사회적 영역으로 탁월하게 확대시킨다. 전통적 성 역할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미용 시설들이 남성에게 규범적으로 금기된 공간은 아니지만, 여성들의 전유 공간이라는 고정된 사회 관념을 통해 여성성을 내밀히 읽을 수 있는 압축된 공간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화사한 꽃이 놓여 있거나 밝은 톤으로 정갈하게 꾸며진 뷰티 살롱의 인테리어는 공간의 실용성은 물론 평범한 여성들의 보편적 취향을 반영하는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공간의 장식적 요소가 아니다. 대부분 타문화권의 이주 여성들의 노동에 기반한 서구 지역의 미용 시설은 연령과 직업을 달리하는 폭넓은 계층의 여성들이 이용한다. 작가는 서비스 특성상 신체적 거리를 밀착하여 친밀감을 형성하는 듯 하지만 한편으로는 각자의 역할 밖으로 벗어나지 않으려는 미묘하고 독특한 계층적 공간으로 묘사한다.
주로 집안이나 목욕탕과 같은 사적 영역 속에 여성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온 캐롤라인 워커는 이번 전시의 모티브인 뷰티 살롱을 통해 타인과 접촉이 이루어지는 공공 영역 속으로 무대를 확장한다. 의도된 연출이나 관능적인 누드의 여인은 없지만 손발톱의 작은 부분마저 아름답기를 욕망하는 여성들의 이 일상의 풍경은 회화라는 창문을 통해 여성과 공간의 관계를 더욱 복잡 미묘하게 설정해나간다. 금남에 가까운, 그녀들만의 공간에서 '채색된 여인들(Painted Ladies)'의 손톱에 그려진 것은 단순히 매니큐어만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캐롤라인 워커의 작품들은 '여성'과 '공간'이라는 두 개의 축을 따라 위치된 다양한 좌표들을 점유해가며 뷰티 살롱을 단순히 미적 취향을 소비하는 상업 공간 이상의 장소로 새롭게 탄생시킨다. ■ 스페이스K_과천
Vol.20170207e | 캐롤라인 워커展 / Caroline Walker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