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tiness-창 (窓)

전은희展 / JUNEUNHEE / 田銀姬 / painting   2016_1130 ▶ 2016_1213

전은희_늦은 오후_한지에 채색_100×165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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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1130_수요일_06:00pm

후원 / 서울시_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30am~06:00pm

세움 아트스페이스 SEUM ART SPACE 서울 종로구 삼청로 48(소격동 73번지) Tel. +82.(0)2.733.1943 www.seumartspace.com

고정된 풍경, 움직이는 시간 ● 수많은 발걸음으로 수집된 풍경들은 나의 일상적 주변의 풍경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풍경을 가진 장소들이다. 지난 수년간 특별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풍경들을 관찰하고 수집한 것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꼭 목적의식 없이 플라뇌르적으로 다니기만 한 것도 아닌 듯싶다. 분명히 내 발길에, 내 의식 속에 먼저 떠오르는 장소들이 있었고, 그런 의식 속에 도착했던 장소들은 하나같이 다듬어지고 깨끗한 현대 도시의 장소들이 아니라 그 뒤에 가려진 후미지고 오래된 곳, 새로 생겨난 도시의 건축물들에 가려져 쪼그리고 숨어있는 것처럼 유지되고 있는 오래된 주거 장소들이었다. 나의 의식이 향하는 그러한 장소들에는 시간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시간에는 사람들의 일상이 쌓여있다. 이렇게 쌓인 일상은 존재를 존재하게 하고 역사를 만든다. 목적의식이 없는 산책 같은 떠돎이라고 여겨지지만 실은 오래된 장소에 녹아있는 삶의 모습들에서 개인의 역사성과 다양성을 찾고 그것을 드러내 보임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함이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은희_녹색 창_한지에 채색_91×73cm_2016
전은희_창(窓)_한지에 채색_91×117cm_2016
전은희_연출된 이별_한지에 채색_65×100cm_2016

일반적으로 주거 장소에서의 개인들의 삶은 대동소이하며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제외한다면 장소에서의 일상적인 모습들은 구체성과 반복성을 지니고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러한 장소들에는 흔적이 남게 된다. 삶의 흔적이며 시간을 말하는 흔적들이다. 그간의 행보에서 수집된 풍경들 속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통해 시간을 말하고자함은 주택을 구획하는 담을 시작으로, 오래된 집을 품고 있는 풍경과 집들의 벽, 대문 우편함, 문패 등 주변의 소소한 사물들까지도 작업의 주제가 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나의 작업에 등장하는 크고 작은 사물들은 고정되어 있다.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시간을 고스란히 다 담고 있는 사물들은 흔적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들이 고정된 상태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파괴와 소멸을 암시하는 것이 된다. 나는 그러한 상황에 직면해 있거나 곧 직면하게 될 장소에서 그 시간들이 사라지기 전에 존재하는 사람의 존재와 부재를, 사람을 대신한 사물들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전은희_빈방_한지에 채색_122×163cm_2016
전은희_세개의 장면_한지에 채색_100×80cm_2016
전은희_오래된 침묵_한지에 채색_91×73cm_2016

창(窓)이라는 사물도 이런 맥락에서 이번 전시의 주제로 선택되었다. 그런데 창(窓)은 벽이나 담이 갖는 의미와 함께 한 가지의 의미를 더 가지고 있다. 벽이나 담과 같이 주거공간의 벽면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고정된 사물임에도 창(窓)은 단절된 공간을 소통의 공간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 즉 안과 밖을 연결하도록 만들어주는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단절된 공간을 공기가 순환하게 할 수도 있고, 빛을 받아들이거나 차단하게도 할 수 있고, 내부에서 외부 공간의 변하는 풍경을 볼 수도 있고, 외부에서 내부를 볼 수도 있으며, 시간에 따라서는 외부의 풍경을 품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게도 한다. 실제로 창(窓)은 내부와 외부의 두 세계가 만나는 표면이자 우리의 지각 체계가 끊임없이 현상세계를 만나고자하는 열망을 품게 하는 기능을 가진 사물이다.

전은희_슬픈 방_한지에 채색_73×100cm_2016
전은희_새벽_한지에 채색_160×120cm_2016
전은희_숨겨진 말_한지에 채색_100×73cm_2016

그러함으로 작품 속에서 창(窓)의 모습은 사람의 존재를 가늠케 한다. 과거에는 존재했으나 지금은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기능을 상실한 듯 보이는 창, -일견 단단하게 잠겨 있거나 다른 물체들로 막혀 있는 창도 있으며- 또 부재함에도 자연을 받아들이고 시간을 감지할 수 있게 열린 창이 있는가 하면, 창의 투명성을 통해 다른 풍경을 받아들여 겹겹의 풍경을 연출하며 존재를 암시하는 창도 있다. 이국적 향유의 대상으로서의 타자성을 띤 창과 이질적이거나 낯설게 느껴져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여 지는 창 등, 이 모두는 존재함에 대한 다양한 창이 갖는 모습들이다. 이렇듯 창이라는 프레임 속에 풍경은 고정되어 있는 듯 하지만 그 속에 보이는, 비치는, 겹쳐지는 풍경들은 시간의 흐름과 존재를, 존재함을 보여준다. ■ 전은희

Vol.20161129c | 전은희展 / JUNEUNHEE / 田銀姬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