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1122_화요일_01:30pm
KAIST SHuM Project #5
주최 / KAIST 주관 / KAIST ART & DESIGN 위원회 기획 / (주)ArtConsulting SAC
관람시간 / 09:00am~06:00pm
한국과학기술원(KAIST) 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대전시 유성구 대학로 291 KI빌딩 Tel. +82.(0)42.350.2114 www.kaist.ac.kr
기술문명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안락한 삶과 그 이상의 것을 상상하게 하는 가능성은 무궁하다. '더 많이, 더 멀리, 더 빨리, 더 풍족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자원의 활용 범위를 확장하고 이를 소비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발전이 모든 면에서 인간의 삶을 위하는 것이었을까. 기술발전의 이면에는 폐수와 매연, 소음에 의한 환경오염, 도시의 비대화에 따른 교통난과 주택난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무기개발 경쟁과 그에 따라 높아지는 전쟁반발의 가능성은 지속가능한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기술발전의 일부가 오히려 인간의 진보에 역행한다면 과연 그것은 적정한 것이었을까. ● KAIST SHuM Project의 다섯 번째 전시인 『적정예술은 즐겁다』는 이러한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기술발전에 따른 여러 이면은 빛과 그림자와 같다. 빛이 강할수록 어둠이 깊어지듯, 깊은 어둠에 잠기기 전에 적정의 빛의 수위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맥락에서 전시 주제인 '적정예술適正藝術'은 작은 가능성을 우리에게 타전한다. 적정예술은 '적정기술'이라는 용어를 예술적으로 풀어보고자 만들어낸 이번 전시의 개념어이다. 적정기술은 기술에 의한 기술이기보다 인간의 필요에 적절히 반응하는 기술로, '해당 기술을 사용할 때 개인의 자유가 확대되고 환경이나 타인에게 가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술'로 그 기준은 인간이다. 때문에 '기술의 진보가 아닌 인간의 진보를 우선시'하는 철학을 추구한다. 『적정예술은 즐겁다』展은 이러한 적정기술에 대한 방법론과 철학을 바탕으로 과학자나 기술개발자가 아닌 예술가들이 제안하는, 그들의 기술로서의 작품이다. 그들이 상상하고 제안하는 기술은 어쩌면 조금 불편할 수 있고 멋지지 않을 수 있으며 가벼운 유희는 있을지언정 딱히 필요치 않을 수 있다. 예술가藝術家가 제안하는 기술技術, 그것을 예술藝術이라고 한다면 그들의 재기 발랄한 작품 앞에서 적정기술, 적정예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사물간의 적당기술봉합-김상규 KIM Sangkyu ● 김상규는 서울대와 국민대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주)퍼시스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껏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대림미술관 큐레이터로 활동하였으며 최근에는 문화역서울, 국립현대미술관, 국제교류재단 및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등에서 다양한 전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신화 없는 디자인』, 『의자의 재발견』, 『사물의 이력』, 『착한 디자인』 등이 있으며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신화성 있는 디자인 오브젝트에 주목하기보다 생활밀착형의 '디자인 없는 디자인'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김상규는 사물의 이력을 면밀히 살피고 그 과정에서 의외의 쓸모를 찾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 「애드 혹 리빙」은 노마드한 현대인들의 삶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개인의 공간, 공동체의 영토를 점점 허용하지 않는 현대 사회는 진중한 안착보다는 값싸고 손쉬운 이주를 통한 개성 없는 보편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애드 혹 리빙을 위한 플라스틱 의자의 변신은 의외의 적절함에 웃음을 자아낸다.
"자기 공간을 갖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언제 어떤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 할지 모른다. 값싼 플라스틱 스툴로 구성한 가구들은 이러한 불안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런 삶을 살아가려면 주어진 환경에 어떻게든 적응해야하기 때문에 결핍의 기술이자 창발적인 애드 혹 테크닉을 익혀야 한다." (김상규)
유희적절한 놀이술-김지호 Howard Jiho KIM ● 김지호는 미국 버지니아대학에서 건축 전공 후 매드 베이징(MAD Beijing)에서 프로젝트 건축가로 일하며 Design Research Group을 시작했다. 2011년 경북 영천의 한 마을에서 빈집 소생 프로젝트인 「한옥정원」을 진행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옥의 부속품인 기와와 황토 등을 발라내어 주변의 부속물로 환원했던 작업은 건축에 있어 철거와 보존 간의 적절한 균형이란 무엇인가를 시사하였다. 2011 베이징 Catenary Tower 및 2010년 뉴욕 Fibrous Art Bridge 설계에 참여했으며 현재 북경에서 Y Design Office를 운영하고 있다. ●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선택한 탱탱볼은 중국에서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되고 있는 제품이다. 탱탱볼은 오직 한 가지 목적, 튕기고 던져 놀기 위해 만들어진다. 한 개에 1불도 안 되는 탱탱볼은 한 나절 유희를 위해 중국에서부터 발사, 매일같이 전 세계로 튕겨져 나가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장난감임에도 불구하고 탱탱볼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딱 한 나절의 기억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김지호의 「모이고 모여 거대해진 탱탱볼」은 쉽게 사라지는 탱탱볼을 모아 만든 거대 장남감이다. 목적 없는 쾌를 위해서.
"어디서 자랐던 누구나 한번쯤은 어렸을 적 가지고 놀아봤을 탱탱볼. 튕기면 반짝반짝 빛나 마냥 신기하기만 하던 고무공과의 첫 만남은 꽤나 강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그 단순함에 신비로움은 어느새 지루함으로 바뀌고 며칠 만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려도 굳이 찾으려고 애쓰지 않게 되던 작고 동그란 그런 공이다. 그 많던 탱탱볼은 다 어디로 튀었을지, 손닿지 않는 깊은 구석을 뒤져보면 왠지 모르게 여기저기 하나씩 숨어 있을 것도 같다. 그런 탱탱볼 수백개를 엮여 하나의 영역을 차지하는 장난감을 만들었다. 땅에 던지며 놀기 보다는 우리가 여기에 놓고 앉아 구르며 놀아야 한다. 튕겨야만 빛이 나던 모 없는 공은 반대로 우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김지호)
카이스트 오리 응원술-박찬국 PARK Chankook ● 일본 교토예술대학 미술연구과에서 석사를 마친 박찬국은 한국의 공공미술, 문화예술교육 1세대 작가이자 기획자로 공공미술, 커뮤니티아트,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한 강의와 자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커뮤니티형 도시벽화, 어반 아트(Urban Art) 작업을 시작으로 폐교를 개조하여 만든 밀머리 미술학교, 개발이 취소된 농촌의 한 빈터에서 작업한 '논아트 밭아트(nonArt butArt)' 등을 기획하며 공간, 문화, 예술교육이 결합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2014년 그는 동대문신발도매상가에 DRP(동대문옥상낙원)를 열고 옥상농부를 자처하며 양봉농사로 얻은 벌꿀로 증여경제를 실험하고 있다. ● 생활 현장이야말로 미술이 개입하고 실천해야 할 장소로 규정하는 박찬국이 이번 전시에서 맞닥뜨린 장소는 K/I 빌딩이다. 작가에게 비친 K/I 빌딩은 유리 외장으로 인해 외부 날씨나 공기의 흐름 등이 시각적으로 확보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빌딩의 외부 환경과는 맥락적 연결이 전무한 곳으로 비춰질 뿐이다. 작가는 빌딩 주변에 서식하는 오리, 거위 이미지를 끌어들여 그들과도 같이 K/I 빌딩을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발상으로 「Electronic Duck」 작업을 시작한다. 전시 기간 동안 누군가는 전자 오리를 돌봐주어야 한다. 화분에 물을 주듯 매일 같이 조금씩 증발하는 용기에 물을 채워 넣어 넣는 일은 전자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과 같다. ● "K/I 빌딩 안에 전자 오리 사육하기: 1. K/I 빌딩 근처에서 무엇이든 오목한 것을 찾아온다. 2. 모아온 용기를 둥그런 연못 모양으로 바닥에 배치한다. 3. 배치된 용기에 물을 채워 넣는다. 4. 연못에 전자 오리를 방사한다. 5. 물이 증발할 것이므로 매일 한 번씩 용기에 물을 채운다. 6. K/I 빌딩의 환경과 조건에 반응하는 작업, 연못과 오리가 K/I 빌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냥 생각해 본다. tip! 용기에 든 물과 식물 때문에 공간 환경이 변하고 박테리아가 서식하게 되면 생태적으로 어떤 변화가 수반 될까요?" (박찬국)
최소에너지 거대파빌리온-우정아 WOO Junga ●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정아는 1980년대 민주화시기를 거치면서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확신을 얻었다. 도미 후 그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와 캔사스 아트 인스티튜트 그리고 뉴욕 주립대인 알프레드 대학에서 세라믹과 조각을 강의하며 다양한 전시 프로젝트와 레지던시에 참여하였다. 국적과 국경에 관한 질문을 필두로 예술가가 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장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의도로, 그는 북미 대륙에서 픽업 트럭 등을 잠재적인 모바일 공간으로 사용하며 수년간 공동체 기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 최근 우정아는 픽업 트럭 대신 반투명의 천을 사용하여 공기가 채워진 건축 공간을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 이민과 순회의 예술가로 알려진 작가는 누구나 쉽게 만들고 접어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인 'LOFT'를 개발하였다. 「로프트 에디션Ⅰ」은 뉴욕 주 예술위원회(New York State Council of Arts)의 후원으로 뉴욕의 Hornell에서 처음 펼쳐 보였다. 이번 전시에 출품하는 LOFT는 한국에서 제작한 두 번째 에디션이다. 작가는 무거운 시멘트나 벽돌을 쌓아서 만들어 내는 공간이 아니라 가벼운 천과 선풍기를 이용해서 공간을 만든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바느질 기술로 만들어진 LOFT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박물관과 같은 미적 아름다움은 물론 거대 파빌리온으로서 사람들에게 같은 공간을 점유한다는 재미를 선사한다.
"나만의 LOFT 만들기 1. 상상하기 2. 종이나 흙으로 작은 사이즈 모델을 만들기 3. 모델에서 패턴을 찾아내기 4. 패턴을 더하기 곱하기 온갖 산수를 해서 30배 확대시키기 5. 30배 확대된 패턴을 천으로 옮기기 6. 꼬매기, 예쁘게 하고 싶으면 수를 놓아도 무방 7. 선풍기 설치 8. 완성 / 상상하고 흙으로 자신이 상상한 이미지를 만들고 거기서 패턴을 유추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과 더하기 곱하기를 할 수 있으면 대충 반은 만들어지고 단순한 재봉질을 한 후 집에 있는 선풍기를 틀면 된다. 단, 상상한 이미지의 크기가 클 경우에는 간단하고 단순한 재봉질을 아주 오랫동안 밤새도록 해야 함" (우정아)
창조적인 적정진화술-정상수 JEONG Sangsoo ● 정상수는 동아대학과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 후 국내외 다양한 전시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생물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 그의 작업은 생명의 탄생부터 현재 인류까지 이어져오는 진화의 흔적을 찾아 나열하고 있다. 그 중 진화의 과정에서 잃어버린 조각에 해당하는 미싱 링크(Missing Link)는 그의 주요한 관심사이다. ● 잃어버린 고리 또는 멸실환(滅失環)을 지칭하는 미싱 링크는 생물의 진화과정에서 상실된 종으로, 진화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어떠한 종이 존재하였음이 추정되는 데도 화석으로 발견되지 않는 것을 지칭한다. 현존하는 생물과 화석으로 진화의 과정을 나열해 보지만 징검다리 마냥 뛰엄 뛰엄 복원되는 생물계도(系圖)는 정상수 작가에게 그 만의 미싱 링크를 창조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번 전시에서 정상수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생존의 기술로서 '진화술'을 제안한다. 작가는 상상의 생명체를 통해 생물이 어떻게 형태를 갖추고, 어떠한 과정을 통해 변형되는지 그리고 외부 환경에 의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를 상상하게 한다. ● "모든 생명체들의 진화와 퇴화는 자연에서의 적정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자연선택에 의해 혹은 인위적 선택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 각자 환경과 조건에 맞게끔 선택하고 살아남는 것은 생존하기 위한 적정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생명체에게 적정기술은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 이전에 생존을 위해 내재하고 있는 본능적인 기술일 것이다." (정상수) ■ 채영
Vol.20161122d | 적정예술은 즐겁다 Art & Design of Appropriate Technology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