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still like some winds

2016_1103 ▶ 2016_1216 / 일,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6_1103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선미_기슬기_스카이데코 Sky Décor(Khan Key+Samuel Omondi)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살롱드에이치 salon de H 서울 강남구 삼성로 739(청담동 31-2번지) 신관 1,2층 Tel. +82.2.546.0853 www.salondeh.com

강선미 작가의 벽면 설치 작품 2점, 기슬기 작가의 사진 작품 18점과 함께 국내 첫 전시로 케냐에서 활동하며 비행기 리사이클 가구를 선보이는 스카이데코의 작품 8점이 전시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Standing still like some winds展_살롱드에이치_2016

무심한 드러내기의 메타포 ● '장자(莊子)' 중 내편 두번째 제물론(齊物論)에 등장하는 유명한 일화 '호접지몽'에서 나비가 된 꿈을 꾼 장주는 꿈에서 깨어나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나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꿈과 현실을 구분 짓고 시비를 가리는 것, 나아가 지금 당장의 쓸모 있는 것과 쓸모 없는 것의 대립적인 구별은 한때 일뿐, 항상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는 결국 어떤 것도 절대적인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보았다. 고착된 이해와 개념, 내적-외적인 요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의구심을 갖고 돌이켜보면, 과연 우리는 무언가를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 것일까. ● 지식과 행위의 영역에서 타당하고 보편적인 물리 작용에 의해 결정되는 인과 관계는 사실에 기초하지만 단편적이고 학습되어 온 것에 지배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은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변화하며 무수한 우연이 관여하고 있다. Standing Still Like Some Winds의 작품들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발현되는 예기치 못한 사건과 보지 않았던 것을 드러내는 역할로써 각자의 시선을 바탕으로 익숙해져 있는 일상적 경험세계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있어 새로운 해석의 방향을 제시한다.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바람처럼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공간 여기저기와 내면 깊숙한 곳까지 닿아 의식적인 경험 이전의 순수한 감각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여기에 머무르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무심한 드러내기를 시도한다.

강선미_Fill in the blanks_시트지_가변크기_2016
강선미_Fill in the blanks_시트지_가변크기_2016

전시 장소에 대한 고민과 해석을 거듭하며 단조로운 형태적 활용을 벗어나 공간 드로잉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표상하는 강선미 작가의 'Fill in the blanks(빈 칸을 채우시오, 2016)'는 전시장을 두고 마주보는 두 벽면에 나란히 줄지어 있는 대형 괄호이다. 괄호는 묶음표로써 어떤 부분을 특별히 구별해주기 위한 문장 부호인데, 공간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텅 빈 괄호 안에 선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조형적인 언어로 보여지는 이미지 속에 개입하게 된다. 괄호 안은 이렇게 고정된 의미를 지운 채 비어있다가 다시 채워짐을 반복하며, 매 순간 새로운 의미를 담아 제각기 다른 사유의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다른 작품 'Thing(것, 2016)'은 스트라이프 속에 숨겨진 '것'이다. 쉽게 읽히지만 '숨겨져 있다'는 분명한 의도를 짐작케하는 이 작품은 어떤 존재를 지칭하는 모든 '것'들을 감추고 있기도 하고 그와 동시에 은근히 내보이고픈 모순이 나타난다. 역설적이게도 비어 있음과 채워져 있음에 드러나지 않았던 것의 존재감을 내보이는 이들 작품은 이분법적인 사고를 벗어나 긴밀하게 순환하고 있는 세상의 이치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슬기_Post Tenebras Lux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90×135cm_2014

정적인 풍경 안에 안개와 같이 모호한 움직임이 포착된 사진 'Post Tenebras Lux_사라지다' 시리즈는 익숙한 공간이나 대상을 향한 객관적 인지 과정의 오류를 의심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낯섦과 익숙함의 경계에서 감각을 자극하는 기슬기 작가의 작품이다. 아일랜드의 한 지역에 처음 방문했을 때 자욱한 안개가 그를 맞이했다. 실체를 파악할 수 없어 더욱 생경하게 다가온 그 곳의 첫 인상은 셀프타이머를 이용하여 작가가 직접 연출한 움직임을 잔상으로 남긴 사진 작업의 모티브가 되었다. 당시 가려져 있었던 자연(공간)을 배경으로 드러내고, 그 곳을 가득 채웠던 안갯속의 멈춰진(듯한) 시간을 동시에 담아낸 이 장면은 낯선 형상이 주는 묘한 환상적 리얼리즘의 인상과 여운을 남기며 숨겨졌던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기슬기_Unfamiliar Corner-단순한 공간에 담긴 끝없는 질문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90×90cm_2012

이런 작업은 'Unfamiliar Corner_단순한 공간에 담긴 끝없는 질문(2012)', 'Imputed Scenery(조작된 풍경, 2012)' 에서도 이어진다. 비록 언제나 익숙했던 길, 똑같은 장소였을지라도 불현듯 떠오르는 상념, 어떠한 행위나 시선으로 인해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맞는 순간에는 비로소 무한한 관념과 사유의 가능성 주어지는 것이다. 가려져있는 곳에는 또 무엇이 자리하고 있을까. 보이지 않는, 보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시선을 유도하며 감각하고 인지하는 모든 것들과 결코 절대적이지 않은 실재와의 괴리에 대하여 한번쯤 의심해 볼 여지를 남기고 있다.

Standing still like some winds展_살롱드에이치 1층_2016

폐비행기를 이용해 리사이클 가구를 제작하는 스카이데코는 예술과 가구의 접점에서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비행기는 유려한 형태와 기술집약적 구조만으로도 매력적인 소재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꼬리 날개와 랜딩기어를 이용한 데스크 'Falcon(2016)', 프로펠러를 이용한 라운드 테이블 'Humming Bird(2016)' 등과 같이 원형 그대로의 구조물과 부속품을 조합하여 만들어진 모든 작품은 그 자체로 충분히 경이로운 수준의 미적 가치를 지닌다. 그런데 이들은 단순히 보이는 아름다움을 넘어 각각의 비행기에 새겨져 있을 시간의 흔적과 이면의 역사를 이어가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스탠드 조명 'Battler(2016)' 역시 사고로 쓸모가 없어 버려졌던 비행기의 한 쪽 날이 휘어진 프로펠러를 그대로 사용했는데, 비록 '온전한' 형태는 아닐지라도 유일한 가치를 지닌 '완전한' 예술 작품으로 거듭나며 흘러온 시간을 초월한 지속성을 갖게 된 것으로 갈망이 실현된 듯 하다.

스카이데코_Battler_이익프로펠러, 금속, 전구_2016

절대적인 구분은 단지 찰나에 불과한 것이리란 전제로, Standing Still Like Some Winds의 작품들은 특정 패러다임 안에서 대상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단편적이고 의존적 태도를 벗어나고자 한다.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무심결에 함께, 그러나 그 형태는 차마 눈으로 보이지 않고, 증명할 수는 있으나 고정되지 않는 실체로 존재하는 어떤 바람처럼, 어쩌면 이들의 은유는 느껴지는 순간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래도 멈춘 듯 절대 멈추지 않는 '비가시적인 범주'의 영향력은 의식적 사고 이전에 조용히 스며들어와 또 다른 자각을 선사할 것이다. 한정된 경계와 단절된 의미로부터 유연하게 해방됨과 동시에 경험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과 인식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얻게 되길 기대한다. ■ 살롱드에이치

Vol.20161103j | Standing still like some winds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