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하루...그리다

신하순展 / SHINHASOON / 申夏淳 / painting   2016_0906 ▶ 2016_0912

신하순_베네딕토 수도원_화선지에 수묵담채_210×14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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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912_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KEPCO ARTCENTER GALLERY 서울 서초구 효령로72길 60 제1관 Tel. +82.2.2015.8133 www.kepco.co.kr/artcenter

화가의 그림, 감상자의 그림 ● '무엇을 그리느냐'와 '어떻게 그리느냐.' 화가라는 직업을 택하면 일평생 짊어져야 할 두 가지 과제 앞에서 화가는 매순간을 치열하게 고민한다. '먼저 무엇을 그릴까?'를 놓고 화가는 정물이나 인물, 풍경을 택할 수도 있고 아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과 상상을 그려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어떻게 그릴까?'라는 화두에 직면하면 붓과 물감, 먹과 종이를 이용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그려내거나 쏟고 뿌리며 찢고 구기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철학을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동양화라는 미술 장르는 이제 회화 대상과 회화 방법을 선택함에 있어 거의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동양화를 떠올리면 우리 머리 속에 형성되는 고정 이미지가 분명 존재하기에.

신하순_남이섬_화선지에 수묵담채_210×142cm_2010
신하순_Toulouse_화선지에 수묵담채_212×140cm_2014
신하순_미사강변아파트_순지에 수묵_162×130cm_2016

화가 신하순은 이러한 동양화적 한계에 색다르게(?) 도전하는 '얌전한 이단아'이다. 회화 소재는 왠지 예술성이 부족한 듯 보이고 붓을 놀리는 붓질은 정교하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구도 역시, 느슨하고 성긴 허허실실이 화폭 곳곳에서 아름아름 묻어난다. 이름하여, '신하순 작가 고유의 동양화'라고나 할까? 명소와 절경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발길 닿는 대로 휘적휘적 돌아다니다 눈에 들어오면 가만히 가슴에 담고 고스란히 화폭에 옮길 뿐이다. 그리하여 이름난 산과 물, 공원과 절도 눈과 가슴을 기쁘고 따뜻하게 만족시키지 못하면 화폭 위에서 표현될 기회를 잃는다. 어디에서나 접했을 법한 고벽돌 성당과 플라타너스 가로숫길, 조각이 있는 공원과 고즈넉한 정자는 그렇게 작가의 눈과 가슴을 거쳐 다시 우리에게 전달된다. LOVE 로고와 함께 한반도 마을, 독도를 떠올리게 하는 섬 풍경 역시 마찬가지다. 해서 자신만의 법칙에 따라 한 줄로 꿰매어진 구슬들은 "좋았던 곳," "기억에 남는 곳," "사랑하는 곳," 그리고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는 화가의 기억 아래, 동양화 같지 않은 동양화로 소개된다.

신하순_동경근교 Rrainbow bridge_장지에 수묵담채_58×97cm_2016
신하순_청량사_장지에 수묵담채_93×67cm_2016
신하순_설악산에서_장지에 수묵담채_60×93cm_2016

'어떻게 그릴까'라는 고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회화 대상에 시점을 고정하지 않고 원하는 곳을 취해서 마음껏 즐기는 것이 동양화라지만 신하순 고유의 붓질은 자유롭고 여유로운 동시에 탈전통적이다. 그야말로 붓 가는 대로 그린 터라 '에이, 이런 그림은 나도 그리겠다'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면 지나친 호기일까? 하지만 전시된 모든 그림들이 다 나름대로의 스케치와 구도 속에 정해진 플롯으로 구현되었을 터이니 결국, 그의 동양화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양식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던 선배 화가들 모두, 한때는 비슷한 취급을 받지 아니했던가!

신하순_동해를 바라보다_장지에 수묵_63×94cm_2016
신하순_화엄사_장지에 수묵_63×94cm_2016
신하순_베를린_장지에 수묵담채_94×64cm_2016

모든 이가 사랑하는 화가는 없다. 그렇다고 전혀 사랑 받지 못하는 화가도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사실은 화가의 철학, 화가의 가치관에 얼마나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느냐의 차이일 뿐.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신하순 화가의 그림은 화폭에서 기운생동(氣運生動), 골법용필(骨法用筆), 응물상형(應物象形) 등 전문 용어로 점철된 하드코어 동양화와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하다. 어쩌면 그러한 점이 바로 신하순 화가의 진정한 회화 의도일지도 모를 일. 그렇다면, 신하순표 동양화에 대한 여러분들의 판단은? 화가의 손을 떠난 그림, 이제는 우리가 감상하고 판단하며 머릿속에 남기거나 흘려버릴 차례다. ■ 심훈

Vol.20160906j | 신하순展 / SHINHASOON / 申夏淳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