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선의 기록, 손의 기억

2016_1213 ▶ 2016_1223

초대일시 / 2016_1213_화요일_04:00pm

주최 / (재)종로문화재단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한국문화예술위원회_종로구

관람시간 / 10:30am~06:00pm

고은 갤러리 GOEU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29 (인사동 194-27번지) 태화빌딩 B1 Tel. +82.(0)2.737.8144

누비며, 호며, 감치며, 박으며, 공그릴 때에1 지난 11월 말 유네스코는 '제주해녀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번째, 제주에서는 칠머리당 영등굿에 이어 두 번째로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박상미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은 "인류의 문화적 창의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무형문화유산이라는 것을 유네스코로부터 인정받은 것인데요. 동시에 제주해녀문화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해준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라고 등재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제주해녀문화'는 단순한 무형문화재가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곧 인류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치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익숙한 것들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또한, 우리 것을 우리의 것만이 아니라 인류의 것으로 보는 확대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 미국에서는 문화다양성을 훼손하는 패권적인 문화에 대해 권고하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있었고, 또 그 과정에서 논란이 생겨난 사례도 있었다. 미국 오리건 주의 한 교육청은 성탄절을 앞두고 다양성 존중을 내세워 관내 학교에 산타클로스 장식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권고문에는 "교실 문이나 교실에 성탄 장식을 할 텐데, 우리 공동체의 다양한 시각과 믿음을 존중하고 세심하게 배려하기를 요청한다."면서 "종교를 주제로 한 장식 또는 산타클로스와 같은 형상을 삼가해 달라."고 했다. 기독교 문화 최대 축제인 성탄절에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이 참가하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달라는 것인데, 교육청은 논란이 되자 산타클로스에 특정해서 금지한 것이 아니며, 권고 또한 교직원들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서 "산타는 종교적인 상징이라기보다 민속이자 미국의 역사에 가깝다."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오히려 필자는 종교적 상징이 국가의 민속으로 넘어가는 상황에 대해 교육청이 우려를 표한 것이라고 본다. 어찌 보면 주류 문화는 소수문화의 희생과 소멸을 자양분으로 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며, 인류 문화를 은연중에 획일화하고 단순화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문화다양성을 존중하고 또 이를 적극적으로 추구해나가는 일이 세계적인 흐름이 되는 것은 남북한 사이에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같이 협의해볼 만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남북한 모두 법령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 남한 문화재 보호법 제19조(세계유산 등의 등재 및 보호) ①문화재청장은 「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 「무형문화유산의 보호를 위한 협약」 또는 유네스코의 프로그램에 따라 국내의 우수한 문화재를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또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등재 신청 대상 선정절차 등에 관하여는 유네스코의 규정을 참작하여 문화재청장이 정한다. [개정2011.4.6] ● 북한 민족유산보호법 제25조(민족유산의 세계유산 등록 활동) 중앙민족유산보호지도기관은 우리나라의 우수한 물질유산과 비물질유산, 자연유산들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활동을 계획적으로 전망성 있게 진행하여야 한다.

인포그래픽1_바늘과 실의 조화

박영정 씨에 의하면 남북한 문화유산 관련 법령을 보면 남북한의 정책은 접근방식에서 큰 차이점을 가지고 시작되었으나 최근 시기에 와서는 상호 공통점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며, 이는 남북한 상호 교류와 협력이 가져온 성과인 측면도 있지만,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한 세계유산, 인류유산 보호 노력에 남북한이 동시에 호응한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 그러므로 남북한의 「아리랑」, 「김치문화」 등 같은 내용으로 각기 등재가 이루어진 분야가 있으나 남북한이 공동으로 추진하여 등재한 사례가 없음을 들어 앞으로 통일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남북한의 상호 협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업 영역이라고 전망한다. 이렇듯 문화다양성은 분단국가의 문화적인 이질성을 극복하고 공통분모를 찾아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 또한, 전라남도는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노컷뉴스에 의하면 조례안의 주요 내용은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의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효과적인 시책 추진을 위해 도지사가 매년 문화다양성 실행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했다. 또 실행계획의 수립이나 변경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 조정하기 위해 행정부지사를 위원장으로 지역주민 대상 공모와 도내거주 외국인, 다문화 가족 등으로 구성하는 '전라남도 문화 다양성 위원회'를 운영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실행계획과 사업을 수행할 '전라남도 문화다양성 센터'를 설치해 운영하도록 하고 구체적 사업의 실행방안으로 실태조사를 비롯해 문화다양성 교육, 문화다양성 기금 설치 및 운용, 전문 인력의 양성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도지사는 문화적 차별행위자에 대해 시정이나 개선을 요청하는 권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권고 등의 구체적인 이행을 위한 지원과 사후점검 등도 수행하도록 규정했다. ● 이 조례에 앞서 우리 정부는 2010년 7월에 유네스코의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 및 증진 협약을 비준하고 이행을 위해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을 2014년 5월에 제정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지역에서 문화다양성에 대해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두드러져 법률을 제정하고,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지고, 관련 사업이 시행되는 등 더 구체적이고 폭넓게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포그래픽2_8가지 바느질

2 종로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침선의 기록, 손의 기억』 전은 문화다양성 사업의 일환으로 종로 지역 내 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이다. 이 전시는 우리 전통문화를 담당하는 장인들에게 주목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년 장황 전시에 이은 이번 침선 전은 우리나라 전통 의복을 만든 손바느질의 생명력을 힘겹게 이어나가는 장인들의 삶과 기술을 눈여겨보아 살핀 것이다. 침선이라 하면 바늘과 실을 아우르는 말로 천을 가지고 무언가를 짓거나 꿰매는 바느질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로는 바느질로 만드는 모든 의복과 소품까지를 침선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규방 여성의 문화로 자리를 잡거나 여성이 갖추어야 할 덕목의 기술로 여겼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어느 분야나 그렇듯이 남녀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본 전시는 침선의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기술과 한 땀 한 땀의 정성으로 이루어진 소박함에서 화려함까지 아우르고 생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침선의 세계에서 대중들이 이해하기 좋은 기본적인 품목만을 다루었다. 또한, 전시를 통해 많은 지식을 제공하기보다는 흥미를 유발하여 이후에 침선이란 영역을 찾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자 했고, 이를 통해 과거에서 왔으나 현재에 같이 존재하고 미래에도 같이할 수 있는 침선의 가치를 찾아보려고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 기존의 침선관련 전시가 완성된 한복을 위주로 하였다면, 본 전시는 바느질만 남기고 한복의 원단을 제거한다는 느낌으로 바느질 자체에 더 치중하도록 했다. 그리고 바느질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법 12가지를 8가지 카테고리로 묶어 의복과 소품 어느 곳에 사용되었으며(위치), 왜 이 기법이어야 하는지를(기능) 설명하고, 기억하기 좋게 현대적인 질문을 모아 기억을 오래 남기고 흥미를 유발하려고 하였다. 침선에 관련된 용어는 다소 생소하기도 하지만 그 연유가 있는 아름다운 우리의 말들임이 분명하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생활의 지혜와 감성이 침선 용어 속에 살아있어서 그 의미를 곰곰이 헤아려 볼 수 있다. 침선 기법에 대한 설명을 가능한 한 간단하게 정리하였고, 종로구 내에서 주단이란 상호를 내걸고 실제로 침선을 행하는 장소에서 장인들이 겪었던 삶의 애환과 일하는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를 채집한 인터뷰를 참고하여 자신이 하는 침선 일을 설명하는 특별한 용어도 따로 모아 정리하였다. 전체적으로 전시는 7개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대중들에게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일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러모로 창의력을 발휘하여 발전시켜야 하는 분야가 되었다. 본 전시가 인포그래픽을 기본으로 한 이유가 거기에 있기도 하고, 또한 침선 장인의 가게에 붙여두어 침선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쓰임새를 고려하여 포스터로 제작 배포할 계획이다. 7가지 섹션의 구성에 관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 Section1:침선_바늘과 실의 조화(침선의 정의, 특징, 역사, 종류에 대한 설명) ● Section2:침선_8가지 바느질(바느질기법을 알고 구체적인 실물을 통한 설명)● Section3:바느질의 위치를 찾아라(한복과 소품 통해 바느질 기법 위치 알기) ● Section4:아름다운 마무리(솔기 장식매듭에 대한 용도를 알아보고 실물보기) ● Section5:침선의 친구들(침선에서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의 기능과 실물보기) ● Section6:침선의 연구(침선관련 학위중심, 연구 논문의 분포와 관련 도서들) ● Section7:삶과 침선(침선장인들의 인터뷰 집에서 골라 낸 아름다운 언어들)

픽인포그래픽5_침선의 친구들

침선을 통해서 보는 문화다양성은 앞에서 예를 들어 보았듯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공동체인 인류가 조화롭게 살아갈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고, 이제는 시급히, 그러나 신중하게 제도화하고 살려나가야 하는 사회와 삶의 철학이 되고 있다. 문화다양성의 정신을 잘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세계 속에서 자신의 것을 펼치고 남의 것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뿐더러, 더 나아가서는 국가나 민족의 이익에만 연연하기보다는 인류 유산의 관점에서 지구촌의 더 성숙한 주인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삯바느질에서부터 사대관모까지 두루 바늘과 실로 누비며, 호며, 감치며, 박으며, 공그릴 때에 겹실을 꿰고, 봉미를 두른 듯 땀땀이 떠 갈 적에 수미가 상응하고, 솔솔이 붙여 내매 조화가 무궁한 종로구 내 침선 장인들의 솜씨로 인류가 더 아름답고 품위 있게 살아가길 바라본다. ■ 배인석

* 참고자료 MBC뉴스 ∣ 연합뉴스 ∣ 노컷뉴스 ∣ 박영정, 『문화예술분야 남북이질성 극복과 통일문화 형성 방향』 ∣ 문화체육관광부.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한눈에 보는 침선_우리 공예.디자인 리소스 북09』 ∣ 『조침문』

Vol.20161213h | 침선의 기록, 손의 기억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