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료 / 일반 2,000원(대학생 이상) / 학생 1,500원 단체 20인 기준 500원 할인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일현미술관 ILHYUN MUSEUM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선사유적로 359 Tel. +82.33.670.8450 www.ilhyunmuseum.or.kr
장소는 우리가 호흡하는 시간과 공간이 자리하는 곳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공간의 여러 겹 사이에 일상의 경험과 기억, 감정 등 자신의 삶을 담으며, 장소와 관계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오늘날 일상의 장소는 개인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담기보다는 도시화와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획일화되고 있다. 『일상 여행하는 법』 전시는 사회 시스템에 지배되는 일상의 장소를 성찰하고, 주체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창조적, 상상적 시공간으로 변주하는 예술가들의 시도에 주목한다. ● 본 전시는 익숙한 일상의 장소를 탐험하는 여행을 제안한다. 여행은 장소를 거닐고,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세상을 낯설게 봄으로써 시공간과의 창조적인 상호작용을 이끌어낸다. 1794년 작가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는 익숙한 장소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자신의 방을 42일간 여행하고 『내 방 여행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적기도 하였다. 드 메스트르의 글 제목을 차용한 『일상 여행하는 법』 전시는 일상의 장소를 여행하듯이 탐색하며, 주체적인 시선으로 장소와 관계 맺는 과정을 펼쳐낸다. ● 참여 작가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일상의 장소에서 낯선 풍경과 사람을 마주하면서 뜻밖의 특별한 시공간을 경험하거나, 사회 시스템에 지배되는 일상의 장소를 자신만의 창조적인 방식으로 누린다. 이러한 예술적 실천을 통해 정체성을 잃어가는 일상의 장소를 개개인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새로운 창조적, 상상적 시공간으로 펼쳐냄으로써 진정한 삶의 장소로 복원하기를 기대한다. 『일상 여행하는 법』의 관람객들은 작가들이 상호작용한 장소들을 여행하면서 자신의 주변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강동주는 자신이 살아온 곳을 거닐면서, 일상의 장소와 마주했던 시간과 경험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주로 장소에 깃든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감각을 탐험하며, 이를 빛과 질감으로 포착하는 시도를 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의 몸을 부딪혀 밤의 풍경을 그려냄으로써 길 위에 자신의 흔적을 드러내고, 일상의 장소를 체화한다. 불특정한 3일에 집 주변을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기록한 「1시간 30분 35초의 땅(2014.5)」 등 '땅바닥 드로잉'에는 100번째 걸음마다 멈춰서 땅바닥을 그리는 신체의 리듬과 작가가 디딘 발 밑의 질감이 담겨 있다. 함께 전시되는 「155분 37초의 하늘」은 작가가 살고 있는 부도심지 청량리로부터 영등포를 거쳐 되돌아오는 동선에서 마주한 하늘을 영상 촬영하고, 156개의 캔버스에 시간의 궤적으로 채색한 것이다.
안성석과 정혜정으로 구성된 '랑랑'은 한강을 탐험하는 낯선 여행을 시도한다. 한강은 서울의 경제 성장을 압축하며 여가 공간으로 시스템화된 장소이다. 이 곳에 스스로 제작한 배 '호락질호'를 타고 침입함으로써 일상의 장소를 주체적으로 누리고자 한다. 이들은 한강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개발의 논리에 사라진 저자도, 모래사장에서 뛰놀던 사람들 그리고 백로가 노닐던 노들섬의 현재와 만난다. 그 속에서 자연과 인공, 강북과 강남이 분리된 풍경을 발견하고, 일상의 삶과 유리된 한강을 진정한 일상과 축제의 장소로 회복하고자 한다. 2014년 한강 탐험에서 자신과 관계를 맺은 의미있는 풍경과 이야기를 사진과 드로잉에 담아온 것에 이어, 2015년에는 관객 참여형으로 확장하여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일상의 무대에 사람들을 초대하였다.
이재명은 일상의 장소를 지배하는 거대한 사회 시스템을 맞닥뜨리며, 화려한 도시의 틈에 존재하는 낯선 풍경에 주목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공터, 지붕, 옥상 등 뜻밖의 생경한 장소를 마주하는데, 이러한 소외된 장소는 작가만의 비밀 장소로 변모한다. 이 곳에서 그는 유토피아로 이동하는 통로를 발견하며, 정체성을 잃어가는 일상의 장소에 자신만의 상상적 시공간을 구축한다. 캔버스에 펼쳐진 장소는 일상에서 직접 경험한 곳이나 영화 속 장소가 작가의 기억에 쌓여있다가 체화되어 발현된 것이며, 장소 한 켠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일상의 장소와 관계를 주고받는 작가 자신을 투영한다. 다양한 시점의 장소들이 무대세트처럼 펼쳐지는 최근작 「Black House」는 작가의 기억과 상상이 얽힌 시공간을 보여준다.
주변의 익숙한 장소를 탐색하는 장석준은 일상 풍경의 조각을 사진에 담아왔다. 상가 건물의 갈색 문틀, 건물 옥상의 녹색 페인트칠처럼 일상의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볼 수 있는 인공 요소들은 작가의 눈에 포착되어 이미지로 수집되고 조합되어 새로운 집합적 풍경으로 재탄생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산업 시스템에 따라 정형화된 인공 요소들이 자생적으로 확산되어 도시의 질서와 구조를 형성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성에 주목한다. 각 장소가 지닌 특징적인 패턴을 보여주는 「평평한 도시 프로젝트」는 파편처럼 사라지며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일상성의 순환'을 움직이는 풍경을 통해 더욱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지면으로부터 수직 이동하는 화면의 시점은 현대인이 온라인 지도 서비스에서 '줌 인 아웃'을 하며 장소를 감각하는 태도를 반영한 것이다. 작가는 드론을 띄워 실제 장소를 수직적으로 촬영함으로써 새로운 시점과 감각의 여행을 제안한다.
정영돈의 작업은 거주지인 파주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어느 날 낯선 풍경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카메라, 자전거, 캠핑도구를 가지고 군사 시설과 재개발이 혼재된 파주를 탐험한다. 2011년부터 5년간 진행된 「의아한 산책」은 계획 도시의 획일적인 구조와 삶의 패턴 너머 길 위에 존재하는 사소한 풍경과 사람들을 조우하며 무수한 '차이'를 발견하고자 한다. 작가는 고정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다른 맥락에 놓인 사물 풍경에 주목하고 그 생경함을 포착한다. 휘어진 철근과 그림자 사이의 잡초, 교통콘과 조명 갓이 포개진 장면 등은 일상의 장소에서 일어난 무수한 이야기와 변화하는 풍경을 함축한다. 또한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린 「집 주변의 지도」는 일상의 장소에 담긴 개개인의 서로 다른 경험과 기억, 심리를 드러낸다. ■ 일현미술관
Vol.20160927b | 일상 여행하는 법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