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시작 - 숲으로 돌아온 표범 (Start of Coexistence – The Amur Leopard Back to Forest)

남영화展 / NAMYOUNGHWA / 南映和 / sculpture   2016_1214 ▶ 2016_1219

남영화_숲으로 돌아온 표범-I_알루미늄_122×158×43cm_2016 남영화_숲으로 돌아온 표범-II_알루미늄_73×176×30cm_201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인사아트센터 GANA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관훈동 188번지) Tel. +82.(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숲으로 돌아온 표범한국 표범 잔혹사 아무르 표범(Panthera pardus orientalis)의 서식지는 한반도, 러시아, 만주 등 극동지역이다. 한때 아무르 표범은 '한국 표범'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에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일제시대 조선총독부는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는 해수(害獸)를 사냥한다는 미명 하에 한국 표범을 집중적으로 학살했다. 조선총독부는 조선인의 무장을 극도로 경계했지만, 한국 표범을 학살하는 목적이라면 조선인에게 총과 탄약을 기꺼이 내주었다. 조선인은 그 총을 들고 모피를 얻기 위해 백두대간을 누비고 다녔다. 한국 표범을 학살하는데 있어서는 일본인과 조선인이 따로 없었던 셈이다. 일제시대의 공식적인 한국 표범의 살상 개체수는 624마리다. 그러나 기록되지 않은 밀렵까지 합한다면 천여 마리 이상의 한국 표범이 살상된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 표범은 한국전쟁을 거치며 거의 절멸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1960~70년대에도 한국 표범 학살 기록은 간헐적으로 계속된다. 공식적으로는 1962년 경남 합천 오도산에서 포획되어 창경궁에서 머물다 1974년에 죽은 표범이 한국의 마지막 표범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한국 표범의 멸종을 공식적으로는 선언하지 않고 있다. 현재 아무르 표범은 지구상에 단 50여 마리만이 생존해 있다. 그들은 러시아 연해주 부근에 서식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그곳을 국립공원 '표범의 숲'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숲에서 불법으로 벌목된 나무가 중국으로 넘어가 값싼 가구로 가공된다. 세계 각지로 수출되는 가구가 아무르 표범의 서식지인 숲을 꾸준히 침식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 표범의 역사는 자연계에서 어떤 종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인간 중심주의 시각이 갖는 위선을 폭로한다. 인간은 멸종을 '환경변화의 부적응'에서 찾고자 한다. 하지만 대부분 종의 멸절은 사실은 자연사가 아니다. 인간 제국의 총을 앞세운 학살, 서식지 침탈이었다는 것을 한국 표범이 증언하고 있다.

남영화_숲으로 돌아온 표범-I_알루미늄_122×158×43cm_2016_부분
남영화_tempting city_스틸, 레진, 구슬_90×40×40cm_2016
남영화_휴식_레진_45×90×17cm_2016
남영화_질주_레진_30×39×19.5cm_2016
남영화_마주한 진실_레진, 금박, 나무, 핸드 그리인더_139×90×39cm_2016

'공존'의 시작 ● 공존의 시작은 공유의 감각에서 시작된다. 공유의 감각이란 소유에 대한 자기 제한 즉, 자기 한계에 대한 감각이다. 인간은 자연에 대한 자신의 지배욕과 소유욕에 대해 스스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자연이라는 무대에는 인간만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숲이 살아있고 그 속에 표범이 살아있던 시절, 인간은 자연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을 가졌다. 표범은 인간에게 힘의 한계를 알게 해주는 존재였다. 그런 두려움과 한계 설정이 없었다면 인간은 지혜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두려움을 모르는 것을 용기라 칭찬하고, 어떤 것과도 맞서 싸워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고취는 오히려 인간을 망쳐 지구를 파국으로 이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숲을 되살리고, 표범을 되돌아오게 하자. 우리 자신의 교만함을 버리고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도록. 우리가 자연을 두려워하도록. ■ 채희철

남영화_뒤돌아보다_레진, 금박, 나무_49.5×32×13cm_2016
남영화_하나의 시선_레진에 아크릴채색_65×86×6cm_2016

그들의 아름다움은 축복인가... 비극인가... ● 어느 국가나 민족에는 스스로를 상징하는 동물이 있기 마련이다. 건국신화와 관련이 있거나 국토의 생태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말할 것도 없이 호랑이였다. 신화, 설화, 속담, 민화, 올림픽 마스코트 등으로 우리 삶속에 다양하게 등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호랑이는 친숙한 동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그들은 한편 표범이기도 했다. 호랑이의 순 우리말은 '범'이다. 豹(표)라는 한자로 표범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우리 조상들은 오랫동안 표범과 호랑이를 '범'으로 아울러서 불러왔다. 그래서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도 종종 점박이 무늬의 표범이었던 것이다. 표범은 한반도의 최상위 포식동물이자 대형 맹수였고 한때 우리나라는 '표범의 땅'이라고 불릴 만큼 개체수도 호랑이보다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의 숲에 살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슬프게도 지금은 호랑이도, 표범도 일제 강점기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20세기 중반에 이미 우리 땅에서는 사라졌고 현재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되어있다. 남획의 이유는 당연하게도 모피와 고기였고, 때로는 그들의 영험성으로 인한 치유의 소망이었다 ● 우연히 보게 된 흑백사진 속 표범은 1962년에 산 채로 잡혀 창경원에서 12년 동안 사육되다가 생을 마감한 한국의 마지막 표범이었다. 그러나 사진 속 표범은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생명력이 넘치는 맹수의 모습이 아니었다. 관람객들의 시선에 지쳐있었고 슬퍼보였다. 그는 산에서 생포되었던 순간부터 마지막 숨을 내뱉는 순간까지 내내 그리워했을 것이다.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인 숲, 포근한 흙, 새벽안개, 울창한 나무, 부드러운 바람, 높은 하늘, 반짝이는 물결들을. 비극으로 생을 마감한 사진 속 표범이 다시 숲으로 돌아간다면...? 이런 상상으로부터 이번 작업이 시작되었다. ● 표범에 흥미를 갖게 된 출발점은 나의 고양이들 때문이었으나, 자료를 찾을수록 그들은 신비스럽고 경이로운 완벽한 생명체로서 나를 매료시켰다. 뚜렷하고 강렬한 눈매와 아름다운 무늬, 우아하고 유연한 움직임, 날렵하면서 강력한 힘. 어떻게 이 모든 것들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아름다운 생명체의 거친 숨소리와 야성이 가득 서려있는 눈빛, 균형잡힌 몸과 꿈틀거리는 생명력까지 모든 것을 작품에 담아내고 싶었다. 우리 산하에서도 이 경이로운 생명체가 공존했었다는 사실과 몇 백 만년의 시간을 통해 탄생한 종(種)이, 인간의 탐욕으로 한순간 멸종위기종으로 전락한 안타까움도 함께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더욱 슬픈 것은 이 비극적인 운명이 현재에도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 남영화

Vol.20161212g | 남영화展 / NAMYOUNGHWA / 南映和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