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보이지 않는 마음 Invisible Heart

정연희展 / JEONGYEONHEE / 鄭娟希 / photography   2016_1216 ▶ 2017_0228 / 일요일 휴관

정연희_Ordinary Process-0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토요일_10:00am~03:00pm / 일요일 휴관

아이디 갤러리 ID GALLERY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142 아이디빌딩 L층 Tel. +82.(0)2.3496.9743

인간과 사물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관계 ●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종종 소외감, 허무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사소한 반복적 행위를 하곤 한다. 장 피에르 주네(Jean-Pierre Jeunet) 감독의 『아멜리에 Le Fabuleux destin d'Amelie Poulain』에서 친구가 없어서 외로워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엄마는 소녀 아멜리에에게 중고 코닥 카메라를 선물로 사주었다. 카메라는 아멜리에가 상상한 것을 현실화시키는 기계적 장치로, 아멜리에가 쳐다보고 찍은 평범한 하늘 사진이 어른들 눈에는 전혀 다른 세계로 나타난다.

정연희_Ordinary incident_Apple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00×80cm_2013
정연희_Ordinary incident_Juice bottle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66×83_2013
정연희_Ordinary incident_Laundry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83×66cm_2013
정연희_Ordinary incident_Paper cup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50×63cm_2013
정연희_Ordinary incident_Raspberry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50×63cm_2013

아멜리에가 느끼는 외로움과는 다르지만, 사진가 정연희는 일상 속에서 문득 허무함을 느낄 때의 감정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그녀의 작업노트를 잠시 살펴보자. "우리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문득 허무함이 밀려옴을 느끼곤 한다. 항상 반복하던 일(Ordinary Process)속에서 어느 순간 나 자신의 부재를 체험하는 것이다. 이때 '나'는 사라지고 내가 취하는 '행동'만이 남는다. 내 작업은 인간이 부재된 순간들의 표현으로, 허무함과 공허함을 지닌 동시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행위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아마도 작가가 사진을 찍는 일에 몰두하는 동안, 어떠한 상념에서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동어 반복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진을 찍을 때 집중하는 반복적 행위 속에서 허무함, 상대적 박탈감, 무료함, 권태로움은 어느 순간 없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녀가 말했던 '나'는 사라지고 내가 취하는 '행동'만이 남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거시적인 의미에서는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스투디움(Studium)을 통해서 존재의 부재 현상을 얘기하고 있다. 바르트는 사진의 존재론적인 근거로서 "사진에 찍힌 사람들은 항상 과거로 밀려나면서 죽음으로 향한다"라고 하지만, 정연희는 바르트의 논리처럼 극단적인 성향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대신에 그녀는 인간이 부재한 순간들을 표현하기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인간의 행위, '보이지 않는 마음(invisible heart)'까지 표현하고, 사물의 모습과 색감을 미화시켜 부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없애 버렸다. 특히 마음의 문제를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면 철학적, 인문학적으로는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 이유는 마음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명증성을 갖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기에 그렇다. 마음에 대한 정의를 모르고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것의 구체적인 실체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마음은 상대방이 느낄 수 있지만 알 수는 없다.

정연희_Ordinary Process-03
정연희_Ordinary Process-05
정연희_Ordinary Process-07
정연희_Ordinary Process-14

그녀의 '(Ordinary Incident)' 시리즈에서는 '결함'을 가진 사물을 통해서 어떤 식으로든 소비되는 사물들의 불안정한 모습을 단편적으로 제시한다. 작가에 의하면 "삶의 불완전함과 사람이 살면서 느끼는 일종의 노파심, 불안함을 결함이 있는 생활 속 사물들을 통해 조명"한다고 얘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Ordinary Process)에서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존재의 부재, 허무함은 '(Ordinary Incident)' 시리즈에서 다치거나, 깨진 오브제를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정연희 사진의 의미는 작가가 마음속에 품은 허무함에 대한 단상을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봤다는 데 있다. 이런 생각을 좀 더 밀고 나가면 인간이 사물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 인간을 지배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다. 1843년 그랑 비유(Granville)가 '인생의 소소한 재앙들'에서 언급했듯이 닫힐 생각을 하지 않는 뚜껑, 물이 새는데 잠글 수 없는 수도꼭지처럼 우연히 발생하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인간과 사물에 형성된 새로운 관계를 얘기한다. 정연희의 사진은 시각 행위 때문에 발생하는 존재와 부재의 문제, 재현의 세계에 포섭하기 힘든 허무함과 같은 보이지 않는 마음, 사물과 인간의 관계에 포섭되지 않는 빈틈을 드러냈다는데 의미가 있다. ■ 김석원

Vol.20161216a | 정연희展 / JEONGYEONHEE / 鄭娟希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