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남아있는 Still remained

김문영展 / KIMMOONYOUNG / 金文泳 / installation.sculpture   2016_1207 ▶ 2016_1213

김문영_시선_동태눈알_투명레진_가변설치_201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팔판동 115-52번지) B1 Tel. +82.(0)2.737.4678 www.gallerydos.com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도시 생활권이 전부였다. 언제인지 기억 못하지만, 어릴 적 낚시하는 광경에서 인간이 동물의'생명'을 취하는 모습을 보았었다. 이 장면은 잔인함과 끔찍한 기억으로 지금까지도 각인 되어 왔다. 성인이 된 지금도 육류와 어류를 보면, 어릴 적 보았던 동물의 사체가 떠오른다. 이런 기억 때문에 물컹거릴 것 같은 육류와 어류는 지금도 만지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반드시 동물과 식물을 취해서 살아야한다. 때로는 인간의 생명존속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타생명체의 죽음이 나의 갈등이 되었고, 인간의 모순된 생명관이 나의 의문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시각화하고, 작업에 몰입 할 수 있었다.

김문영_바다아래 숨쉬는_스컬피, 오브제_가변설치_2016
김문영_바다아래 숨쉬는_스컬피, 오브제_가변설치_2016_부분

무관심이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 사이의 소통도 쉽지 않은데, 인류와 더불어 공존하는 생명체와의 교감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모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생명체들과의 교감을 모색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일 것임을 확신하였다. 이러한 나의 생각에 대한 근거를 찾기 위하여 생명에 대한 경시 상태를 확인 하고자, 마장동과 모란시장, 경동시장 등 재래시장을 찾아 다녔다. 유년기시절 낚시터에서 목격한 무차별한 생명체의 죽임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재래시장을 다니는 것이 나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고, 식재료를 손질하는 광경을 피하지 않고 대면하는 과정에서 생명 윤리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시장 안에 있는 다양한 식재료들, 정육점에 즐비하게 걸려 있는 살덩이들,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진 건어물들을 일상에서 사용하는 소재와 결합하거나 캐스팅 하는 작업 소재로 사용하였다.

김문영_한아름_오브제_300×35×35cm_2016

본인의 작업에서는 인간에 의해 먹고 남겨진 동물사체의 일부분이 작품소재로 사용된다. 일상의 사물에 결합하고, 재조립하여 작품을 구성하기도 하였다. 여러 가지 오브제들은 생물과 무생물과의 간극, 시체와 생명체의 경계에 대한 환기를 하고자 한 것이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생선 눈알을 다양한 형태로 재탄생 시키고 싶었다. 생선찌개에서 버려지는 하얗고 동그란 모습에서 진주를 연상케 하였고, 이를 귀중품인 보석으로 재탄생시키고 싶었다. 버려지는 생선 눈알에 보석처럼 귀하고 아름다움과 소중한 가치를 더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3년 동안 모아왔던 생선 눈알을 샹들리에 구슬로 사용하거나, 귀중품의 형태로 사용 하였다.

김문영_별하나_동태눈알, 투명레진, 비즐, 오브제 30×40×40cm_2016

일상에서 매번 일어나는 일들이 있다. 나는 동물 한 마리를 먹는다. 그리고 동물은 내 몸속으로 들어와 또 다른 나를 만든다. 지난 오래된 시간 동안 먹어왔던 동물들에 의해 나는 만들어 진다.'나'라는 존재는 타자의 생명에 의해 또 다른 차원으로 내가 된 것이다.

김문영_별하나_동태눈알, 투명레진, 비즐, 오브제 30×40×40cm_2016_부분

산다는 것은 죽음을 전제로 하고, 소비하기 위해 희생되어진 생명체의 형상을 맞닥뜨리면서 나는 감정과 편견을 잊은 채 보라보기만 해야 했다. 그러나 음식들은 모든 관념과 기억을 잊고 식욕만 느끼게 만든다. 먹는 것에 길들여진 생활 속에서 식욕이 당연시 되는 것과 삶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생명체의 생명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 모순의 사이에서 결렬한 작업의 의지가 솟아난다.

김문영_무제_테라코타, 펜글씨, 오브제_가변설치_2016

싸워야 할 적이 선명하게 보이던 시대의 사람들은 차라리 행복했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주위에는 인간으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묵살하고 폭력적 수단으로 생명까지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무기들이 존재한다.

김문영_tap tap tap_구두, 연질, 실리콘, 비즐_30×25×25cm×2_2012

먹는다. 먹는다. 먹는다. 멈추지 않고 누군가를 희생시켜야만 내가 존재한다. 그들에 의해 나는 살고 있다.

김문영_아침햇살눈부신날_스테인리스, 오브제_가변설치_2012

산다는 것은 죽음을 전재로 하고, 소비하기 위해 희생되어진 생명체의 형상을 맞닥뜨리면서 나는 감정과 편견을 잊은 채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 김문영

Vol.20161206b | 김문영展 / KIMMOONYOUNG / 金文泳 / installation.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