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1214_수요일_05: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_(주)포도디엔씨 기획,주관 / 디자인60 * 본 프로그램은 서울문화재단의 2016년도 「서울메세나지원사업」의 지원금으로 추진됩니다.
관람시간 / 10:30am~06:00pm
세움 아트스페이스 SEUM ART SPACE 서울 종로구 삼청로 48(소격동 73번지) Tel. +82.(0)2.733.1943 www.seumartspace.com
풍경, 그 중에서도 도시 풍경을 꾸준히 작업해 온 권인경, 박능생, 박영길, 조풍류 4인의 작가는 한국화 부문에서 눈에 띄게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작가들이다. 이들은 2014년 부터 뜻을 모아 수락산,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 등 서울의 명산과 둘레길 등 서울을 직접 걸으며 사생하였고, 실경 산수를 작업하면서 그림과 풍경, 도시와 서울에 대한 담론을 펼치면서 자연스럽게 '더 서울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벌써 4회째 전시를 갖는다. 2015년 1월, 작은 드로잉 작품으로 선보인 전시를 시작으로 12월에는 드로잉 작품들과 함께 대형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를, 2016년 11월에는 베를린에서 독일작가 3인과 함께 교류전을 가졌고 이어서 이번 전시에도 대형작품들을 준비하고 있어, 2년 사이에 바쁘게 움직인 네 번째 전시로 이들의 가능성과 작품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의 자연에 대한 심미안을 엿볼 수 있는 산수화를 감상하다 보면, 자연을 바라보는 대상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즐기며 감동하는 선비의 풍류사상을 엿볼 수 있다. 화려하고 바쁜 서울이라는 공간 속에서 요즘처럼 시국이 어수선한 때에 풍류를 이야기하기에는 다들 너무 지쳐있는 듯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서울 프로젝트' 작가들은 고맙게도 이를 잊지 않았다. 자신의 생활 속에, 작업노트에, 그리고 작업 속에 이를 녹여내어 네 명의 작가가 네 가지 색깔로, 사색하는 시인의 눈으로, 사인-사색(四人-四色, 詞人-思索)으로 풀어내고 있는 이번 세움아트스페이스 전시는 12월 14일 시작하며, 4개 층의 전시장을 한 작가당 한 층씩 사용하여 각자의 특색 있는 대형 작품들과 드로잉을 선보인다. 이 프로젝트가 서울에서 멈추지 말고 우리강산, 우리 시대를 보듬어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담아내어 우리들의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 디자인60
세계의 큰 도시들 중 산을 도시내부에 품어내고 있는 곳은 서울이 거의 유일무이하다. 주로 평지를 전제로 한 도시들과 달리 서울은 네 개의 산(인왕산, 남산, 낙산, 북악산)과 이를 둘러 싼 북한산, 용마산, 관악산, 덕양산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물줄기들이 이루는 풍경을 지닌 독특한 장소이다. 인공의 랜드마크가 다가 아닌 오히려 도심 속에 존재하는 자연이 하나의 랜드마크인 공간이며 그리하여 고유의 옛 풍경이 채 사라지지 않은 과거의 시간성을 오롯이 지닌 곳이다. 한양도성 또한 18킬로가 넘는 성곽길로 평지와 산의 등선을 연결하며 서울 전체를 감싸고 있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유유자적 절경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 겹쳐진 산들 사이로 건축물들과 삶의 공간들이 직소퍼즐처럼 펼쳐져 있고 이를 한강이 에둘러 있는 서울은 현대의 인간들에게 현실 안의 유토피아, 즉 헤테로토피아이다. 서울은 짧은 시간 안에 무수히 많은 시공간이 압축되어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지녔다. 이 기형적이라 함은 단순히 형태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부에 놀랄 만큼의 다양한 삶의 형태와 기억들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장소'는 기억이 저장되어 있는 곳이다. 장소의 기억을 살려내는 것은 인간들의 지도나 기록물, 그리고 각자의 기억흔적에 대한 발언들이다. 나는 서울이라는 장소에서 연관된 여러 삶의 모양들을 발견하고 그 장소를 작품을 통해 체험 하고자 한다. 이는 서울의 재발견이며 그런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풍경은 그 자체의 미적 요소의 발견이라기보다는 장소를 세우고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무수한 기억들, 역사와 대면하는 것이며 갈구하는 유토피아에 다가서고자 함이며 궁극적으로 이를 통한 자기 자신에 대한 바라보기 이다. ■ 권인경
나의 작품은 도시 곳곳을 체험하면서 현장에서의 모필 드로잉을 작업의 중요한 과정으로 여기면서 몸으로 경험된 감각을 표현한 것이다. 나의 도시표현은 두 가지 시점으로 분류된다. 「서울」·「대전」·「부산」 등의 전경과 「인왕산」, 「남산」 등은 멀리서 조망하여 넓게 펼쳐진 거시적 시점을 보여준다. 서울 전경을 그리기 위해 북한산의 봉우리를 2년 동안 오르내리면서 느꼈던 경험은 도시를 알아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을 이동시점을 통해 파노라마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편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또는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가지게 된 장소감은 미시적 시점을 보여준다. 「난지」·「금천」·「뉴욕」 등 다양한 도시와의 만남은 다양한 매체 실험을 통해 더욱 구체화 될 수 있었다. 동양의 전통 매체를 익히면서 시작된 나의 풍경그림은 전통산수에서 도시풍경으로 전환됨에 따라 다양한 매체적 실험이 가해졌다. 지·필·묵으로 시작된 그림은 낡고 초라한 집의 벽을 표현하기 위해 토분을 사용하게 되었고, 인도 여행 이후 색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은 후에는 빨강·초록 등의 원색들을 바탕으로 처리하며 강렬한 인상을 주도록 하였다. 또한 파묵과 발묵 등 먹과 화선지가 주는 필묵의 효과 대신 거칠고 건조한 도시의 이미지 표현을 위해 갈필과 점으로 변화를 주었으며, 이러한 표현을 위해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나무를 그리는가 하면, 캔버스 천의 거친 질감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오래된 건물의 노후 된 간판과 벽면들의 질감 표현을 위해서는 오일파스텔과 아크릴 등의 다양한 매체를 그림에 적용하였다. 도시의 경관을 표현하는 나는 그동안 장소를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은 위와 같은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장소를 체험하고 경험된 모든 감각을 육화시켜 나가는 것이 나의 장소 표현 방법이다. 체험된 모든 경험은 감각이 되고 그 감각은 나의 몸을 통해 다시 감각덩어리인 작품으로 표현된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하는 장소성은 내 몸이 체험하고 경험하는 장소성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 박능생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곳에 살면서도 자신의 공간을 잊고 살아간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은 주변의 움직임을 받아들이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변화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다. 풍경은 그 사이에 지나가고 흘러가면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이에 봄과 여름은 잠시 머물다가 사라지고, 간간히 들려오는 사람들의 대화 사이에 바람은 스치듯 공간을 통과한다. 오래된 성곽 위를 오르거나 가까운 하천을 거닐면 서울은 언제나 새롭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같은 곳에 있다고 해서 그 장소에 대한 인지하는 것이 서로 다른 것처럼 서울에 거주한다고 해서 똑같은 것을 느끼며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너무나 친숙하거나 익숙하여 놓치는 것들을 보여주고자 이곳저곳 발걸음을 옮겨본다. 직접 거닐거나, 운전 중에 바라보거나,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느낌은 스케치와 사진으로 수집한다. 모든 감각들을 열어 그곳이 지니고 있는 바람과 나무 그리고 대지를 느끼고 반복적으로 바라본다. 같은 풍경을 대할 때 작가들의 그림이 서로 다른 이유는 선을 읽어나가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대상의 선을 해석 하는 과정에서 드로잉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선에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습관이나 태도처럼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느낌이 다른 선을 표현한다는 것은 충분한 시간과 반복적인 대상에 대한 집착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작품제목이 'Wind-road'인 이유는 풍경의 또 다른 나만의 표현이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변화의 움직임을 가져오는 바람과 길 위에서 항상 다름을 인식하게 한다. 작품은 가능한 그 곳에서 느껴지는 드로잉을 통한 공감각적인 표현을 재구성하여 그 위에 인물과 상황을 재구성하게 된다. 작가가 해석한 공간 속에 각기 다른 불특정다수의 인물과 대상들을 배치하여 화면속의 인물이 되어 또 다른 감흥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바람이 부는 길 위에서 시간과 공간을 재해석하여 대상이 가지고 있는 무언의 어떤 것을 선적인 언어로 표현하려 한다. ■ 박영길
서울은 세계 어느 나라의 수도보다도 산과 물이 균형과 조화를 이룬 멋진 도시이다.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명당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최고의 명당이라 한다. 조산(朝山)이 되는 북한산을 배경으로 북악산이 현무가 되고 좌측엔 좌청룡인 낙산과 우측엔 우백호인 인왕산이 시위하고 있다. 북악산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주작인 남산이 버티고 있다. 이 네 개의 내사산 안에는 명당수라는 청계천이 흘러 한강과 만난다. 물길 또한 한강이 동북쪽에서부터 서울의 남쪽으로 감싸 안고 돌아 서북쪽으로 흘러서 바다로 들어간다. 도봉산, 북한산, 북악산, 인왕산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기암절벽들은 백색화강암으로 이루어져 흰빛의 거대한 바위로 솟구쳐 있다. 이렇듯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룬 서울의 만고강산, 강산풍월은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를 해도 손색이 없는 도시가 아닐 수 없다. 조선왕조 500년, 그 역사 속에서 한양은 조선후기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로 대표되는 진경시대와 같은 문화의 황금기에 서울의 아름다운 풍광을 그려 진경산수화로 남겨지기도 했다. 그 후 일제식민지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서울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오래된 것들은 무조건 낡은 것이라 부수고, 디자인을 강조한다고 화려함으로 채색하면서 국적불명의 새로운 건축들과 고층건물들로 채워지는 그런 도시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 빌딩숲이 된 서울의 땅 속에는 600년이라는 시간이 켜켜이 묻혀 있건만, 이제 서울이라는 도시 속에선 오래된 시간을 읽을 수 없고, 과거를 느낄 수 없는, 단지 현재와 미래만 있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역사는 건설되는 것이 아니라 쌓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도 서울 어딘가에서는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오래된 역사가 부셔져 가고 있다. 나는 이러한 서울의 변화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래서 현재, 지금의 서울을 찾고 그 모습들을 그림으로 기록해 놓으려 한다. 단순한 화려한 서울의 산천을 소재로 눈에 보이는 서울의 풍경이 아닌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진경산수를 그리고자 한다. ■ 조풍류
Vol.20161211b | the SEOUL project 더 서울프로젝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