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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토요일_12:00pm~05:00pm / 일요일 휴관
미나 아뜰리에 MINA ATELIER 서울 서초구 방배로42길 28(방배동 773-8번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나서 일생을 보내다 죽음을 통해 가족을 떠난다. 그만큼 가족이라는 사회적 관계는 다른 외부의 인간관계보다도 특별한 친밀감과 애착관계를 바탕에 두고 있다. 혈연관계뿐 만아니라 같은 공간 안에서 겪는 공통된 경험이 만들어내는 친밀감은 서로의 삶에 끊기 어려운 연결고리를 만든다. 여기에 가족 내에는 신뢰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우리는 가족의 인연의 깊이에 더욱 의미를 두게 된다.
그러나 누구나 그 사회적 관념에 들어맞는 가정생활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는 가족이 심신을 달랠 수 있는 안식처, 서로 간의 완벽한 이해와 의사소통으로 이루어진 관계일 수 있지만 누구에게는 단절된 상호작용, 갈등, 심지어 폭력으로 얼룩진 집단일 수도 있다. 아무리 피와 정이 섞인 특별한 인간관계라 하여도 가족도 역시 개인 간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관계이기 때문에 여느 인간관계들과 같이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간과한다. 가족 내에서도 욕, 비난, 침묵, 의견묵살 등의 언어적 학대 및 신체적 학대가 행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가족 외부에서 겪는 갈등 및 폭력보다도 가족 내의 경험이 더욱 비중 있는 삶의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가족에게 기대하는 애정의 정도가 크기 때문이며, 사회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화목한 가정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가족이라면 우리가 평생을 끊어낼 수 없는 질긴 인연의 끈을 나누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소중한 가족의 관계라면 가족 외부의 다른 관계들보다도 더욱 서로를 위하는 말과 배려를 나눠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우리는 친밀감을 무기로 외부의 관계들에게는 차마 하지 못하는 잔인한 말이나 신체적 폭력을 행하곤 한다. 우리가 흔히 하는 가족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나 친밀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친밀감의 역설적인 면모이다. 그러나 이 친밀함으로부터 만들어진 애정과 의지의 정도로 인해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가 다른 사회적 관계에서 받은 상처보다도 더욱 깊게 마음속에 새겨진다. 또한 오랫동안 지속되는 관계 때문에 상처의 원인조차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속에 가장 깊게 새겨진 상처를 이야기 할 때면 어김없이 가족에게서 받은 말과 행동이 등장하는 것이다.
나 역시도 가족경험으로부터 기인한 나만의 감정과 각인이 존재한다. 나는 가족 내에서 행해진 비난, 권위적인 의사소통으로부터 받은 마음 속 상처를 갖고 있다. 이 상처는 가족에 대한 나의 기대와 이상으로 인해 마음 속 깊은 각인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나 역시도 다른 이들과 같이 나의 가족 갈등을 외부에 그대로 보여주며 도움을 요청하거나, 누군가에게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음속 감정들을 해소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가족갈등으로 인해 생긴 나의 상처를 외부에 이야기하는 것이 마치 가족집단의 영속성을 와해시키는 '내부 고발'인 것만 같은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의 누군가에게 가족 갈등에 대해 있는 그대로 터놓는 것은 나의 가족을 '가족답지 못한 가족'이라고 낙인을 찍는 것만 같았다. 이 때문에 나는 그저 가족의 일은 가족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인내하며 침묵하였다. 그러나 지속적인 가족의 관계성으로 인해 나의 가족 갈등은 사라지지 않았고, 나의 내부에 쌓이고 쌓여 더욱 깊은 상처로 새겨졌다. 결국엔 감추고 있던 내적 상처가 나의 삶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어느새 작품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나는 작품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의 내적 상처를 외부에 내놓음으로써 나의 상처자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가족 역시도 사회 속 인간관계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생각은 내가 가족을 미워하고 가족으로부터 상처받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족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었다. 물론 내가 나의 가족 이야기를 작품으로 드러내는 것에 있어서 죄책감이나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버린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나의 작품이 불효인 것만 같아 숨기고 싶을 때가 있다. 아마도 이 두려움은 나의 작품 활동에 있어서 큰 과제가 될 것이다.
나의 가족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되면서 나는 나의 작품을 본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가족 이야기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나에게 이야기하였고 그 과정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얻었다. 어떻게 가족이 그럴 수 있어? 우리가 가족과의 갈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내뱉는 말이다. 하지만 가족도 인간들의 집단이기에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더 잔인하다. 나는 작품을 통해 가족의 문제가 깊은 각인을 새기는 지울 수 없는 상처라는 것을 인정하고 가족 역시도 외부의 다른 인간관계와 같이 미워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 현여람
Vol.20161205b | 현여람展 / HYUNYRAM / 玄與藍 / painting.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