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110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11월8일_10:00am~12: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2-1 제 3전시장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문자를 통한 시각적 표현방법의 확장 ● 언어로서의 문자 우리는 언어를 통해 사고하고 소통한다. 언어학적으로 접근하자면 발생에서부터 다양한 논리와 해석들을 찾을 수 있겠지만, 좀 더 쉽게 일상생활 속 우리의 모습을 한번 생각해 보자. 일반적인 성장과정과 기초교육을 마친 성인이라면 자신의 모국어를 구사하는 것에 크게 어려움이 없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다. 의식하고 논리 구조를 생각하기 이전에 이러한 과정은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흘러간다. 흐르는 의식과 생각을 붙잡아 두는 언어의 형태 중 하나로 문자를 들 수 있다. 문자는 생각을 고정시키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전달 될 수 있다. ● 문자를 통한 소통은 말하기나 듣기의 과정보다 좀 더 많은 의식과 논리가 개입되기 시작한다. 문자는 특성상 바라봄이라는 시각적인 행위와 연결된다. 동시에 의미를 연상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함께 일어난다. 문자는 의미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도구인 동시에, 시각적인 대상으로 이해되거나 표현될 수 있다. 문자의 기원은 단지 기억을 보조해 주는 수단으로 형상을 간략하게 묘사하던 그림문자에서 시작하였다. 인류문명의 발달과 함께 중국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마야등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는데, 회화적 바탕에서 문자가 생성되고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소통을 위한 문자 ●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서예를 몸에 익혀왔다. 작가에게 서예는 온몸으로 경험하며 쌓아온 것이며, 삶의 태도와 방향에 영향을 끼쳤다. 서예는 단순히 글을 써 내려가는 행위라기보다, 정갈한 마음으로 집중하는 태도와 의식이 기반이 된다. 이러한 정신적인 기반 위에 종이와 먹이 조화를 이루며 점과 선 · 획(劃)의 태세(太細) · 장단(長短), 필압(筆壓)의 강약(强弱) · 경중(輕重), 운필의 지속(遲速)과 먹의 농담(濃淡)에 따라 조형미가 완성된다. 작가는 이러한 섬세한 과정들을 오랜 시간 동안 지속함으로써, 글을 쓰며 호흡하고 살아가는 삶 자체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에 스며들게 했다. ● 작가는 반복적인 행위와 경험 속에서 문자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문자의 형성 과정 뿐만 아니라, 문자의 이해와 해석과정에 대한 고민으로 까지 연결되었다. 문자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적 의미'가 형상화를 통해 '문자'가 되고, 문자는 타인에게 전달되어 자신의 해석에 따라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타인에게 전달된 이미지는 본질적 의미를 담은 내면적 이미지 일 수도 있고, 문자라는 형태만 취하는 표면적인 이미지 일 수도 있다.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러한 과정들은 우리가 의식하기 전에 이미 감각적으로 경험되고 있으며, 작가는 그 지점을 깊게 연구하고 고민하며 소통방식을 찾고 있다.
재료를 통한 다양한 시도 ● 감각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행위를 통해 다양한 소통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근원적인 것과 본질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지게 된다. 작가는 문자의 조형성을 기반으로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방법으로 서예의 형식을 이루는 재료들을 거슬러 올라가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을 확장하고 표현하고자 하였다. 작가가 사용하는 재료들은 동양의 정신성을 담는 자연적 재료들로서 다양한 특성과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숯, 닥종이 등을 주로 사용한다. 숯은 나무를 고온으로 가열하여 얻어낼 수 있는 고체 생성물이라 할 수 있는데, 청결함, 영원함, 시간의 영속 등의 의미를 가진다. 또한 그 자체의 색의 깊이가 상당히 깊고 짙다.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가공하여 손으로 만든 종이로, 백색의 순결한 정신과 정갈함을 상징한다. 작가는 닥(백피)을 이용해 한지를 뜨는 것과는 달리 순수한 닥을 캐스팅하여 굳히는 방법을 사용한다. 한지의 주 성분인 닥만을 작업에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우아한 색감과 함께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변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내구성도 뛰어나다. ● 작가는 자연재료가 가지는 특성과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을 연결하며 자신의 작업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한다. 재료의 본질과 특성을 깊게 고민하여 화면에 담아내고자 하며, 한지를 겹치거나 쌓아 올림으로써 본래 가진 문자의 의미를 중첩시키거나 전환하려 하였다. 먹과 숯을 통한 농담과 색의 깊은 표현은 미니멀하고 모던한 느낌을 준다. 재료가 단순히 작품의 도구로서 사용되어지고 마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적 의미와 개념을 내포하고 온전한 형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관계하고 있다. 또한 그가 가진 감각의 순수성과 작업과정의 성실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작업을 온전히 경험하고 전달되게 한다.
열린사고와 확장 ● 우리를 소통하게 해주는 언어나 지식은 때로는 그 틀 안에 우리의 사고를 가둘 수 도 있다. 서예나 동양화도 마찬가지이다. 유사성은 있지만 자신의 특성에 갇혀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할 때 후퇴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축적된 경험과 감각을 통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과 표현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도하고 있다. 문자와 이미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작업은 동서양의 정신과 표현기법을 아우르며 나아가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과 시간을 넘어 자유로운 사고를 하며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순간을 그의 작업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 신선정
어릴 적, 툇마루에 앉아 선친께 붓글씨를 배우던 기억이 난다. 화선지가 귀했던 시절, 신문지에 가로획 세로획을 무수히 긋던 추억. 몇 날 며칠을 그어도 손은 먹투성이, 바른 획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점과 선이 만나 획으로 요동하며 창조하는 정중동(靜中動)의 세계, 그 아름다움에 매혹된 소년에게 서예는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놀이였다. ● 어느덧 대숲바람에 묵향이 일고 서툰 손으로 긋고 또 그어온 횡 획, 종 획은 50년 세월 서예의 근간이 되었다.
점·선·획의 절제된 단순성, 한지와 먹의 주원료인 닥의 순수성과 숯의 정결함, 힘의 논리보다는 질감의 논리로 유연함 속에 강함을 표현하고 소박하고 단순한 것의 아름다움, 무욕(無慾)의 경지에 이르러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문자미학의 세계를 오롯이 담아내고자 무던히도 애써온 여름이 지났다. ● 전통서예의 가치를 중시하되, 다양한 시도에 도전해 '서화동체'(書畫同體)의 새 지평을 열고 오늘을 사는 동시대인과 교감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2016년 가을밤 수락산자락 오새암) ■ 오치정
Vol.20161105f | 오치정展 / OHCHIJUNG / 吳治政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