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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서호미술관 기획展 『또 다시, 휴머니티』 세번째 전시
후원 / 경기도_남양주시
관람료 / 2000원 / 단체 1500원(남양주시민, 군·경 50% 할인)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서호미술관 SEOHO MUSEUM OF ART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북한강로 1344 1층 Tel. +82.31.592.1865 www.seohoart.com
밖으로 - 경계를 허물며 ● 1. '인간다움'을 묻는 지점들 올해 서호미술관은 "또 다시, 휴머니티"를 주제로 기획 전시를 펼쳐 왔다. 인간, 인간성, 인간적인 것, 인간다움, 인간의 존엄, 인간적 가치 등을 화두로 삼아 작업하는 작가들을 개인전 또는 그룹전 형식으로 관람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이다. 그 세 번째가 김필래 작가의 『밖으로- 경계를 허물며』이다. ● 세속화와 탈신화화를 통하여 오랜 신 중심의 세계관을 벗어나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구축한 근대. 그 '근대'의 '인간'은 인간의 삶을 단순히 먹고 자는 동물의 삶, 그리고 통일된 자아 같은 것은 전혀 갖고 있지 못한 식물의 삶과 확연히 구별하였다. 근대의 인간은 스스로를 자유와 권리의 의식 주체로 세우고 합리적 이성의 힘으로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중심이 되어야 했다. 몸과 마음, 물질과 정신, 감성과 이성, 정념과 이념, 부분과 전체가 과격하게 분리된 근대 이원론의 세계에서는 인간만이 정신과 이념을 통해 제 존재 가치의 절대 우위를 주장할 수 있었다. ● 그러나 몸, 머리, 마음의 융합 체계를 세우는데 주력하고 있는 '탈근대'는 근대 이원론이 선호하였던 분리와 배제의 세계를 벗어나, 관계와 연결의 복잡성 틀로 세계를 이해하고자 한다. 이제 '인간'은 사유의 대상으로만 머물렀던 몸, 가려진 채 끊임없이 지원을 제공하던 물질, 삶을 구체적으로 서술해주는 느낌 등을 축출하거나 분리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의 시대는 인간 존재를 단독의 자기 충족의 개체라기보다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의 공동체적 존재로 이해하기를 새롭게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미술에서 또 다시 인간다움을 묻는다는 것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더욱 확실하게 정의하고 견고하게 지속시키기 위한 반복과 연장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과 세계를 연결망 또는 관계망으로 새롭게 이해하고, 인간과 세계에 대한 또 다른 느낌과 또 다른 의미를 제공하는 시각적 은유들을 만나 보고자 하는 것이다.
2. 밖으로 향하는 움직임들 : 김필래의 작품세계 ● 김필래의 『밖으로-경계를 허물며』전은 대부분 회화적인 입체작업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들의 대부분('무제' 시리즈, '~밖으로' 시리즈)이 사각 평면의 판넬 바탕 위에 이루어져 벽에 걸리기 때문에 조각적 공간의 일루젼을 밀어낸다. 관람자들이 서있는 전시장 바닥에 펼쳐놓은 작품, '사유하는 집 2-1'의 경우도 작은 정사각 틀 여러 개를 붙여 장방형의 면을 만들고, 여러 색의 천들이 각 틀의 테두리에 겹겹이 그러나 위태롭게 남겨져 면과 선으로 이루어진 화면인 듯 보인다. 평면적인 작업이면서도 매우 정교하고 세심하게 끈질기게 입체감을 전달한다. 입체감은 마치 여러 시대에 걸쳐 현자와 시인들이 불렀던 '생명의 호흡'처럼, 생성과 수선, 재생을 통해 지속되는 흐름을 형태만이 아니라, 구조, 그리고 과정의 다양한 시각에서 포착하는 일이다. 작가는 살아있음의 복잡성을 조각적 공간 구성의 관례를 벗어나 시각적이고 현상학적인 방식의 새로운 은유로 표현한다. 김필래 작가의 작업 재료는 천, 라텍스 고무, 실, 솜, 철사가 든 끈, 판넬 등 특수 물질이라기 보다는 일반적인 물질이고 연성물질들이다. 물질적 일관성을 보여주는 작가의 재료 사용 방식은 이미지로서의 작품에 기여한다. 물리적 실체로서의 조각이 아니라, 구성된 이미지로서 작용하는 작가의 작업에서 각 재료들은 서로 연결되어 의미를 창출한다. 가볍고 약하고 부드러운 재료들은 불변하는 실재, 정태적인 존재와 동형적인 이미지를 창출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동적이며 움직이는 이미지의 역동성에는 적합하다. 물론 움직임과 역동성이 조작성과 가변성을 함축하기 때문에 중심을 소유할 수 없다. 시간의 어긋남, 공간의 불일치, 중심들의 분산, 초점의 다중성이 드러나는 작가의 작업들은 참된 실재를 드러내고자 하는 전통적인 이미지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김필래의 작업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중심을 소유하고 경계를 지니고 있는 순수 시각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열린 감각 그리고 경계를 넘는 행동과 조우하는 이미지를 만든다.
예컨대 '영역찾기2'는 끈 가운데 철사가 들어간 검은 빵끈을 사용하여 삼각형 또는 사각형의 단위 영역을 만들고 각 꼭지점에 다른 단위 영역들의 꼭지점을 묶고 엮기를 반복하여 이루어진 작업으로, 전시장 바닥면과 벽면을 이어 가변적으로 설치되었다. '영역찾기2'는 외적 한계가 내적으로 규정되지 않는 규칙을 지니고 있어서 무한 증식의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중심의 확장이 아니며, 정해진 초점을 향한 논리적 추론도 펼칠 수 없다. 여기서 강조되는 이미지는 연결망이다. 세포들의 연결망인 유기체, 분자들의 연결망인 세포, 소통들의 연결망인 사회, 모든 삶에 공통적인 형태는 연결망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연결망의 이미지는 생명, 삶의 과정이기도 하다. "과정의 삶은 비결정적인 '삶'으로 그것은 하루하루 다른 삶을 의미한다. 하루하루 다른 삶은 변화 없이 정지되어 있는 삶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고 더 낳은 가치를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고 지속적인 변이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김필래, 작가 노트 중에서)
우리는 불활성 물질이 만들어내는 은유적 형상을 생명 에너지의 유기적인 성장 논리에 근거한 시각적 명상 과정으로서 경험하게 된다. ● '무제'의 제목을 단 작품들도 검은 광목천을 입힌 직사각형의 판넬, 그 판넬 위를 수직-수평으로 분할한 철사 지지대, 그 지지대를 색실이 종횡으로 감싸며 만들어진 면 등 바탕을 이루는 기하학적 형태와 불규칙하게 늘어진 색실들의 자연적 형태가 유비적 관계를 이루면서 인간 삶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보편적이고 추상적으로 표상되는 삶의 구조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과정이 두 가지 상이한 양태로 드러나지만, 서로 연결되어서 망(網, Net)을 이룬다. 작가는 여기에서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서는 흐름에 의거한 서술을, 자연적 형태를 통해서는 연결망에 의거한 서술을 진행함으로써 모든 삶에 내재한 상이한 두 층위들을 상보적으로 종합한다. 합리적 구조를 지향해 온 전통적 조각 관행에서 벗어나 있는 그녀의 작업들은 정신과 물질, 인간과 자연의 분리를 넘어선 탈근대적 시각이 돋보인다. 또한 「밖으로」 시리즈에서 드러나듯이 작가는 스스로를 고정되고 불변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자아 개념이나 분리와 단절의 불행감을 지닌 유폐된 작가의식을 경계 삼아 '예술가'나 '예술계'안에 머물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의존적인 세계에서는 '밖'을 분리시킨 '안'의 안전함은 지속적이지도, 창조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 임정희
Vol.20160911h | 김필래展 / KIMPILLREA / 金必來 / installation.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