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量筆墨

백현 박경묵展 / PARKKYOUNGMUG / 白泫 朴京默 / painting   2017_0104 ▶ 2017_0216

백현 박경묵_無盡무진_종이에 먹_52×73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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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묵 홈페이지_www.kyoungmug.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7_0104 ▶ 2017_0110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2(경운동 64-17번지) Tel. +82.(0)2.733.1045 www.grimson.co.kr

2017_0120 ▶ 2017_0216 관람시간 / 10:00pm~06:00pm

유디갤러리 GALLERY UD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309 코리아비즈니스센터 3층 Tel. +82.(0)2.2182.3300 blog.naver.com/ud_dental

有形出於無形 ● 병신년도 얼마 만지 않은 시점에서 해살이 따스한 동묵헌(東墨軒) 창가에서 우연히 이산해 선생의 "유백암사기(遊白巖寺記)"를 읽는 중에 아래 대목이 뇌리에 깊게 들어왔다. "有形出於無形。而終歸於無形。有色出於無色。而終歸於無色。是知無者爲主。有者爲客...중략 ....世之人不知無得之爲得 ․ 無榮之爲榮 ․ 無生之爲生 ․ 無樂之爲樂, 誠可笑也. 유형(有形)은 무형(無形)에서 나와 마침내 무형으로 돌아가고, 유색(有色)은 무색(無色)에서 나와 마침내 무색으로 돌아가니, 이에 무(無)가 주(主)가 되고 유(有)가 객(客)이 됨을 알 것이오... 중략..세상 사람들은 얻음이 없음이 참으로 얻음이 되고 영광이 없음이 참으로 영광이 되고 삶이 없음이 참으로 삶이 되고 즐거움이 없음이 참으로 즐거움이 됨을 알지 못하니, 참으로 웃음이 난다."

백현 박경묵_無盡무진_종이에 먹_136×199cm_2013

이 글의 저자인 아계(鵝溪) 이산해(李山海 1539~1609)는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당시 영의정으로 있었는데, 왜적이 들어오게 국정을 이끌었다는 죄목으로 1차 탄핵 되었다가. 백의(白衣)로 어가를 따라 평양 천도 후에 다시 한 번 탄핵을 받아 울진 평해(平海)로 귀양 가서 이것을 지었고 그의 문집 아계유고(鵝溪遺稾)에 전해고 있다. 유형과 무형, 얻음과 영광, 참삶과 즐거움에 대한 그의 철학이 반영된 작품으로 요즘 세태와 부합되는 바도 있고, 특히 창작에 있어 무형의 영감들을 유형의 작품으로 승화시켜 세상에 내놓아야 하는 작가의 철학적 측면과 미학적 측면에 대한 고민들에 대하여 울림을 주고 있어 자못 느끼는 바가 커서 소개하여 본다.

백현 박경묵_無盡무진_종이에 먹_273×198cm_2013

위의 이산해선생의 글에서 언급한 유형과 무형의 문제는 동양에서 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한 화두이며, 근원자적인 유,무의 문제의 출발은 철학에서 만물의 생성과 관련되어 다루고 있는데. 무극(無極)과 태극(太極) 관련된 담론이 대표적인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학적인 측면에서는 근원자인 유,무의 문제가 시각예술의 특성상 작품이라는 결과물과 연관되어 자연스럽게 유형과 무형의 문제로 귀결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회남자(淮南子)에서 "無形而生有形亦明矣 ( 무형이 유형을 낳는 것도 역시 명백한 것이다)"라고하며 형태가 있는 것이 형태가 없는 것의 제한을 받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는 부분이나, 열자(列子) 천서편天瑞篇에 "夫有形者生於無形 (무롯 유형은 무형에서 나온다)" 라는 부분등도 일맥상통한 것이다.

백현 박경묵_無盡무진_종이에 먹_36.5×71.5cm_2012
백현 박경묵_無盡무진_종이에 먹_47×74cm_2012

박경묵 작가의 이번 전시회의 작품은 크게 두 분류로 구분 할 수 있는데 첫 번째가 극단적인 흑백의 대비를 통하여 폭포의 물줄기를 표현하고 있는 작품과 다른 하나는 옛스런 산수화의 표현기법과 구도에 격렬한 파도들이 기존의 자연 질서를 초월하여 몰아치고 있는 그림들이다. 이 두 가지유형은 공통적으로 화면을 상하로 가로 지르는 폭포들을 함의하고 있다.

백현 박경묵_無盡무진_종이에 먹_248×133cm_2012

흑과 백의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작품들은 표면적으로는 어떤 작품은 백이 폭포의 물줄기이고, 흙은 폭포 밑으로 이루는 바위나 주변의 흙을 표현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반대로 표현하고 있기도 한다. 또한 명확히 물줄기와 주변의 것들을 구분되게 표현하다가도 어떤 작품에서는 검은색 물줄기에 흰 여백에 투영된 주변 사물들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마치 앞서 언급한 "有形出於無形(유형은 무형에서 나온다)"은 옛 사람들의 철학적 미학적 사고와 연관 지어 볼 수 있는데 작가는 폭포와 주변의 유형들의 해석에 있어서 기존의 개념인 물줄기는 백으로 주변은 흑으로 표현한 것을 따르는가 하면 그와는 정 반대로 물줄기를 검은 색으로 일필휘지하고 주변을 여백으로 하여 처리하고 있는데, 이는 무형과 유형의 표현에 있어서 무에서 유로의 순차적인 진행이나, 진료적이며 인위를 가미한 먹빛이 유형이고, 흰 바탕을 무형으로 하는 기존의 통념을 수용하기도 하고 때론 부정하며, 무형과 유형이 모두 함의하여 작품에 투영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혼돈(混沌)의 세계와 같은 것으로 분별의 개념이 지배하는 현실세계를 넘어서 있는 세계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작가 노트에서 말하고 있는 "그릴 수 없다는 것을 그리기"하는 행위의 결과물인 것이다.

백현 박경묵_無盡무진_종이에 먹_196×138cm_2012

또한 옛스런 산수화의 표현기법과 구도에 격렬한 파도가 기존의 자연 질서를 초월하여 몰아치고 있는 그림들은 이 시대에 화단의 문제 중의 하나인 전통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부정하는 시각에 대한 작가 나름의 해답을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다. 즉 기존에 봄직한 형상과 구도로 감상자들의 편안함을 유도하고, 여기에 격정적인 파도로 대변되는 기존의 자연의 질서나 화법의 틀을 초월한 형상을 표현함으로써 기존의 질서를 넘는 새로움, 변화를 갈망하고 있는 작가의 속내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중시하는 작가철학에 기인한 것으로 볼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박경묵 작가의 방점은 법고를 바탕으로 하고, 변화하는 창신에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작가노트에서 말하고 있는 "자연을 표현함에 기존의 의미들을 떠나 고정된 형태와 색상에 구애 받지 않는 붓 놀이로, 옛 법을 배우되 머물지 않는 질서로 그리려 한다" 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백현 박경묵_無盡무진_종이에 먹_69×102cm_2012
백현 박경묵_無盡무진_종이에 먹_74×143cm×2_2012

이번 전시회에 두 가지 컨셉트(concept)의 작품유형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것이 폭포이다. 어느 폭포는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장엄하게 떨어지는 듯하고, 어떤 폭포는 달빛 받아 고요할 것 같기도 하고, 또한 어느 폭포는 물줄기가 떨어지면서 비산하여 흩어지는 듯도 하고. 어떤 것은 미끄러지듯이 흐르기도 한다. 작가는 폭포를 통하여 끝 없이 흐름는 물줄기와 같은 역사성과 폭포와 같이 극적인 반전과 변화의 순간을 동시에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는데 이는 작품이 가져야 할 역사성과 동시에 이 순간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고 하는 창작성의 발로에서 비롯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백현 박경묵_無盡무진_종이에 먹, 채색_280×97cm_2011 백현 박경묵_無盡무진_종이에 먹, 채색_280×97cm_2012

필자와 박 작가와는 서예라는 매개체로 벌써 십년여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 간의 모습을 돌이켜 보건데 고전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학습, 신념 있고 자신감 있게 작품 하는 모습과, 새로움에 대한 고뇌와 실험등의 과정을 때로는 놀랍고, 감동적고, 때로는 담담하고, 어느 순간에는 아쉬움을 느끼며 목도하여 오고 있다. 확실한건 회를 거듭할수록 깊이와 격을 더해가면서 세상을 행하여 자기의 목소리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는 것이고 적지 않은 반향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부디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끝까지 간직하여 근사한 예술의 세계를 그려내어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작가로 남길 바란다. 피치 못할 인연으로 거절치 못하고 느낀 바를 손가는 대로 적어보았는데 혹 전시회에 누가 되지 않길 소망할 뿐이다. ■ 자암 김장현

Vol.20170104e | 백현 박경묵展 / PARKKYOUNGMUG / 白泫 朴京默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