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남영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6_0921_수요일
백송갤러리 기획 초대展
관람시간 / 10:00am~06:30pm
백송갤러리 BAIKSONG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1-8 (관훈동 197-9번지) Tel. +82.2.730.5824 www.artbaiksong.com
어쩌다 묻은 물감 자국, 하다 보니 생긴 자취, 의도치 않게 흘려서 번진 반점, 빗겨서 스친 선, 물감이 뒷면으로 배어나온 자리, 종이끼리 맞닿았다가 떨어진 곳에 남은 흔적과 같은 갖가지 우발적인 효과들이 있다. 화가 남영희의 근작들은 이들을 모두 수용하고, 화면 위에서 서로 어우러지도록 구성하는 독특한 추상 작업을 보여준다. 한편 그녀의 손과 눈으로 이끌어낸 형상들은 우리 내면 깊은 곳에 내재한 기억과 일면들을 소환하는 알레고리가 되었다. 조각보나 오방색 지함의 조형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도 있으며, 한복 치마를 바투 잡고 마실 나가는 여성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도 있다. 이렇듯 남영희 회화는 추상이라는 '페르소나'(이는 작품 제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로 전후 세대 한국 여성의 심층을 성공적으로 표출해냈다. 안에서 묻어나고, 접혔다가 펴지면서 내면이 겉으로 드러나는 형태들이 남영희 조형의 기본 단위이다. 그리고 이 단위들에서 파생되는 특유의 유동적인 색면들은 우리의 감각에 낯설고도 익숙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였다. 분명히 추상적 형상과 빛깔인데도 무언가 구체적 회상이나 추억을 이끌어 내는 이유는 그들이 이미 우리 안에 내재한 것이고 익숙한 디테일이기 때문이겠다.
화면 속의 예상치 못했던 선과 면들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화가는 그것을 극복하고, 포기하지 않고 보살피며, 굳이 감추려고도 하지 않았다. 모든 부분들이 겉으로 드러나지만 또한 전체의 구조 속에서 감춰지기도 하는 남영희의 색면 그래피티는 조형적 깊이감과 다양한 알레고리를 담아낸 한국 현대 추상회화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 한재원
Vol.20160919f | 남영희展 / NAMYOUNGHIE / 南英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