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채움아트센터 개관展
기획 / 김은경(큐레이터)
관람시간 / 01:00pm~08:00pm / 월요일 휴관
채움아트센터 CHAEUM ART CENTER 부산시 수영구 민락수변로 29 바다마루 6층 605호 Tel. +82.(0)51.756.5332 www.chaeumart.com
최근사이 유행했던 드라마, 영화, 대중가요들을 복기 해보면 참 과거 지향적인 것들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90년대에 활동했던 가수들을 줄줄이 소환 할 정도였으니까요. 우리는 과거에 중독된 대중문화가 범람하는 시간들을 지나고 있습니다. 과거를 지향하는 유행의 이면은 불안하고 어려운 현재를 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붙잡을 수 없는 과거의 아쉬움 보다 무서운 것은 고갈된 희망과 사라진 꿈이 아닐까요? 버킷리스트를 써 내려가며 미래를 꿈꾸는 것이 사치일 수도 있는 지금의 현실에도 20년 넘게 한 길을 가고 있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 채움아트센터의 개관전 『다시-물결展』은 한 대상과 재료를 끊임없이 연구하며 다양한 조형적 언어를 지각 하고자 하는 김은주 차규선의 2인展 입니다. 작은 재료를 무시 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다루니 겉에서 배어 나오고, 지극히 정성을 다하니 겉으로 들어나며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오랜 시간 진정성으로 정성을 다하는 일이야 말로 급변 하는 세상 속에서 나를 지키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2016년 11월에 개관하는 채움아트센터는 다양한 결들이 출렁이는 광안리에 터를 잡았습니다. 치열한 생업의 현장과, 관광지로써의 결이 혼종 된 이 곳에서 바다와 같은 수평적 시각으로 다양한 문화의 결을 만들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새로운 물결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도록 채움아트센터가 함께 하려고 합니다.
김은주(1965生) ● "세상에 있는 4B 연필은 다 써 본 것 같아요" 라고 말하는 김은주 작가는 연필이라는 한 가지 재료를 통해 어느 매체로도 표현 할 수 없는 깊이를 만들어 냅니다. 그녀의 작업실 바닥은 온통 4B 연필가루로 뒤덮여 있습니다. 그 자그마한 4B 연필이 그녀의 작품 속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수행에 가까운 노동력을 필요로 합니다. 미술관과 같은 대규모 공간을 가득채운 그녀의 작업을 보고 있자면 치열한 노동으로 만들어진 작가의 작품 앞에서 경외감이 느껴 질 정도의 강렬함을 마주 할 수 있습니다.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우리의 현실은 예술과 작가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한 가지 재료에 몰두하여 휘발되지 않는 그녀를 보고 있자면 고단한 노동의 신성함과 함께 다시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기운을 얻게 됩니다. ● "나는 그리는 행위를 통해 내 본성의 건강함을 잃지 않고 있으며 삶의 고단함에서도 '다시'와 '그래도'를 삶속에 말할 수 있음을 안다. 그림 그릴 수 있음이 참 고맙다." (김은주, 작가노트 中)
차규선(1968生) ● 차규선 작가의 풍경들을 보고 있으면 거침이 없습니다. '일필휘지' (一筆揮之) 라고나 할까요. 붓을 한번 휘둘러 순식간에 써내려 간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사실, 작품의 배경에 쓰인 재료는 분청사기를 만들 때 쓰이는 흙으로, 분토와 물감을 섞어 캔버스에 바르기 때문에 작품의 배경이 마르는 2~3시간 전까지 작가는 직관적으로 거침없이 풍경들을 그려 내야만 합니다. 그의 작품은 유화(oil painting)작품과는 달리 수정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풍경들을 그려낼 때는 나무 작대기를 붓 삼아 긁어내기도, 스치기도, 뿌리기도 합니다.
20년째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2001년부터 분청사기 기법을 회화 작업으로 확장하는 연구를 하며 분청사기 처럼 여백이 있지만 부족해 보이지 않고, 하얗지만 차갑지 않은 느낌을 회화로 가져 오고자 끊임없이 연구 했습니다. ● 그런데 그가 그린 한겨울의 설경(雪徑)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매서운 추위보다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소나무의 절개와 매서운 추위를 이겨낸 뒤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전해주는 매화가 작품 속에 있기 때문일까요. 물 흐르듯 유연한 풍경들을 감상 하시며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 합니다. ■ 김은경
Vol.20161127j | 다시-물결: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김은주_차규선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