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0120_금요일_06:00pm
주최 / (재)송은문화재단
관람시간 / 09:00am~06:30pm / 주말,공휴일 휴관
송은 아트큐브 SongEun ArtCube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21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82.(0)2.3448.0100 www.songeunartspace.org
나는 매일 가상환경(인터넷)속의 저화질 스톡이미지/이야기들을 기준 없이 수집한다. 그리고 수집된 이미지들을 A4종이에 '먹지'로 덧대고 베낀다. '먹지'로 덧대어 베끼는 과정에서 작은 요소들을 추가하거나 또 다른 이미지를 몽타쥬하며 동시에 이야기를 짓는다. 이야기를 지을 때 수집된 이야기/명사/가사 등이 한데 섞여 다른 상상으로 전환된다. 매일 전날 수집된 자료를 가지고 하나 이상의 먹지드로잉/이야기를 제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야기/이미지는 다음날 하이퍼링크식 가지치기로 연결되어 또 다른 이야기/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료가 된다.
나는 스스로를 인터넷 가상환경과 현실의 쏟아지는 이미지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얇은 사람'이라고 칭해왔다. 그것이 '먹지'를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게 들어온(input) 자료들과 다시 재생산/재배치 되어 나가는(output) 생산물들 사이에 '나'라는 사람이 아주 얇은 '먹지'처럼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가상에서 수집된 자료는 다시 무작위의 편집과 재조합의 과정을 거쳐 다른 자료로서 재탄생된다. 나는 이렇게 생산된 이야기/이미지를 Daily Fiction이라 명명하고, 매일매일 가상환경(SNS, 홈페이지등)에 업로드 한다. 대중들은 SNS를 통해 전해지는 그림을 퍼나르고 자르고 붙이며 또 다른 자료로서 이를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자료를 편집하고 내보내는 중간 프로그램으로서 존재한다. 이미지/이야기가 내 손을 떠난 이후에 다른 사람의 개입을 늘 허용하고 있고, 그 개입으로 그림은 다시 새로운 자료가 되어 가상환경을 부유한다. 전시장이 아닌 SNS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작업은 이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기 위함이며 '드로잉'과 '페인팅'은 '매체'로서 활용된다.
나는 제작된 A4 드로잉을 작업의 '기본단위'로 본다. 그리고 마치 내가 가상환경에서 이미지를 변형하여 가지고 온 것처럼, 다시 내 그림을 '트레이싱'하고 변형시킨다. 현수막이나 간판으로 제작하거나, 어떤 기준으로 카테고리 하여 책을 만들고, 엽서/소비재들을 만들어 '기본단위' 작업을 다시 '트레이싱'한다. 또한 A4 크기의 그림을 다시 커다란 캔버스에 빔프로젝터를 쏘아서, 트레이싱하여 유화/아크릴/과슈 등의 재료로 그리기도 한다. 이때 그림의 밀도는 당연히 A4 '기본단위' 그림보다 떨어지게 되며, 원본 그림보다 더욱 더 얇게 그림을 그린다. 마치 스톡이미지들이 퍼날라지면서 해상도가 깨지고, 픽셀이 흐려지는 것처럼, 나 자신을 가상환경매체의 하나로 보고(마치 포토샵 프로그램이 된 것처럼) 흐려져 버린 해상도의 결과물을 도출한다. 그리고 A4그림들을 다시 복사하여 커다란 캔버스에 하나하나의 요소로 다시 트레이싱하고 거대한 세계의 지도를 만드는 작업도 지속해왔다. 매일의 단위로 이 지도는 채워지고 계속해서 사방으로 확장해 나간다.
4년간 Daily Fiction 작업을 지속해오면서 나름의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되었고, 가상환경에서 자료를 가져오는 것이 아닌 축적된 이미지들을 또 하나의 수집물로 바라보고, 파편화하는 「Magic Wand」시리즈도 진행하고 있다. 포토샵 프로그램에서 임의로 같은 색깔의 영역을 크롭해주는 magic wand(마술봉) tool을 이용하여 '기본단위'그림들의 부분 부분을 뜯어내고, 이것을 임의로 재배치하여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무제한의 확산과 편집 속에서 파편화되는 이미지와 이야기에 대한 표상이 된다. 이렇게 제작된 작업들을 임시로 설정된 공간이나 전시장에 맞추어 유연하게 배치한다. 전시뿐만 아니라 책, 일러스트레이션, 앨범아트, 패션으로써의 도상, 뮤직비디오 화면 등 공간을 가리지 않고 분산적으로 존재시킨다. '노상호'를 알고 있는 모든 이는 자신만의 경로를 통해 한정적으로 수집된 자료로써 나를 파악하게 된다. 누구도 전체를 알고 있지 않으며, 그것은 끊임없이 확장하므로 파악할 수 조차 없다. 나는 '어디에나' 있지만 '어느 곳에도' 있지 않은 사람이 된다. 노상호 ■ 노상호
Vol.20170120d | 노상호展 / NOHSANGHO / 盧尙號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