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0117_화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사이아트 스페이스 CYART SPACE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안국동 63-1번지) Tel. +82.(0)2.3141.8842 www.cyartspace.org
보는 행위에 대한 성찰과 해석으로서의 회화 ● 이수경 작가의 이번 전시 작품들에는 다양한 형태의 풍경이 등장한다. 이 작품들은 풍경을 그려낸 것이지만 동시에 풍경을 그려낸 작품들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수경 작가는 단순히 풍경의 모습만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하였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풍경들에는 여러 가지의 회화적 개입이 발견된다. 대부분의 작품들에서는 막대기처럼 생긴 기하학적 형태의 면들이 반복되어 벽처럼 배치되어 있거나 창틀처럼 혹은 단위 면적의 프레임의 형태가 되어 일종의 레이어처럼 작동하게 함으로써 풍경 모습과 혼성적 형태의 화면이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가 그려내고자 한 것은 자연과 일상 속 풍경의 한 단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상의 어떤 것들이었다는 것을 추측하게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 주제를 '보다, 보는 것을 보다'라고 명명하였다. 이 명제에 의하면 작가는 어떠한 대상 그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아마도 대상을 보는 행위 즉 시각적 인식이나 그 인식 과정에서의 작가의 내적 상황에 대한 고찰과 같은 어떤 회화적 목적을 가지고 그의 작업을 해나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본디 인간이 어떤 대상을 보는 행위에는 사진처럼 시각적 이미지를 저장하고 재생해내는 메커니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외에 인간 내부에는 여러 가지 생리적, 심리적 작용이 발생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사진기처럼 기계적 작용이 진행되는 것으로 끝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내면에서는 어떤 대상으로부터 시각적 감각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면 좋고 나쁨과 같은 인간 본래의 원초적인 감정이 발생될 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더욱 다양한 발전된 형태의 감정과 정서적 상태가 연쇄적으로 발생되게 된다. 그리고 이는 더 나아가 인간 자체의 생리적 메커니즘과 한 인간이 살아오면서 받아들인 다양한 정보들과 상호작용하여 더욱 복잡한 형태의 사유로 발전하게 되고 결국은 기억의 형태로 혹은 망각의 형태로 정보는 처리가 된다.
그렇기에 인간이 어떤 사물을 볼 때에는 사진기처럼 순수하게 볼 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사진기의 경우에도 렌즈와 감광방식 등 기계적 형식과 상태에 따라 사물에 대한 시각적 결과물은 어느 정도 변형되거나 왜곡된 결과물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인간의 경우에는 좀 더 복잡한 일련의 과정이 발생하게 된다. 과거의 기억 혹은 정서 등과 같은 다양한 정보와 그것으로부터 영향 받은 인간의 정보처리 방식이 인간 개개인마다 시각적 경험에 의해 어느 정도 다르게 작동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같은 사물과 대상을 보더라도 인간은 각 개인마다 서로 다른 정서나 생각이 담긴 시각적 경험을 기억을 갖게 된다. 이수경 작가는 그의 작업을 통해 이러한 인간의 시각 경험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수경 작가가 그려낸 작업들을 보면 작가가 파도나 산 혹은 거리와 같은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풍경들을 접하게 될 때마다 그 대상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그가 바라보는 대상 뿐만 아니라 작가 개인의 내적 정서와 기억 그리고 시각방식이 어떻게 개입되고 있는 가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흔적들을 관찰할 수 있다. 그의 작업에서 벽처럼 창틀처럼 사각의 프레임처럼 드러나 있는 구조적 형태의 이물질과 같은 조형 요소들을 이처럼 작가가 시각적 정보를 받아들이는 내적 작용에 대한 흔적들로 바라보게 되면 작가의 심리적 상태나 세계를 바라보는 사유의 태도나 시각방식을 일부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수경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 역시 어떤 시각적 대상을 접하게 될 때 자신들만의 시각 방식이나 내적인 작용이 시각적 정보에 개입되거나 간섭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수경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어떠한 한 장소에 대한 풍경 그 자체를 그려낸 것이 아니라 어떠한 한 장소를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될 때 일어나는 풍경에 대한 내적 변화에 대한 기록이며 그것을 고찰하는 시각 자체를 그려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세계를 본다는 것, 그 자체에 대한 시각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또한 이러한 시각적 경험에 대한 작가의 관점은 인간의 내부로부터의 인간 이해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이해의 단초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이렇게 세계를 본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어떠하다는 것에 대한 작가의 특정한 시각을 회화적 표현으로 우리에게 그려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풍경화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풍경을 바라볼 때의 감각 혹은 사유에 대한 시각적 경험과 시각 방식을 보게 된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해 그의 인식 세계 속을 들어가 그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된다는 말이다. ■ 이승훈
Vol.20170117e | 이수경展 / RHEESOOKYUNG / 李綏慶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