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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1124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2 Gallery2 서울 강남구 선릉로157길 33 Tel. +82.(0)2.3448.2112 www.gallery2.co.kr
어떤 사건이나 장면에 대한 완벽한 재현은 가능한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불손한가? 당연하다. 해석이 없는 인식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시선에는 절대적이고 순수한 중립의 위치는 없다. 이것은 순수한 그림도 없다는 뜻이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림은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화가의 증언이다. 그래서 사건의 목격자이자 언표자인 화가는 엄중한 책임감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자기최면을 경계하고 미망과 현혹을 물리쳐야 한다. 이은새 작가의 이전 작업은 미디어 매체나 자신의 주변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그림의 주제로 삼았었다. 해외 뉴스나 온라인에서 떠도는 영상을 채집해서 무심코 고정시킨 듯한 그의 그림은 파편적이고 순간적이다. 그는 개별적인 인물의 묘사나 대상의 재현보다 장면의 분위기와 표정을 담는 데 주력했다. 인물과 배경의 과감한 생략, 화면의 클로즈업, 거칠고 빠른 붓질은 감정의 과장과 증폭을 토해냈다. 그의 증언은 이미 현실에서 벗어났다. 시각적 깊이는 소멸됐고 부분과 토막과 조각난 것들이 승리했다.
갤러리 2에서 열리는 이은새 작가의 개인전 『길티-이미지-콜로니』는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증언하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세월호 시위참여가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시위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수집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전체적 맥락을 고려하기보다는 그저 한순간을 포착하는. 눈앞에 벌어지는 현실을 이렇게 다뤄도 되는가? 이것이 이은새 작가가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단지 자신의 작업방식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미디어 매체의 작동방식에 대한 고찰로 이어졌다. 이미지는 모든 이에게 접근할 수 있다. 예비적인 소질이나 훈련이 없이도 이미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를 포섭하는 영역은 이미지가 말(언어)보다 넓고 깊다. 그래서 이미지가 미학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전 작업보다 그림의 소재가 구체적인 것 역시 태도의 변화를 반영한다. 「얇게 뜬 풍경」은 세월호 시위현장의 풍경을 담았다. 감정과 표정을 절제하고 이은새 작가가 목도한 현실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바이킹의 소녀들」은 카메라 앞에서 망가지지 않으려는 여성 아이돌의 모습을 그림으로 재현했다. 한때 바이킹을 탄 여성 아이돌그룹의 영상이 화제가 됐다. 방송사는 그녀들이 망가지기를 바랐고(혹은 의도했고) 시청자는 그 순간을 화면 앞에서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들은 '굴욕 짤'을 남기지 않으려고 연신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굳건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림은 묘한 긴장과 가식이 흐른다. 또 다른 작품 「ㅗㅗ」는 온라인과 잡지를 통해 우후죽순 등장하던 선정적인 자세와 순진한 표정의 소녀가 이제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고 관자를 응시한다. 이은새 작가의 신작들은 이전 작업에서 보이던 빠르고 자극적인 붓질이나 과장된 묘사는 정제되고 감정을 배제한 담담한 붓질로 현실을 증언한다.
이은새 작가의 이번 전시가 '추상'적인 그림에서 '구상'적인 그림으로 선회했다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현실의 재현과 정서적 표현 사이의 거리조정일 뿐이다. 사실 현실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한 그림에 대립하는 것은 추상이 아니라 감정의 표현, 육화된 정신이다. 결국, 그림은 현실과 화가의 정체성 간의 제로섬(zero-sum)게임이다. 우리는 그의 그림에서 형식적인 변화보다 태도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그림(이미지)의 생산자로서 자신의 힘이 지닌 근본성을 자문하고 자신의 손을 더 겸손한 임무에 바쳤다. 사유의 극기다. 사회적 이슈와 여성들이 이미지의 소재로 대상화되는 현실에 저항하고자 한 자신 역시 동일한 이미지를 재생산하고 보기 좋게 완성하려고 했음을 이은새 작가는 고백한다. 자신을 관찰하고 반성하는 자조적인 증언이다. ■ 갤러리2
Vol.20161127i | 이은새展 / LEEEUNSAE / 李은새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