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1124_목요일_06:00pm
오프닝 퍼포먼스 / 강기석 * 본 전시의 오프닝 행사는 몰타맥주Cisk와 함께합니다.
기획 / 김미정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POOLAP 프로그램과 전시는 작가 김정헌선생님의 후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풀 ART SPACE POOL 서울 종로구 세검정로9길 91-5 Tel. +82.2.396.4805 www.altpool.org www.facebook.com/artspacepoolpage
'공감 중 오류'에 거는 기대 ● 아트 스페이스 풀의 2016년 마지막 전시인 『공감오류: 기꺼운 만남』은 POOLAP의 연계 전시이다. POOLAP은 'Pool Artist Incubating Program'의 약자로,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이자 교육, 비평, 교류가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지속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게 된 강기석, 무진형제, 박지혜, 신정균은 약 6개월의 시간 동안 풀을 거쳐간 선배 작가들과 비평가들과 만나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요약하면, ‹공감오류: 기꺼운 만남›은 신진작가 지원이라는 목적 하에 진행된 프로그램의 결과보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전시는 젊은 세대로 호출되는 작가들, 그리고 그들에게 한정된 특정 수식어들로 점철될지도 모른다. 전시를 직접 보기도 전에 말이다. 물론, 참여 작가들이 평균연령 30대 초반이며, 이들이 근래 어불성설의 혼란한 시대를 겪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고 그 현실은 작품에도 반영된다. ● 하지만 네 작가를 지켜보면서, '불안한 시대의 젊은 작가'가 이 전시를 수식하는 전부가 아니기를 바랐다. 시대가 정의한 언어와 섣부른 판단은 전시 제목이 말하듯 '공감의 오류'가 시작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전시는 그러한 성급함과 오판을 절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읽어보려는 시도가 발생하고, 예상치 못한 답을 얻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 희망(?)은 POOLAP을 진행하면서 발견할 수 있었다. 『공감오류: 기꺼운 만남』은 전시이면서 동시에 POOLAP이 진행된 지난 6개월의 기록이다.
이해(理解)라는 함정 ●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그리고 전시를 하기 위해 기획자와 네 작가는 가능한 한 빨리 서로를 알아가야 했고,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야 했다. 즉 이해해야 했다. 서로를 이해하는 것을 가장 큰 과제로 삼았지만 문득 공감과 이해라는 단어의 무력함을 실감하기도 했다. 이는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연계 전시에 대한 편견을 피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려 했던 시도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피하려고 작가들을 하나의 주제 아래 억지로 묶어보려는 시도에서 이미 오류가 나타나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다. 사실 네 작가들의 이야기에는 현실의 과장된 반영이나, 혹은 섣부른 단언과 정의도 없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나 해탈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가 선택한 주제에 대한 성찰과 시각적 실험, 그리고 그 과정의 느릿한 반복이 있다. 즉 타자가 되기/타자를 마주하기, 기호화된 이미지와 사건들을 수수께끼처럼 재배열하기, 전시가 끝나면 쓸모 없는 '물건'이 되어버릴 작품의 존재를 고찰하기, 삶의 문제들을 담은 무대 만들기 등 스스로가 직면하고 관찰한 장면들을 시각화한다. ● 그러나 이는 실패나 불안, 두려움에서 발생한 처절함이 아닌, 오히려 해학적인 귀결이나 시나리오를 들려주는 무대가 된다. 개인이 처한 상황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메시지는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보고도 믿지 못할 이야기들, 빗겨간 판단, 배려 없는 말이 오가는 현실 안에서 자신의 혹은 시대의 문제를 오롯이 마주한다는 것은 작가로서 꽤 중요한 자세일 것이다. 때문에 ‹공감오류: 기꺼운 만남›은 네 작가의 진중한 관찰자, 수행자로서의 태도를 공통점으로 상정하고 이들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증명하는 억지스러운 정의를 지양하고자 한다. ● 강기석이 실험해온 타자 흉내내기/되기는 타자를 이해하기 위한 행위이다. 작가의 작품에서는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는 장면이 반복된다. 그는 장님, 절름발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되어 보지만 누군가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기에, 그 결과는 늘 실패에 가까워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누군가가 되어보는 대신에, 죽은 동물을 해체해서 접합하는 박제의 형상을 영상에 담는다. 실행하는 이와 보는 이에게 괴로움을 자아내는 이 행위는 사실상 작가의 자아와 타자 양쪽에게 모두 폭력을 행사한다. 작가는 이미 죽었지만 (형태만) 다시 살아난 아기 염소에게 「큐티 하니」라는 유행가를 불러주고, 같이 걷기도 하면서 희생과 윤리에 대해 질문한다.
무진형제는 그동안 그늘진 삶의 단면, 그리고 그 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았다. 이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무진형제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통해 번안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비화(飛化)」는 개발에 의해 파헤쳐지고 있는 땅을 '구아(구렁이 아이)'라는 설화로 풀어낸다. 이는 작가의 가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도 하지만, 구렁이가 집터를 관장하고 집의 우환을 상징하는 존재라는 점도 반영한다. 무진형제는 구아를 통해 개발과 투자의 대상이 된 집, 즉 삶의 터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시장에는 재개발 현장에 버려진 물건들을 손질해서 영상과 함께 설치하는데, 영상에서 카메라는 마치 구렁이의 형상처럼 길고 낡은 오브제들을 느릿하고 천천히 훑는다. 구아에 대한 내레이션과 함께 껍데기만 남은 흔적들, 분절된 삶을 통해 작가는 땅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시점을 재고하게 한다.
신정균은 군대, 남북관계,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에서 나타나는 기호들을 비틀거나 유머러스하게 변용해 발생하는 의미의 간극을 실험해왔다. 하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이미지들 때문에 오해를 받게 되고, 경찰에게도 조사를 받게 된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승무원이었던 아버지와 자신이 겪은 유사한 경험을 병치시킨다. 하지만 관객에게 작가가 제공하는 정보들이 모호하게 읽히게 되면서 배열된 이미지들이 인식과 편견에 의해 이념적 서사로 뒤바뀌는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박지혜는 그 동안 전시가 끝난 후 버려지거나 창고에 남겨지는 자신의 작품의 존재에 대해 고민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다루끼(각재)를 남김없이 큐브로 만들어 수열대로 배열한다. 싸구려 나무로 만든 이 큐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휘거나 형태가 변할 것이다. 또한 작가는 과거작의 일부분의 형태를 다시 전시장에 소환하는데, 이 작품은 박지혜를 제외한 세 작가의 영상 작품을 볼 수 있는 극장으로 변신, 관객이 들고 이동하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이동식 극장이 된다. 또한 각 작품들은 전시장 입구에 정확하게 들어맞아 혼자 옮길 수 있는 편리함과, 전시가 끝났을 때 '처리'하기도 용이한 형태를 갖춘다. 기꺼운 오해 ● 전시장에는 네 작가의 포트폴리오와 인터뷰, 비평글과 함께 참여작가들이 주고받은 질의응답을 담은 자료들이 비치되어 관객은 자연스레 네 작가들의 과거와 현재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이 자료들은 작가들에 대한 성급한 판단을 잠시 보류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혹시라도 관객이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이 전시의 의도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해도 괜찮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물음표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블로그 포스트의 공감 버튼을 눌렀는데 "공감 중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는 팝업창이 뜰 때, 다시 한번 공감 버튼 누르기를 시도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그 오류는 분명 또 다른 방향을 만들어내어, 이미 존재하는 정의(定義)를 전복시키는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김미정
Vol.20161126c | 공감오류: 기꺼운 만남 Mistaken Empathy: Delightful Encounter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