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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홈페이지_blog.naver.com/sunshiny0130
초대일시 / 2016_1115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숲속갤러리 SUPSOK GALLERY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122번길 67 충북문화관 2층 Tel. +82.43.223.4100 cbcc.or.kr
빨갛다. 나의 욕망은 빨갛게 들끓고 여기저기 갈 곳을 잃고 어지럽게 흩뿌려져 있다. 내 안의 허기를 채우려 방문을 열고 발걸음을 내디뎌 본다. 하지만 여전히 내 앞에는 타오르는 촛불처럼 샛노란 또 다른 뜨거운 공간만이 나를 반길 뿐이다. 내 안의 붉은 방을 환기시키려 창문을 열어보아도 빛이 들어오지 않는 무채색의 가로막힌 벽뿐, 밖을 내다볼 수 없다. ● 그 방 곳곳에는 어두운 상처들이 숨어있다. 내 방 모서리 틈에 가늘게 기대어 있고 벽에 걸려진 거울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 몸을 웅크린 채 숨죽이고 있다. 널브러진 속옷 사이에 누워 퀴퀴한 냄새를 풍기며 깔려있고 해가 들지 않도록 톡톡하게 만든 붉은 커튼의 주름 사이에 서있기도 하다. 나의 혼자만의 방엔 상처와 욕망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서로를 탐닉하고 있다.
내가 소유한 혼자만의 방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물리적인 공간이다. 그 곳은 성적인 쾌락을 욕망하는 감정과 남성으로부터 받은 일련의 상처들을 꺼내볼 수 있는 내재적인 공간이다. 여성으로서 나의 상처는 베일 속에 가려져야 하는 것이었고, 육체적 욕망은 내 머릿속을 억지로 헤집고 들어와 맴돌았다. 분출되는 욕망과 숨겨야하는 상처 사이에서 몸을 휘청거리며 서있다. 그리고 그 틈 사이 어디쯤에 나의 그림이 있다. ● 그곳에는 자기위안을 위해 고안한 작은 정물이 놓여진다. 정물이 된 남자는 나의 방 안에 놓아져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쫓는다. 혼자만의 방 속에서 검붉게 그을린 정물은 금방이라도 흩어질 것 같이 놓아져 있다. 나약한 이 환영은 반짝이는 불빛만을 응시할 뿐 그 뒤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 이것은 이내 단단한 정적을 깨고 내 안의 상처와 욕망을 뒤섞는다. ]
뒤섞인 감정들은 '그 때의 일기장' 을 통해 그림에 옮겨진다. 위태로운 감정은 바람결에 흩날려 이내 떨어지고야 마는 꽃처럼, 어둠 속 보일 듯 말 듯한 사물들과 그림자들의 경계에서도 나타난다. 나의 욕망은 아스라이 스러져 가는 초와 같이 희미한 노란빛으로 아른거리다가도 이내 검붉은 그림자 속으로 삼켜져 버린다. 뚜렷하게 구분할 수 없는 상반된 감정들 사이의 모순 속에 미끄러지듯 공허함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늪과 같이 끝을 알 수 없는 욕망하기에 따른 공허한 감정들은 분절된 형태로 그림 속에 드러난다. 아무렇게나 뭉쳐있던 상처와 욕망의 실타래는 나의 기억이라는 사적인 플롯을 따라 헤쳐진다. 욕망은 붉은 공간이 되어 기억을 더듬고, 상처는 그림자가 되어 검은 먹을 따라 흐른다. 축축한 검붉은 물감은 게슴츠레한 정물들을 타고 욕망하는 눈빛 혹은 상처를 감추려하는 몸짓이 되고 나아가 감정이 된다. 나의 공허한 허상들은 상처의 흔적이거나 욕망의 잔여물이 되고 결국엔 나의 고백을 담은 시(詩)가 되어 화면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 때의 일기장'은 나에게 조차 숨기고 싶었던 기억들을 꺼낼 수 있게 하는 치유의 장소다. 그 안에서 숨겨야만 했던 상처는 어둠 속에서 고개를 살짝 들어 내보인다. 그리고 감춰져있던 욕망은 화려하게 자신의 모습을 뽐내어본다. 정물이 된 남자는 갖고 싶었던 사물이 되고 곧, 텅 빈 자신이 되어 나를 비춰보게 한다. 말할 수 없었던 말들은 나만의 공간 속에서 허락되어 자유로운 노래가 된다. ■ 노경민
Vol.20161120a | 노경민展 / ROGYEONGMIN / 盧京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