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Week Later

정재호展 / JUNGJAEHO / 鄭在祜 / collage   2016_1221 ▶ 2017_0110 / 일요일 휴관

정재호_보이지않는 하늘_사진 시트지 콜라주 데콜라주_240×18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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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122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살롱 아터테인 SALON ARTERTAIN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32(연희동 708-2번지) Tel. +82.(0)2.6160.8445 www.artertain.com

7일 : 기억과 상상이 만나는 시간 ● 나는 시공간에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겪는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변치 않는 무언가가 있어 나를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과연 나는 누구인가. 아니면 애초에 불변하는 자아는 없는 것일까. 흔히들 이러한 물음을 두고 정체성 혹은 자기동일성에 관한 물음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이 자기동일성은 기억이라는 의식행위를 통해 획득된다. 사실상 기억이 없다면 우리 각자가 '나'라고 하는 정체성은 와해될 것이다. 영화 『메멘토』에서 주인공은 기억이 15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기록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자 한다. 너무나 황당한 영화적 상상력이라 생각되겠지만 실제 19세 이후로 기억이 1분도 지속되지 않는 환자의 사례가 소개되었었다. 이 환자의 경우는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보다 더 암울하다. 어찌되었든 이 환자는 19세까지의 기억을 통해 말하고 사고하는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1분도 채 되지 않는 기억들은 그 환자의 의식활동 즉, 두뇌의 운동기재에는 그 어떤 도움이 되질 못한다. 그에게 19세 이후의 기억들은 발기발기 찢겨져 흩뿌려진 사진 조각처럼 아무런 맥락없이 그의 무의식을 떠돌게 된다. 19세 이후의 기억이 없는 그에게는 시간의 관념이 전혀 없다. 다른말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시간이라고 하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즉 기억은 과거로 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한계에 지극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기억이 없다는 것은 결국 현재를 가늠할 수도 없고 따라서 다가올 미래가 없다는 것과 같다.

정재호_perhaps_종이에 콜라주_31×25cm_2016
정재호_Illuminating shadow-1_종이에 콜라주_111×77cm_2016
정재호_Illuminating shadow-2_종이에 콜라주_111×77cm_2016

정재호 작가는 이미 이미지화 되어버린, 즉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던 기억들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툭툭 드러나는 상황들을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그 중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것은 꼴라주 기법이다. 꼴라주는 말그대로 '풀칠'이나 '붙이기'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꼴라주는 물감으로 사물을 재현하거나 색면을 입히는 전통적인 화면구성에서 벗어나 사진, 신문, 잡지 등과 같은 실제의 물체들을 붙여서 화면을 구성한다. 꼴라주 기법은 관객에게는 일종의 낯섦과 부조리함을 감상포인트로 작가에게는 우연성과 자동기술적인 포인트로 작동한다. 정재호 작가의 꼴라주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의 파편들과 연결된다. 작가는 기억해 낼 수 있는 명증한 기억들과는 달리 전혀 의식하지 않은 상황에서 떠오르는 기억들. 엄밀하게 말해서 기억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의식을 자극하는 이미지들을 통해 아무런 서사없이 화면을 구성하게 된다. 작가는 의식적으로 무엇인가를 그리겠다라기 보다 무의식적으로 무엇인가를 느꼈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작가를 이해하기 용이하다. 정재호 작가의 이전 작품들의 소재가 도시공간의 파편들이었다면 최근에는 소재조차도 무의식적으로 선택된다. 이러한 소재들을 시트지나 테이프 또는 직접 드로잉하고 페인팅한다. 단순히 꼴라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붙였던 것들을 화면에서 다시 제거하기도 한다. 찢어내고 해체하는 의미로서 데꼴라주다. 데꼴라주는 기존의 구축되어 있는 것을 제거하는 것으로 결과물을 보존하는 것에 의미가 없음으로 인해 행위예술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이 구축한 화면을 데꼴라주 함으로써 자동기술적(우연과 즉흥) 추상성을 획득한다. 구축과 제거로 만들어진 흔적은 마치 우리의 기억이 이미지로 무의식에 저장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은 우리의 일상 생활속에서 의식하지 않아도 매순간 떠오른다. 요컨대 정재호 작가의 회화는 대상을 관찰하고 그것을 즉물적으로 재현하거나 그 대상에서 떠오르는 감정등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관찰하고 느껴지는 경험 이후에 시간이 지나 의식에 남은 기억을 또는 이미 무의식속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에 대한 가식화 작업이다. 따라서 거기엔 회화로서 일정한 형식도 없을 뿐 아니라 전통적인 한계도 재료적인 한계도 없다. 작가의 월페인팅에서는 바로 이러한 부분이 보다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정재호 작가는 월페인팅을 통해 기존의 회화적 한계를 다양한 방향에서 비판하고 연구하고 있다. 우선, 회화의 공간 점유적 특성을 비판하고 일회성이라고 하는 월페인팅의 특성을 통해 전통 회화의 오리지널리티의 보존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작가가 이미 무의식화 되어버린 기억들을 가식화하는 작업에 집중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정재호 작가는 우리의 경험이 시간을 지나 기억으로 남게 되면서 그것이 시공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시간을 약 일주일 정도로 본다. 일주일 정도의 기억은 시간과 장소 등 어느정도 명증하게 떠올릴 수 있지만 그 이전의 기억들은 이미 유년의 기억들과도 겹쳐질 만큼 시간이나 공간의 한계에서부터 자유로워진다. 기억의 능력을 우리 정신의 본질적 특성이라고 본다면 이렇게 자유로워진 기억들이야말로 어쩌면 우리 의식 자체가 아닐까. 하지만 의식을 이루고 있는 감정, 감각, 의지 표상, 관념 등과 같이 기억이란 의식의 한 요소에 불과한 것 아닌가. 사유하는 의식은 현재에 속하고 기억은 과거에 관한 것 아닌가. 따라서 사유만이 우리의 현재적 의식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 합리적인 생각이 아닌가. 그러나 의식은 단순히 현재에 관련된 것만 포함하지 않고 우리가 살아 오면서 경험한 전체를 포함하고 있다. 의식은 끝없는 흐름의 연속이기 때문에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의식에 나타나지 않는 것 뿐이다. 이렇게 현재에 나타나지 않는 의식상태를 무의식이라고 한다. 지난 기억들이 저장되어 있는. 따라서 의식은 이제까지 살아 오면서 경험한 것들 전체이며, 곧 기억이다. 정재호 작가는 지속적으로 떠오르고 사라지는 기억들을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한다. 이는 일종의 회화를 통한 의식행위에 대한 분석이자 작가 자신만의 철학하기다. 추상은 철학하는 방법론 중 하나다. 작가의 작품이 추상성으로 귀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듯 하다.

정재호_9seconds_종이에 콜라주_31×25cm_2016
정재호_cheek to cheek_종이에 콜라주_31×25cm_2016
정재호_Chink_종이에 콜라주_31×25cm_2016
정재호_Pulse_종이에 콜라주_31×25cm_2016
정재호_말은 입밖으로 나오면 허공으로 날아올라 잠시 살아있다 사라져요_벽에 테이프_252×201cm_2016
정재호_One Week Later展_살롱 아터테인_2016

기억과 상상은 현실성과 비현실성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상상력의 바탕은 경험에서 비롯된 이미 이미지화된 기억들이다. 따라서 상상과 기억은 기억이 무의식화 되면서 자연스럽게 혼합되어 버린다. 우리의 지각능력은 간접경험을 포함하여 전혀 경험되지 않은 것들을 상상할 수는 없다. 단지 그것이 비현실적일 뿐. 기억이 이미지화 되고 그 이미지가 다시 상상으로 재구성되는 것은 당연한 정신활동이다. 작가는 이러한 기억과 상상의 작동들에 대해 집중한다. 결국 작가에게 회화는 이러한 기억에서 상상으로 이어지는 반복과정의 기록인 것이다. .이미지화 되어버린 기억들을 다시 하나의 서사적인 스토리로 불러낼 것이 아니라 있는그대로 떠오르는대로 상상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진정 우리가 우리의 현재를 보다 더 풍요롭게 하는게 아닐까. 억지로 끄집어내고 잊혀지지 않는 충격적인 기억들을 다시 현재의 다른 경험과 기억들에 연결지어 괴로워 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기억이 상상의 세계로 변할 수 있는 마법의 시간. 일주일 후. ■ 임대식

Vol.20161221d | 정재호展 / JUNGJAEHO / 鄭在祜 / collag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