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1215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가비 GALLERY GABI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69(화동 127-3번지) 2층 Tel. +82.(0)2.735.1036 www.gallerygabi.com
정재은작가는 여러해 전부터 독일 서북부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립슈타트시에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2013년도에는 조스트시(Soest)에서 주최하는 "빌헬름 모르그너 상(Wilhelm Morgner Preis)"을 받았다. 서울 출생의 정작가는 동국대 미대를 졸업한 후 독일 브라운슈바잌 미대에서 로베르트 타데우츠 교수의 마이스터 슐러린으로 졸업했다.
그녀의 정물화나 실내 공간작업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일상적 삶 속에 사용되어지고 꼭 필요한 사물들이 보여 질 뿐이다. 그림 안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진 않지만 관람객의 상상력 속에 아주 섬세하고 미세하게 그 존재를 드러낸다. 사람들은 인간 삶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일상에 대해 차분히 계속해서 떠올리게 되며 자신도 모르게 인간 존재의 은유에 빠져든다. 정작가의 잔잔한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라는 근본적인 존재론에 대한 질문에 부딪치게 된다. 관람객들은 사람은 없고 사물들만 있는 색바랜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며, 어떻게 이 작품이 만들어졌는지 감탄하게 된다. 독특한 엷은 색감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윤곽이나 형상, 색상이 점차 선명해지면서, 그 사물들은 우리로 하여금 명백한 상상력을 이끌어내고 일상의 흔적을 발견하게 한다.
마치 개인의 기억을 사진으로 찍어 남겨놓은 듯한 그림들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입장이 허가된 듯한 상반된 느낌이 잘 어우러져있다. 그림에 제시된 ‚ 가구배치'는 호기심을 주는 동시에, 왠지 거리를 두고 예의를 갖춰 겸허한 자세로 관람해야만 할 것 같다. 마치"나는 너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지!(스무고개놀이와 비슷한 게임)"라는 게임처럼 사적인 비밀을 캐어내 보라는 강요와 객관적인 거리감이나 과거의 매력과 독특한 물질적인 현재가 만나 섬세하면서도 불안정하게 어울려져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포터샵 작업에서는 "Unsharp Mask" 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명도조절이나 선명도를 얻는다. 이와 비슷하게 작가 정재은도 형태를 드러내기 위해 전반적인 스푸마토와 매우 섬세한 악센트와 명암조절 그리고 모노크롬적인 성향을 가진 색감으로 표현했다.
이 그림은 나타나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할 것인가 아니면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아득한 기억일까? 아니면 조심스런 현실의 재발견일까? 전혀 보이지는 않지만, 이 사물을 놓고 사용했던 사람이 공간을 떠난 것일까? 아니면 고요한 삶의 무대에 갑자기 들어온 것일까? 정작가는 다양한 일상의 것들을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전시회를 이끌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사람의 존재가 느껴지는 "부재"를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인간의 삶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건들(수면을 위한 침대, 음식을 먹기 위한 식탁, 다양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의자-대화, 휴식, 기다림), 이런 모티브는 정작가의 스승인 노베르트 타데우츠(Norbert Tadeusz), 그리고 그의 스승인 요셉 보이스(Joseph Beuzs)에게서 전통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풍경화가이자 정물화가이면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공간 (타데우츠의 SCENE)을 구성하는 건설자이기도 한 타데우츠는 일상의 현실을 담은 인체를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인간존재의 수수께끼를 풀어내고자 시도했다. 색을 천부적으로 다루는 타데우츠는 인간 존재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기 위해서 풍부한 칼라 스펙트럼의 강렬하게 사용했다.
그와 반대로 정재은 작가의 작업은 대부분 영적이다. 그리고 바니타스 화풍의 영향을 받은 요셉 보이스 작가의 의도가 담겨진 설치작업과 아상블라쥬를 연상케한다. 작가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작업이 신비롭다고 호평하지만, 이런 안개낀 듯한 느낌은 대상이 없는 추상화법에서 사실적인 형태표현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그렇다면 구상화법 안에서 내용에 충실한 현실의 적절한 모사가 어떤 형태언어의 혁신으로 가능하단 말인가?
회화의 본질에 몰두하기 위해서 회화의 대상에 색으로 뉘앙스를 준 색면추상의 거장 고타르트 그라우브너(Gotthard Graubner)는 그의 안개 속을 걸어다니는 듯한 초기작품에서 명백한 회화적인 해답을 실현했다. 인간 존재 방식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작가 정재은은 아주 우아하게 작품의 베일을 들춰내기 위해 짙은 구름으로 덮여진 부분을 외형적으로 안개처럼 가볍게 터치했다. 이렇게 정작가는 그림안 사물들의 부재와 현존의 미묘한 경계에 비유적인 여백을 독특하게 표현하므로써 예술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 안드레아스 뫼르스너
Vol.20161215b | 정재은展 / JUNGJAEEUN / 鄭在恩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