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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스페이스 두루 SPACE DURU 서울 강남구 신사동 619-8번지 Tel. +82.(0)2.783.1354 www.spaceduru.co.kr
버려진 에너지의 박제(剝製)된 아름다움 ● 차갑고 거친 시멘트, 단단함과 육중함, 그리고 그 속에 등장하는 고목들의 모습은 어떤 고지식한 조각가의 모습을 예견케 한다. 마치 가벼운 현대 조각들에 반항이라도 하듯 작가는 태초의 조각가처럼 가장 무거운 돌과 가장 자연에 가까운 나무를 조각의 소재로 택했다. 나무와 시멘트는 마치 한 몸이었던 것처럼 잘 어우러진다. 실재로 작가는 멋진 나무를 구하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하며 버려지는 멋진 고송을 찾아다닌다. 그 나무들은 전봉준 선생의 고창 생가이기도 했고, 소격동 기무사에서 버려진 나무이기도 했다. 각자의 히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버려진 고송들인 것이다.
이종희는 버려진 사물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렸을 적부터 나무와 가까이 자란 때문인지 버려진 나무에 대한 애정은 더 하다. 버려진 사물에 대한 애정은 기본적으로 사물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내가 쓴 물건이든 남이 쓴 물건이든, 오랜 세월 누군가에게 사용된 물건에서는 어떤 이의 삶, 그 삶의 에너지가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기름때 잔뜩 묻은 자동차 엔진에서 오랜 작업의 고단함, 소진된 에너지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고 하니, 그에게 그 자동차의 기름때는 마치 어느 늙은이의 아름다운 주름과도 같은 것일 게다. 늙은이의 주름 속에 세월이 흔적이 녹아 있듯, 누군가에 의해 오래 사용된 물건에는 그 물건과 사람이 함께 했던 시간들, 그 에너지들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미술에서 버려진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들은 많다. 특히 최근의 따뜻한 자본주의, 나눔의 열풍 때문인지 버려진 물건, 나눠 쓰고, 바꿔 쓰기 프로젝트 등이 다양한 예술의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각가 이종희는 자신과 닮은 가장 육중한 조각의 형태로 버려진 사물에 대해 해석한다. 그리고 조각가답게 그 버려진 사물이 지닌 소진된 '에너지'에 집중한다. 버려진 사물들에 여운처럼 남아있는 에너지는 파편화되어 시멘트 돌 속에 압축되고 박제된다. 작가는 다 소진된 거친 에너지들의 아름다움을 차마 사라지게 놓아두지 못하고, 가장 차가워 보이는 시멘트 속에 가두어 카타르시스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소진된 에너지, 그리고 그 에너지를 박제한다는 것은 곧 생명과 죽음을 의미한다. 생명과 죽음은 아주 오랜 기간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소재였다. 에너지의 박제는 마치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박제된 생명체를, 그 멈추어 버린 에너지는 중국 쓰춴성 지진으로 부서진 기차를 전시장에 가져왔던 장후안(Zhang Huan)의 작업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조각가로써의 정공법을 택한 이종희는 그 에너지를 시멘트와 나무로 박제시켜 거친 아름다움으로 재탄생시킨다. 그는 에너지의 박제된 아름다움에 자신의 에너지, 즉 육체노동과 숙련된 조각가의 기술을 가미하여 정통 조각가다운 방법으로 그 아름다움을 돌 속에 멈추어 있게 한다. ■ 도경민
Vol.20161219i | 이종희展 / LEEJONGHEE / 李鍾熙 / furni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