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902_금요일_07:00pm
참여작가 김대홍_장윤성_정승운_채우승_한상혁 허산_김경주_김경후_김현주_이중용 마리는 안느(김규림_백승지_김연용)
낭독 퍼포먼스 / 2016_0923_금요일_08:00pm 참여작가 / 마리는 안느(김규림_백승지_김연용)
후원 / 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_서울특별시_동덕여자대학교
관람시간 / 11:00am~06:00pm
오뉴월 이주헌 O'NEWWALL E'JUHEON 서울 성북구 성북로8길 8-6 Tel. 070.4401.6741 www.onewwall.com
기획자의 아이디어 - 상황, 목표 ● 이주헌利宙軒은 '불구不具'의 '빈-몸'으로서 시적 차원에서 동시대적 삶의 상황을 은유한다. 한 가족의 삶/죽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곳에 불시착한 예술/예술가는, 과연, 그 빈-몸에 어떻게 자신의 몸을 들일 수 있을까. 이 부재라는 실존의 형식, 또는 어떤 미명未明의 상태에 접하게 된 우리는, 이번 전시에서 이 부재를 차마 기념비화할 수는 없어, 앓으려 한다.
전시의 구조 ● 이주헌(세간살이 다 빠져나간 개량 한옥)의 빈-몸을 연주/변주하는 전시 프로젝트. 1. 미술가들의 작업이 완성되어 전시가 개막된다. 2. 전시 기간에 문필가들은 미술가들의 작업과정 및 전시를 해석하는 시와 에세이를 집필한다. 3. 문필가들이 써낸 원고를 전시 마지막 날, 낭독 퍼포먼스 팀이 공연 형식으로 풀어보인다.
조금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이 전시는 다섯 악장으로 짜인 변주곡이다. 1. 어떤 '부-재'를 이미 연주하고 있는, 이주헌이라는 집(또는 빈-몸), 2. 이주헌이라는 빈-몸을 연주하는 미술가들의 작업, 여섯 개의 변주곡, 3. 미술가들의 연주를 해석하는 문필가들, 네 개의 변주곡, 4. 문필가들의 글을 몸/소리로 해석하는 낭독 퍼포먼스, 5. 앞선 모든 과정을 곰곰이 음미하는, 기획자의 글쓰기와 도록 작업. 이렇게 서로 이어지고 겹쳐지는 이 모든 사태는 이 집이 연주하고 있는 '부재'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일종의 시나위라고 불러도 되겠다.
분위기 ● 사실 이 기획물에는 동시대미술의 요설饒舌에서 느끼는 어떤 허전함을 달래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과묵함인데, 그것은 이즈음의 요설계饒舌界를 사는/견디는 자세나 철학으로서 번다한 잡설을 무색하게 할 만한 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획자가 피하고 싶은 것은 둔중함, 번거로움, 수다스러움, 미려함, 구경거리 등이다.
동시대 맥락 ● 후쿠시마 원전사고(2011. 3) 이후 문화예술 영역에서 폐허에 관한 담론이나 폐가·공가를 활용한 예술적 실천 사례가 흔하지만, 이 기획은 그 현상과는 거리가 있다. 기획자는 이주헌의 빈-몸을 아파하거나 그것의 폐허 비슷해 보이는 표정에 대해 섣불리 위로하려 들 생각은 없다. 몸과 몸의 만남―스침, 겹침, 이어짐, 포갬―에 관심이 있을 따름이다. ● 이 전시는 기획자가 이미 수행했던 네 차례의 연작 기획 『촉觸I~IV』(2008~2013)의 연장선에 놓인다. 『촉I』(디자인스튜디오 '워크룸,' 2008)에서는 일상 사무공간에 작가/작품이 '기생'하거나 '침투'하는 실험을 했고, 『촉II: 헌화가』(참여작가 각자의 작업실, 2008)에서 참여작가들은 자신을 위한 작업을 해서 자기 작업실이나 집에 설치함으로써 작가 자신이 유일한 관람객이 되었다. 『촉III: 야간비행』(스페이스 오뉴월, 2013)은 주택가에 자리 잡은 대안공간에서 밤에만 작동하도록 설계한 비디오 프로젝션을 실행하는 프로젝트였으며, 『촉IV: 축개인전』(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8층―테라스, 과방, 학과사무실, 복도 등, 2013)에서는 네 팀의 큐레이터+작가가 직전의 작업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차례대로 작업을 설치하면서, 간섭/배제/대화 구조를 갖춘 연작 개인전을 펼쳤다.
이와 같이 『촉』 연작은 일상 대 예술적 제스처, 작품 대 작가 자신, 갤러리 대 관람자, 또 개인전 대 개인전, 제도 안팎 간의 '닿음'·'접-촉'·'육접肉接'의 양상을 탐구하면서, 작품의 위치와 호흡―내기/들이기―에 관해 여러 각도에서 재음미하려 했다. 곧, 작품이 의미나 효과로서 발설發舌하기 이전에, 그것은 대체 어떻게 운신(運身)하는가, 어떻게 숨을 쉬는가, 또 그것은 자신의 안팎과 어떻게 교접交接하는가, 그런 게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연작은 무엇인가가 어디서·누구와·언제·어떻게 육접하느냐를 짚어보려는 실험이자 관능적인 몸-쓰기 놀이이다. ■ 김학량
* 이 전시는 2016년도 동덕여자대학교 학술연구비 지원에 의하여 수행된 전시입니다.
Vol.20160905j | 촉觸 Ⅴ: 빈, 집 Be Touched Ⅴ: somewhere, vacant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