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게 비우다

방혜린展 / BANGHYELIN / 方惠隣 / painting   2016_1125 ▶ 2016_1202

방혜린_내뿜다 - 두드림1_장지에 먹_145×112.1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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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1126_토요일_06:00pm

후원 / 인천문화재단 지역협력형사업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지오 GALLERY GO 인천시 중구 신포로15번길 69(해안동2가 8-15번지) Tel. +82.32.773.8155

1991년 어스름한 밤. 있으면 안 될 자리에 놈이 있었고. 놈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극도의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살(殺)을 담아내기엔 작은 몸뚱아리, 날카롭게 번뜩이는 저것을 붙들어라 소리치는 살(殺), 눈을 닫고 귀를 닫고 숨을 닫아 가까스로 숨긴다. 하지만 피부에 남은 감촉은 지워지지 않은 채 새겨진다. 모든 것은 그날을 기점으로 뒤집어진다. 매일 밤 잠들면 살(殺)은 놈에게 행동한다. 온갖 방법을 연구하고 반복하며 최상의 길을 찾아 매달린다. 매일 같이 꿈속에서 행해진 살의 의지는 현실에서 트라우마 덩어리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로 성장하게 만든다.

방혜린_내뿜다 - 두드림2_장지에 먹_130×70cm_2016
방혜린_내뿜다 - 두드림3_장지에 먹_165×100cm_2016
방혜린_내뿜다 - 두드림4_장지에 먹_51×100cm_2016

트라우마, 내적 상처가 치유되지도 상처가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자라온 것은 스스로의 살아남고자한 선택적 회피였다. 또한 작업은 스스로에게 살아남고자한 무의식적 외침이었다. 과거의 작업들과 현제까지 이어져 오늘 작업들은 내면 속에 갇혀있던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면 현 전시의 작품들은 트라우마라는 틀에 숨어있던 살(殺)을 작품에 담아내어 나 자신을 찾기 위한 치유의 과정이다. 즉, 작업을 하는 행위는 내면 속에 썩어가던 쓰레기를 토해내는 과정이며, 작품은 그 쓰레기를 담아버리는 쓰레기통이다.

방혜린_내뿜다 - 틈1_장지에 호분, 먹_145×112.1cm_2014
방혜린_내뿜다 - 틈2_장지에 호분, 먹_120×102.5cm_2014
방혜린_내뿜다 - 틈3_장지에 먹_70×130cm_2015

먹으로 즉흥적으로 휘갈기던 붓 자국들은 싸이고 싸여 무의식적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것을 마음을 다스리듯 다듬으면 그로테스크한 형태들이 살아난다. 방에 있는 쓰레기를 담아 버리면 방이 밝아 보이고 여유로워 보이는 것처럼 작품에 무의식적 살(殺)의 모습을 담을수록 스스로의 모습이 밝고 여유로움을 찾음을 체감한다. 과거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어둡고 음침하던 모습은 살(殺)과 함께 작품에 담아져 스스로에게 1991년 그날 밤, 잘 버텼다고 다독인다.

방혜린_내뿜다 - 틈4_장지에 먹_37.5×52.3cm_2015
방혜린_내뿜다 - 틈5_장지에 먹_52.3×37.5cm_2015
방혜린_내뿜다 - 태동1_장지에 먹_190×240cm_2016

작업행위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고 마주하며 치유해간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트라우마에 갇혀 억압된 삶을 사라가는 것을 보며, 자신과 같은 불안, 공포, 혹은 살(殺)을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분들이 계시다면 작품에 살(殺)을 담아내는 자신을 보며 조금이나마 삶에 작은 스팟이 터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또한 그 '놈'이 이번 전시의 작품들을 보며, 자신이 살(殺)이 자라나는 든든한 거름이 되어줬음을 혹은 놈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살(殺)이 됬음을 알고 진실을 마주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글을 스스로가 쓰면서도 완전한 치유를 얻기엔 아직 내면 속에 살(殺)이 많이 남음을 깨달으며, 언젠간 완전한 자유를 얻길 바란다. ■ 방혜린

Vol.20161125d | 방혜린展 / BANGHYELIN / 方惠隣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