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927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 곽상원_김윤섭_김정은_백승현 서민정_이미리_임영주_정하눅_최희승
비평워크숍 / 2016_1008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금호미술관 KUMHO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삼청로 18(사간동 78번지) 2,3층 Tel. +82.2.720.5114 www.kumhomuseum.com
현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어쩌면 이전보다도 어두워진 듯하다. 도처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보도,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가 던져주는 수많은 파편적 정보와 이미지들이 우리의 눈앞에 장막을 드리운다. 진실과 거짓,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안과 밖의 구분은 더욱 모호해졌으며, 스치듯이 지나가는 사건과 대상들은 그저 필요와 유용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인지될 뿐이다. 불완전한 시각을 지닌 채 헤매게 되는 출구를 알 수 없는 무한한 미로,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금호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전 『6각의 방』은 구별된 감성과 예민한 관찰력으로 다양한 가시적·비가시적 현상들을 포착해 그 안에서 유의미한 것들을 찾아내고자 하는 아홉 작가들의 시도를 회화, 드로잉,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전시 제목 '6각의 방'은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1899-1986)의 단편소설 『바벨의 도서관』에 등장하는 육각형의 서가를 모티브로 한다. 육각형의 진열실들이 무한으로 반복되는 모습으로 세상 모든 책을 소장하고 있는 이 도서관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의 역사가 축적된 복잡다단한 세계를 은유한다. 이곳 어딘가 존재한다고 전해지는 완벽한 편람을 찾아 떠난 사람들의 여정은 진실된 무언가 발견하기를 희망하며 나아가는 작가들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지난 일 년간 금호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창작활동에 매진한 9명의 작가들은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시각화하고, 그 결과물인 작업을 공유하고 함께 보기를 제안한다. 이들은 사물의 성질을 다르게 보기를 시도하거나 현상을 추적하는 방식을 통해 개인이나 집단에 축적된 시간을 기록하고, 혹은 사회 현실과 그 안에 위치한 개인의 정서를 담기도 한다. ● 거대한 사회에서 개인이 느끼는 소외감을 대상에 투영해 캔버스에 담는 곽상원 작가, 애니메이션과 드로잉, 회화 등 다양한 매체로 평면 이미지의 속성을 탐구하는 김윤섭 작가, 개인의 주관적 시간과 공간을 기록하고 축적해 지도를 만드는 김정은 작가, 사회집단 속 개인의 사유를 입체 작업으로 제시하는 백승현 작가, 소통이 부재하는 억압된 현실 속 상실의 감정을 채색화와 드로잉 연작으로 보여주는 서민정 작가, 사물과 장소에 쌓인 이야기를 글로 재구성하고 이를 설치와 영상이라는 방식으로 구현하는 이미리 작가,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초월적이거나 미신적인 현상에 주목하고 이를 추적하는 과정을 영상과 설치로 보여주는 임영주 작가, 서로 다른 주체나 이질적 요소들의 공존을 캔버스 위에 담음으로써 현실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정하눅 작가, 사물의 속성을 비틀어 부재하는 기억과 현실의 모순을 서정적인 입체 설치작업으로 제시하는 최희승 작가. 이 아홉 명의 작가들은 각자의 감성과 방식으로 우리 주변에 있지만 무심코 지나쳐버릴지도 모르는 존재와 현상의 단면들을 포착해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 동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예술은 무엇을 제안하고자 하는가. 이에 대한 하나의 대답으로서, 전시는 아홉 작가들 각자가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정 중에 찾아낸 현상들을 시각적 결과물로 공유하는 자리를 제공한다. 전시 기간 중 진행되는 비평워크숍은 큐레이터, 언론인, 비평가 등 전문가들의 평론글과 코멘트를 통해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작가들이 앞으로의 방향성을 가늠해보는 지침을 제공할 것이다. 본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작가들의 고민을 나누는 한편 그간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중요한 것들을 다시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정서윤
곽상원 작가는 사회 집단에 속한 개인이 느끼는 좌절과 억압된 심리를 회화에 담는다. 기존 작업에서 등장하는 폐건물, 잡초가 자란 바위 등은 거대한 사회 속의 개인들을 투영한 것으로, 주변 어디에나 늘 있지만 버려지거나 소외된 존재들이다. 최근 그는, 매스미디어와 SNS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재생산하고 타인과 사회로부터의 주목과 인정을 욕망하는 동시대 개인들의 양상에 주목한다. 전시작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가로 8m를 넘는 대형 회화 작업으로, 일렁이는 파도 속 인물들의 모습은 개인의 감정적 고독과 결코 도달하지 못할 이상을 꿈꾸면서 반복되는 좌절을 형상화한다.
김윤섭 작가는 애니메이션, 회화, 드로잉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평면 이미지에 대한 탐구와 새로운 시도를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애니메이션 「연꽃 풍경」은 2012년부터 시작된 연작 「그냥 풍경」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으로, 금호창작스튜디오 인근의 자연 풍경을 담고 있다. 적막하고 평범한 풍경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 완성된 연꽃 풍경은 마치 시간이 지연된 듯 보는 이로 하여금 이미지를 관조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작가는 이미지에 고착된 상징, 또는 이미지와 의미 간의 연결 고리를 느슨하게 하고, 감각으로서의 시각과 소비되는 이미지 간에 틈을 벌림으로써 평면 이미지가 주는 시각적인 깊이에 무게를 더한다.
김정은 작가는 개인의 일상적 이동의 흔적을 담아 지도를 제작하거나, 현존하는 지도를 개인적으로 변형하는 입체•설치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14년 작가가 자주 오가는 길과 주요 지표를 표시하고 개인적 감상을 곁들여 지도로 제작한 「셀프 맵핑 : 141003-150405」부터 지도에서 도로를 제외한 블록모양만 따로 추출해 포맥스로 오려내고 파란 에폭시 위에 여러 겹 쌓아 만든 설치작업인 「부유하는 섬-불안전한 좌표」까지, 그는 가장 객관적이라 여겨지는 '지도'를 가장 개인적인 매체로 변형시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경기도 문산으로 가는 길의 경험을 맵핑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문산으로 가는 길 촬영한 창문 너머 하늘 풍경을 담은 영상 「셀프 맵핑 : 문산 가는 길」과 7일간의 스카이라인과 하늘 색을 추출해 담은 프린트 보드 작업 「셀프 맵핑 : 연결된 풍경_02(문산 7days_컨투어 드로잉)」은 개인의 몸과 경험에 엮인 시공간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백승현 작가는 조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개인과 사회가 맺고 있는 관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이번 전시 출품작에서는 특히 작가 개인이 경험하고 기억한 현대 사회 속 집단의 모습을 다룬다. 초등학교 건물 모습을 축소한 입체 작업 「무제」는 집단 체제 속에서 강요되었던 생활 방식과 교육 등 허위적이고 위선적 모습을, 화려한 금테가 둘러진 작가의 자화상 배지들과 원뿔탑이 있는 「무제」는 개인이 모여 만들어진 집단과 그들이 야기하는 성과 중심의 사회를 표방한다. 더불어 벽에 걸린 일련의 흑백 사진들은 화재 사건 이후 방문한 낙산사 여행의 경험을 통해 그 이후 마주하게 된 사회 속 허구와 거짓, 개인의 욕망과 좌절, 불안함 등을 어렴풋이 전달한다.
서민정 작가는 소통이 불가한 현실에서 오는 소외의 감정을 채색화와 드로잉 연작에 담는다. 그는 과거 「랠리」 시리즈의 탁구공과 「Bathroom Boys」의 불안함을 간직한 아이들의 모습에 빗대어 이루어지지 않는 소통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관심은 2015년 이후 확장되어 재개발로 인해 황폐해진 지역이나 물길로 인해 분리된 실재 장소들에 투영되어 그려진다. 「먼 길」 시리즈는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허물어진 풍경에 무력하게 있을 수밖에 없는 인간과 개의 모습을 통해 또다시 무너진 소통에서 비롯된 상실감을 담아낸다. 함께 전시된 「B-Cut드로잉」 시리즈는 영화나 잡지, 사진, 인터넷 등에 실린 이미지들 주변에 우연히 함께 실린 부차적인 장면들을 주인공으로 끌어온다. 이로써 작가는 소외된 것을 조명하고 미디어가 전달하는 왜곡된 소통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미리 작가는 사물이나 장소에 축적된 시간적 층에 관심을 갖고, 기억이나 실제 사건들을 기반으로 재구성해 글을 쓴 후 영상과 설치 작업으로 가시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글은 작가에게 있어 작업을 이루는 중추적 매체로서, 작가는 2014년 12개의 단편을 묶은 「조각 소설」, 2015년에는 단편소설 「피정」을 통해 내러티브를 구축하고 이를 위한 상호 보완물로서 영상과 설치 작업을 제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지속적 글쓰기 수행방식을 말과 언어의 구조를 다시 쓰는 방식으로 확장시킨다. 영상설치 「NTT[뉴타텍] New Type Texting」은 마치 바둑을 두듯 격자무늬 바탕에 글을 자유로이 '두는' 방식을 제안하며 '시'의 억압된 질서와 정형성을 탈피해보고자 하는 작업이다.
임영주 작가는 설화나 민담, 미신적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추적하고 이를 회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왔다. 영상이 천착하는 주제의 리서치 결과물이자 내러티브를 풀어내기 위한 매체라면, 회화는 주제와는 다소 느슨하게 연결되면서 작가 개인의 그리기 태도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금호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던 기간 동안 완성한 회화 「밑」시리즈를 선보인다. 이 시리즈에서는 민간 신앙과도 연결된 산과 물, 돌, 해 등 자연적 요소를 소재로 한 다양한 그리기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심상의 이미지나 꿈과 상상 속 대상이 캔버스 위에 형상으로 구축되는 방식, 붓질, 빛의 효과 등 작가의 실험이 드러난다.
정하눅은 이질적인 요소들을 캔버스 위에 병치시키거나 공존시킴으로써 자신이 놓인 현실 속에서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얻게 된 문제의식들을 제시한다. 독일 유학 시절부터 그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그림을 자신의 시선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먹과 에나멜을 사용하여 그림으로써 정체성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시각화했다. 근래 작가는 사회 현실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시각과 관점에 보다 무게중심을 두고 현 시대의 부조리를 작업에 담아내고자 한다. 이번 전시작인 「희박한 공기」, 「해에게서 소년에게」,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에서 동적인 배경에 정적인 오브제를 배치하는 화면 구조와 방식으로써 이러한 시도들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최희승 작가는 익숙한 오브제들의 물리적 성질과 기능을 미묘하게 뒤트는 입체 작업으로 기억의 불완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딱딱하고 육중한 콘크리트 베개에 형광등이 마치 칼처럼 꽂힌 「구부러진 기억」(2016)은 기억이란 꿈처럼 명확하게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전시된 「평행 이인극」(2016)은 한 쌍의 심벌즈가 교차하며 진자 운동을 하는 설치작업이다. 아슬아슬 닿을 듯 하지만 결코 서로 만나지 못하는 심벌즈들은 소리를 내는 본래의 역할을 상실한 채 허공에서 맴돌기를 반복한다. 이와 같은 작업을 통해 작가는 실제 기억과 변형된 기억 간에는 극복할 수 없는 괴리가 있음을 환기시키고 과거와 현재의 기억, 나와 타자 사이 존재하는 모순을 넌지시 일깨운다. ■ 금호미술관
□ 비평워크숍 - 일정: 2016년 10월 8일(토요일) 오후 3시-5시 30분 - 장소: 금호미술관 3층 세미나실 - 진행: 작가 3명의 프레젠테이션 후 비평가의 코멘트, 관람자 잘의응답 - 참여비평가 류동현 (미술 저널리스트) / 작가_김정은(설치), 서민정(평면_동양화), 정하눅(평면) 문혜진 (미술비평가) / 작가_김윤섭(평면, 애니메이션), 이미리(영상, 설치), 최희승(설치) 이성휘 (하이트문화재단 큐레이터) / 작가_곽상원(평면), 백승현(입체), 임영주(다매체) - 참여방법 전문가, 미술 전공자 및 현대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 누구나 참여 가능 무료 (당일 선착순 50명 제한)
Vol.20160927g | 6각의 방-2016 금호창작스튜디오 11기 입주작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