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7:00am~09:00pm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HOAM FACULTY HOUSE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 239-1번지 Tel. +82.(0)2.880.0300 www.hoam.ac.kr
빛의 드로잉, 미로의 출구 찾기 ● 일렁이는 빛이 심연을 파고든다. 빛에 투영된 대상의 물결은 달빛이 만든 환영과 닮았다. 작품을 보노라면, 동중정(動中靜)을 묘사한 야부도천(冶父道川; 중국 송나라의 선사)의 시가 떠오른다. "대 그림자 뜰을 쓸더라도 티끌하나 일지 않고(竹影掃階塵不動), 달빛이 연못 바닥을 뚫더라도 물은 흔적조차 없네(月穿潭底水無痕)." 작가의 비평문 같은 시에는 실재와 환영, 비어 보이지만 채워져 있는 삶의 실존이 담겨있다.
현대의 일상은 반복이라는 톱니바퀴에 족쇄를 채운 것과 같다. 시간은 우리의 등을 하염없이 떠밀면서 두 손 번쩍 들고 길들여지라 말한다. 삶은 한 길인가 하면 또 다른 길로 이어진다. 그러하니 인간의 삶 자체가 '미로(迷路, labyrinth)'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송근영 작가의 해석은 명확하다. 복잡한 미로라 할지라도, 실타래처럼 얽힌 오늘이라 할지라도 '의로운 실재'는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처음엔 미로에 빠진다. 그러나 제 아무리 복잡한 구조라 할지라도 출구는 있게 마련이다. '실'이 상징하는 바는 미로의 출구찾기와 같다. 이른바, 삶에 투영된 진실을 좇아가는 과정, 빛의 드로잉인 것이다. 미노타우로스(Minotauros)의 미로에서 테세우스(Theseus)가 아내 아리아드네(Ariadne)는 지혜를 빌렸던 것처럼, 인생이란 실 끝을 입구에 매어 놓고 풀어 들어가는 과정과 같다. 말 그대로 답이 없는 미로와 같은 인생에서 실이 남긴 흔적은 결과가 아니라, 삶 그 자체에 대한 의미부여에 있다.
부조리한 삶에 대한 실존적 극복은 작가의 작화관인 동시에, 해석 방식이다. 미로와 같은 삶을 대상(사물)에 빗댐으로써 문인화(文人畵)가 표방해온 '사의성(寫意性)'을 동시대(contemporary)의 표현방식으로 실험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실 속 대상과 빛을 조작해 청색으로 발색시키는 포토그램(Photogram) 방식을 도입해, 청사진(blue print)의 아날로그 단계인 시아노타입(cyanotype)을 선보인다. 작가는 형상의 효율적 표현을 위해 털실과 대나무의 가는 표면을 세심히 다듬고 정리하는 노동을 거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빛으로 표현된 여백은 대상 그 자체를 넘어선 작가가 개입된 노동의 표상이다.
작가는 현실 속 오류를 자각하고 오늘의 우리를 회의(回議)하라는 교훈적 메타포를 담았다. 빛의 드로잉은 엉킨 실타래의 그림자를 연상시킨다. 그 엉켜있음은 우리를 장님으로 혹은 우둔한 꼭두각시로 만들지만, 외형 너머에는 '실존(實存)적인 삶의 과정'이 담겨 있다. 제 아무리 복잡한 미로일 지라도 출구는 있게 마련이고, 엉킨 실타래도 처음과 끝은 존재한다. 작가는 왜 미로와 같은 삶을 '빛의 드로잉'에 비유한 것일까. 그 답은 우리 안에 있을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왜?'라는 의문을 가지면 사유는 시작될 것이고, 오늘의 나를 새로이[日日新 又日新]하면서부터 부조리한 삶은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무의미하고 불합리한 삶 속에서도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깨우치는 삶, 이것이 송근영 작가가 제시한 '빛의 드로잉'이 아닐까. ■ 안현정
Vol.20170206b | 송근영展 / SONGKEUNYOUNG / 宋根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