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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예술'의 시작 『미래 예술』은 1990년대부터 2016년까지 국내외에서 열렸던 주요 공연 예술들을 세세히 다룬다. 그러므로 공연 예술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동안 어떠한 공연들이 열려왔고 그 공연들이 어떤 면에서 주목을 받았는지 파악하는 데 이 책이 분명히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책은 공연 평론이나 리뷰를 일반적인 방식으로 엮어 보여주지 않는다. 우선 '미래'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한 후, 그 관점 아래 연극, 춤, 몸, 언어, 극장, 실재, 관객 등 공연 예술의 주요 개념들을 분석하고, 그 맥락 위에 주목할 만한 공연들을 배치한다. 그러므로 『미래 예술』은 수년간 공연 예술을 기획하고 연구하고 직접 무대에 올려온 저자들이 그린 새로운 미래 예술의 지형도이다. ● 이들이 말하는 '미래'란, 선형적인 시간이 아니라, 예술이 계속해서 생성해내는 가능성들이 임박한 상태다. 이들이 말하는 '미래'란, 이러한 가능성들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도래하지 않은 미완의 시점에서 오늘날의 예술을 바라보기. 그러므로, "미래는 늘 현재형"이다. "『미래 예술』은 '미래'에서 '예술'을 본다." ● '미래'에서 '미래'로서 예술을 바라보기 위해, 『미래 예술』은 과거를 다시 바라본다. 과거의 이름은 '모더니즘'이다. 그간 회화의 순수성을 옹호하며 미술관에 침투하는 불순한 '연극성'을 경계해온 현대미술의 특징이었던 모더니즘이야말로 환영주의라는 19세기 전통에 함몰되어 한참 뒤처져 있었던 연극성에, 공연 예술에 필요한 정신이다. 이곳에서 모더니즘은 철저한 자기비판과 자기부정을 통해, 즉 "예술 자체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기반으로 한 "미래의 근원"으로서, 공연 예술을 혁신하게 된다. 『미래 예술』은 이러한 질문들을 무대에, 현실에 던진다. 질문이 던져진 곳에 피어날 가능성들을 바라보며.
■ 책 속에서 본문 113~114쪽오늘날 중요한 것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혹은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말한 미메시스의 근원적 원칙들을 복원하는 일이 아니다. 모방을 넘어 자연을 회복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는 무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관계들을 초기화하고 기존의 개념적 설정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일이 필요하다. ● 미메시스의 퇴색된 의미가 연극을 속박해왔음은 사실이지만, 연극의 시급한 사명은 미메시스의 근본적 의미와 기능을 소환함을 넘어 미메시스 담론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일이다. 미메시스의 근원을 재고함은 그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초는 새로운 가능성의 모색으로 열려야 한다. 21세기 연극은 '모방'뿐 아니라 미메시스의 총체적인 틀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즉, 연극의 감각은 다양한 경로로 발생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의 새로운 관계. 사람과 예술, 사회와 예술의 새로운 관계. 시어터의 가능성은 개인과 개인의 근본적인 차이, 그리고 그 차이에 대한 본질적인 예우에 있다. 시어터는 사유이자 관계이며, 미학이자 윤리다. ● 연극의 무대에서는 그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관객에게도 마찬가지다. 본문 149~150쪽춤에 대한 성찰은 모더니즘이 내렸던 불완전한 강령들로부터 혁신을 추출한다. 모더니즘의 질문은 모던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는 활로이다. 모더니즘의 방법론은 모더니즘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형식'이라는 말로 보호되었던 '모던 댄스'의 빗장을 허물기. 사유와 신체를 개방하기. 사유의 새로운 궤적은 다양한 '본질'들을 발굴하고 상상하고 창출한다. 현재형의 다발적 발생들. 묵은 질문은 이 다각적인 궤적을 재사유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춤'이란 무엇인가? 본문 370쪽오늘날 극장이라는 기본적 장치를 환기시키는 작품들은 예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새로운 인식의 영역으로 불러들인다. 재활용된 모더니즘의 폐기품은 연극이나 무용이 품지 못했던 새로운 질문들로 화려하게 되살아난다. ● 극장이라는 기본적 장치는 오늘날 무엇을 의미할까? 어떤 사유를 촉진할 수 있을까? 무대와 객석 같은 즉각적인 물리적 조건은, '연극'이라는 (그 어떤 매체보다도 거대하고 유기적인) 장치에 대한 어떠한 사유를 촉발할 수 있을까? 즉각적 조건들에 대한 자기비판은 '연극'이라는 장치 자체를 어떻게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을까? ● 무대(scene)를 제거(ob-)하는 것은 외설(obscene)이다. 길들여진 감각을 뒤흔들기. ● 장치를 풀어 헤치는 것은 곧 감각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다. 본문 400쪽오늘날 예술의 기능을 재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예술 매체의 은유적 위상에 대한 예찬이 아니다. 통찰력 자체에 대한 놀라움에 그치는 안위가 아니다. 세상이 연극을 닮는다는 사실이 연극의 매체적 우수성을 말하기 위한 비약적 논리로 작동될 수는 없다. ● '실재로서의 무대', 그리고 '무대로서의 실재'의 효험을 입체화하기 위해 오늘날 필요한 것은, 실재에 내재하는 작위적 장치를 통찰하는 일, 그리고 재현 체제에 내재하는 작위적 장치를 통찰하는 일이 아닌가. ● 세상은 전부 복제이며, 실재는 장치일 뿐이다.
■ 지은이_서현석 서현석은 근대성의 맥락에서 공간과 연극성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헤테로토피아」(서울, 2010~11), 「영혼 매춘」(서울, 2011), 「매정하게도 가을바람」(요코하마, 2013), 「From the Sea」(도쿄, 2014) 등의 장소 특정 퍼포먼스, 「Derivation」(2012), 「잃어버린 항해」(2012~ ), 「하나의 꿈」(2014), 「Zoom out / Zone out」(2013~14) 등의 영상 작품을 만들었다. 다원 예술 잡지 『옵.신』을 공동 출간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괴물 아버지 프로이트: 황금박쥐/요괴인간』 등이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다. ■ 지은이_김성희 김성희는 기획자로서 다양한 예술 형식과 관점을 소개, 제작해왔다. 2007년 다원 예술 축제 '페스티벌 봄' 을 창설해 2013년까지 초대 감독을 맡았고, 국제현대무용제(Modafe, 2002~5), 백남준아트센터 개막 축제 스테이션 2(2008), 국립아시아 문화전당 예술극장 초대 예술 감독(2013~16)을 역임했다. 동시대 예술의 국제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아시아 동시대 예술에 관한 담론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원 예술 잡지 『옵.신』을 공동 출간하고 있으며, 계원예술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 목차 들어가며 ― '미래'의 고고학 1 무대의 모더니즘, 혹은 '미래'의 잔상 2 연극이란 무엇인가? 3 춤이란 무엇인가? 4 몸이란 무엇인가? 5 언어란 무엇인가? 6 극장이란 무엇인가? 7 실재란 무엇인가? 8 관객이란 무엇인가? 나오며 ― 미래로서의 예술 주 작가 목록 찾아보기
Vol.20161203k | 미래 예술 / 지은이_서현석, 김성희 / 작업실유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