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903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화요일 휴관
갤러리 아쉬 헤이리 GALLERY AHSH HEYRI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55-8 Tel. +82.31.949.4408 www.galleryahsh.com
사장은 항상 바빴다. 설사 그것이 사무실 책상에 기대듯 누워 여러 공상을 하더라도 말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이 스치듯 지난다. 현재 나갈 돈과 들어올 돈의 수지타산 그리고 골치 아픈 선택과 결정. 이내 표정이 조금씩 어그러진다. 그러나 곧 입꼬리가 올라가며, 감은 두 눈 너머로 즐거운 망상이 들어온다. 스스로 말도 안 되는 것이라 느끼고 있지만, 어떠한가. 이미 세상은 얄팍한 힐링을 대량생산하여 박리다매로 넘기고 있지 않은가. 감정이란 것도 몸처럼 내성이 생겨 더욱더 와일드한 힐링의 약을 요구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 아닌가. 사장이 무엇을 생각하는 것인지는 모르나, 프랑스 대혁명기의 부르주아처럼 깊게 팬 웃음이 그의 망상을 몽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부장은 항상 바빴다. 설사 그것이 멍한 눈으로 자신의 앞에 놓인 책상을 보는 것이라도 말이다. 그는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흐릿한 눈빛이 바로 앞의 사물에 초점이 맞지 않은 것뿐이다. 부장의 머릿 속에는 미래에 관한 계획들로 가득하다. 멀리 있는 것만을 보기에 현실의 조리갯값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차는 무엇을 사고, 집은 어디로 옮겨야 하는 건지, 나의 위치는 높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길…사실 마지막 계획은 목표라기보다는 간절한 염원에 가까웠다. 온통 소비에 관한 열망은 끊임이 없었다. 미증유의 행동은 어느덧 습관이 되었고, 이유가 사라지자 버릇이 되었으며, 의지가 사라지자 장애가 되었다. 방전의 마지막 표식 같은 그의 깜박이는 눈꺼풀은 점점 템포가 느려진다.
과장은 항상 바빴다. 설사 그것이 핸드폰으로 각종 포털사이트의 '돈 버는 법'이라는 기사를 읽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는 돈이 없지 않았다. 정확한 이야기로는 남는 돈이 없었다. "멈춰진 자에게는 미래가 없다."라는 이 회사의 사훈은 그를 가보지도 못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귀결시켰고, 그러한 초조함은 매일 최고의 노력과 정신력 그리고 노동력을 요구하였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북쪽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들이 외치는 프로파간다(어떤 것의 존재나 효능 또는 주장 따위를 남에게 설명하여 동의를 구하는 일이나 활동. 주로 사상이나 교의 따위의 선전을 이른다)적인 문구들이 그의 일상 속에서 일어났다. 그는 오늘 퇴근도 자신이 마지막으로 하리라 결심했다.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강조한 적 없지만, 그것이 미래에 관한 보증이라도 되는듯했다.
그는 항상 바빴다. 설사 그것의 목적이 거래 일지라도 말이다. 딸의 졸업식에도 없으며, 모처럼의 주말과 또 고대하던 바캉스에도 없었다. 그가 가족의 일부라는 증거는 동사무소와 여러 신용과 돈이 걸린 증거들에서만 나타났다. 거대한 기계체의 작은 톱니바퀴처럼 그의 앞과 뒤에는 자신과 크기가 다른 톱니바퀴가 있을 뿐이었다. 그는 정확히 한 바퀴를 돌아, 또다시 거래의 목적이 거래가 되었다. ■ 김승환
Vol.20160910c | 딜딜딜 Deal, deal, DEAL-성수희_이지영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