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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1111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 강현선_호상근
전시해설 / 2016_1111_금요일_07:00pm 아티스트 토크 / 2016_1119_토요일_04:00pm 패널 / 이성휘(하이트컬렉션 큐레이터)_최정윤(독립기획자)
후원,주관 / 네이버문화재단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서초구 방배동 777-20번지 2층 Tel. +82.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아파트, 그리고 튀어나온 돌과 펜스 ● 견고한 도시에서는 가장 흔한 주거지로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아파트이다. 아파트는 매우 잘 짜여진 주거 시스템이며 개인 혹은 가족 단위로 각 호를 차지하고 있다. 획일적인 동선과 룰이 존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집단생활을 만들어내는 장소이며 동시에 서로의 이웃을 거의 찾을 필요가 없는 철저히 분리된 영역을 유지한다. 그런데 이렇게 견고한 아파트에서도 우리는 예기치 못한 장면을 만나곤 한다. 가령 아파트와 그 주변의 경계 부분에서 미처 걷어내지 못한 '튀어나온 돌'과 할 수 없이 그것을 가로지를 수밖에 없는, 돌의 크기만큼 잘려 나가버린 '펜스'처럼 말이다. ● 네이버문화재단에서 후원 주관하는 『헬로!아티스트』의 오프라인 전시 시리즈인 『아트 어라운드』의 세 번째 행사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열린다. 강현선 작가와 호상근 작가가 참여하는 이 전시의 제목은 『튀어나온 돌과 펜스』이다. 이 제목은 호상근 작가의 작업에서 빌어왔다. 오늘날 현대인의 환경과 일상의 모습은 이 작업의 제목처럼 전체를 견고하게 통제해야 하는 사회의 틀 속에서 어색하게 짜맞추어지고 억지스럽게 존재하는 것들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강현선 작가가 다루는 아파트라는 소재는 꽤 견고해 보인다. 작가는 아파트의 외관 사진을 확대하여 베란다 부분을 잘라내고 이를 벽면에 가득 찰 수 있도록 그 크기를 확대하였다. 이 과정에서 일반적인 아파트 베란다에 흔히 놓여 있는 화분의 숫자를 늘리기 위하여 그래픽 작업으로 이미지를 추가하였다. 그 거대해진 스케일에서 오는 위압감과 그래픽이 추가된 이미지의 구성은 관객의 이미지에 대한 현실 감각을 혼란 속에 빠뜨린다. 이는 호상근 작가의 관찰에 기반한 철저한 사실성에 비하면 허구적이고 어색하다. 그런데 이들은 그닥 거슬리지 않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 강현선 작가는 아파트의 베란다 부분을 확대, 출력하여 갤러리 벽면을 덮음으로써 실내와 실외의 반전을 꾀하고 있다. 관객은 거대하게 확대된 아파트 베란다의 정면을 마주하게 되며 그것의 스케일로 인하여 발생하는 초사실적 현상과 동시에 이미지가 주는 불확실성을 주시하게 된다. 이는 실제 촬영된 아파트 외관의 거대한 풍경 위에 덧입혀진 그래픽 이미지들에 의한 혼성적 이미지 효과에서 발생한다. 관객은 갤러리의 내부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외부의 일부분을 마주한 외부로부터의 시각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잘 그려진 화분들이 이러한 현상이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실물이 아닌 이미지가 섞여 들어감으로서 교묘하게 풍기고 있는 위화감은 도시라는 억지스럽고 인공적인 환경을 인식하게 하는 장치처럼 보인다.
강현선 작가는 또한 예전에 살던 공간으로서의 아파트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 사운드를 재생하면서 그 기억을 재현해 나가는 애니메이션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획일적 시스템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아파트를 떠올리면서 생각해 낼 수 있는 모양새는 누구에게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공통적인 기억이지만 서로 다른 공간에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 각각은 서로의 삶을 공유하지 않은 철저히 구획된 자신만의 영역으로서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를 기억하여 소환된 언어들은 화면 속에서 시각적인 구축과정을 거쳐 온전한 아파트 공간을 형성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개인적 공간으로서의 아파트는 누구나의 기억 속에 남겨진 정형화된 형체로서 재현된다.
호상근 작가는 도시를 이루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 이야기는 이번 전시에서 강현선 작가의 이미지로부터 드러나는 거대한 스케일의 외관에 비하여 소소하다. 도시의 틈새, 건물과 건물 사이, 건물의 주변을 맴도는 인간 군상은 도시 전체의 획일적인 인상과는 달리 천태만상이다. 그는 사람들의 작은 행위를 관찰해 나가며, 혹은 주변에서 들려주는 사소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드로잉을 해오고 있다. 라디오 사연을 받아서 혹은 이동 중 발견하고 관찰한 것을 통해 수집된 이야기들은 작가의 손으로 재현된 후 아카이빙 된다. 이들의 모습은 찰나적이고 사실적이다. 작가의 눈은 대상이 되는 이들을 보고 관찰하고 특정 행위를 잡아내는데 마치 스냅사진처럼 순식간에 스쳐가는 감흥의 순간이다. 이는 정작 행위자의 인식 밖의 동작이다. 그런데 보는 이에게는 실없게 웃을 수 있는 재미진 장면이다. 헌데 그 모습은 낯설지 않다. 이 인물은 나이기도 하고 주변에서 언뜻 보고 지나친 누군가이기도 하다. 호상근 작가의 드로잉 속 장면들은 이렇게 나와 주변을 떠올리게 한다. 혹은 가령 '주차금지'같은 오브제처럼 도시를 구성하는 시설물들이 그려지는데 스테레오 타입으로서의 모델과 견고함을 벗어나버린 허술한 구조를 상징하듯 뭔가 억지스럽게 짜맞춰진 모양새이다. 이 역시 흔하게 보아온 주변 풍경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새삼스럽게 보인다. 이처럼 관객은 그의 그림 앞에서 대상이 객관화 되었을 때 그 감흥의 온도가 변화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작가는 일반 사람들로부터 재밌다고 생각하고 있는 대상에 대한 사연을 받는 라디오 코너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그려진 이미지들 또한 텍스트적 설명을 함축하고 있는 까닭에 이미지와 제목 간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 보인다. 호상근 작가의 작업은 어찌 보면 흔한 주변 풍경 정도로 치부될 수 있을법한데 그 시각적인 네러티브가 풍부해지는 것은 많은 부분 제목에 의존하여 해석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작가의 작품 제목들을 이미지와 함께 읽어보면 호상근 작가가 바라보고 관찰하여 캐치하고 있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가령 둥근 간이 의자와 그 아래 부분에 걸려있는 검은 비닐봉지가 있는 장면의 제목이 '주차 관리인'이라든지, 전봇대의 장식꽃을 헤치고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양복 입은 남자의 뒷모습을 그려놓고 '안이 궁금한 아저씨'라는 제목을 붙인다던지, 동굴 속 관광객들을 그린 장면을 '동굴에 울려 퍼지는 아주머니들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인 것 등이다. 이런 식의 제목으로부터 드러나는 텍스트는 적절한 설명과 이미지의 특정 부분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효과를 가지는데 흔히 아는 장면인 듯하나 작가의 시선으로 전혀 색다른 풍경으로 보이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 이번 전시를 구성하면서 두 작가의 작업은 기본적으로 서로 마주보는 구도에 둔다. 전혀 다른 성격의 이미지가 상호 대비되면서 전시 공간 내부의 거리감을 증폭시키고 관객의 시선을 교차시킨다. 강현선의 거대한 베란다 철제 구조 이미지는 아파트라는 거대한 구조의 견고함을 압도적으로 드러내는 반면 호상근 작가의 비정형적 구조들이 산재된 도시의 풍경이 함께 제시되면서 그 압도적인 중압감을 해소시킨다. 그리고 강현선 작가의 이전 영상 작업에서 게임 캐릭터와 그 배경으로 구성된 아파트 장면이 실제와 가상이 뒤섞이면서 이중적인 시점을 제공하였던 것처럼 작가가 촬영하고 만들어내고 하는 베란다의 화분들은 실제와 비실제의 이미지들이 혼란스럽게 교차하게 하면서 자신과 주변 간 아슬아슬한 발란스를 맞추며 삶을 지탱해 나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음을 환기시킨다. ■ 김인선
Vol.20161115h | 2016 헬로! 아티스트-아트어라운드: 튀어나온 돌과 펜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