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8:00pm
청림갤러리 CHEONGRIM GALLERY 경기도 광명시 철산로 36 알렉스타워 9층 Tel. +82.2.2687.0003 www.gcr.kr
자기 전 침대에 엎드려 끄적이며 일기를 쓰는 날은 그저 그런 평범하고, 무던한 보통의 날은 아니었다. 이따금 감정의 바다가 슬그머니 부풀어올라 내 마음에 차 올랐다가 큰 파도가 일렁이며 요동치고 불안한 바람이 이리저리 나를 제멋대로 이끌 때 나는 딱 그만큼 감정의 속도로 일기를 썼다. ● 은근한 꽃 향기에 괜스레 설레는 5월에는 리젠트파크 강변에서 오래된 나무로 만든 로잉보트를 탔다. 서투른 노 젓기만큼이나 천천히 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신이 보여줄 수 있는 이 땅의 모든 아름다움을 보고 있었다.
어느12월에는 차가운 공기만큼이나 반갑지 않고 날카로운 아픔이 성큼 찾아와 나를 밀치고 무너 뜨렷다.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어찌할 바를 몰라 하얀 피를 흘렸다. 꽤 오래 그 폭풍 속에 우산 없이 서있다가 내일기장의 꽃들도 비에 젖어 얼룩덜룩 미워졌다. 그 설레거나 슬프거나 했던 감정의 커다란 섬들이 점점 멀어지며 지난 페이지가 되고, 묵은 일기장이 된 지금, 나는 고요하고 잔잔한 얕은 호숫가에 우두커니 서서 곧 깨어질듯 불안했던 유리 같은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살풋한 설렘을, 둔한 통증이 된 그리움을 나는 이제 추억한다.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이 모든 낯선 감정에는 관심과 위로가 필요하다. 알 수 없는 긴 터널 속을 지나며 헤 메이고 서성이는, 당신들의 크고 작은 섬들에 조용히 들어갈 수 있다면 살며시 다가가 이야기하고 싶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기쁨도, 어둡고 위태로운 아픔도 모든 것은 이 시절을 살아내는 소중한 당신의 마음이라고...... 그리고 그 마음을 천천히 꼬옥 길게 안아줄 것이다.
그날을 기억하는 시간 속에 나의 꽃들은 각기 다른 표정으로 존재한다. 지나간 추억인 듯 아스라이 멀어지다 선명하게 다가오고, 흔들릴 듯 새로운 이끌림 후엔 뿌연 흔적만 언저리에 남아있다. 작업의 시작은 언제나 처음 만났던 내 마음속의 감정들을 추억하면서부터 이다. 낯설어서 아름답고, 혹은 익숙해질까 두려웠던…… 그저 불어오는 바람에도 꽃잎처럼 쉬이 흩날리던 나의 마음을 조용히 만져보며 오늘을 천천히 흘려 보낸다. ■ 박신영
Vol.20161202a | 박신영展 / PARKSHINYOUNG / 朴頣渶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