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808_월요일_06:00pm
참여작가 김상진(작가)×홍준성(영화,시나리오) 김신애(작가)×JIIIIIN & GRAYCODE(사운드아트) 빈우혁(작가)×하재용(미술비평) 염지희(작가)×전강희(드라마터그)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아마도예술공간 AMADO ART SPACE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3-31번지 Tel. +82.2.790.1178 amadoart.org
'과정'으로의 전환 (Turn) ● 2013년 아마도예술공간의 개관전으로 시작하여 매년 연례행사로 진행되어온 『아마도 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은 젊은 작가와 큐레이터의 매칭, 기성 미술인과 함께 하는 공개토론과정을 통해 작품의 창작 및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담론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작가와 작품의 비평으로부터 시작하여 전시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반되는 모든 과정을 비평의 장으로 끌어내고자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으며, 작가의 작품세계나 전시에 대해 개별적으로 다루는 기존의 미술비평에 대한 대안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이는 전시에 수반되는 과정의 중시, 새로운 담론을 통한 비평의 활성화를 위한 시도였다. ● 제4회 『아마도 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은 기존 전시에서 중요 가치였던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하고, 그것으로부터 발생 가능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과정에 집중한다는 것은 곧 '과정'이 예술창작(production)의 오브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시작한다. 즉, 예술창작의 과정으로부터 발생 가능한 예술적 잠재력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본 전시는 예술창작 일반(작품제작부터 전시기획에 이르기까지)에 있어서 과정에 존재하는 예측 불가능성과 우발성을 수반한 공동연구, 즉 협업의 형태(collaboration)를 추구한다. 이런 과정의 문제에는 종종 다양한 고민이 수반되고 그로부터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잇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하나의 프로젝트를 목표로 생성되는 다양한 과정적 예술 활동들 즉, 협력/협업을 하게 되는 인물의 선정 목적과 진행 과정, 공간 연구, 작품 설치와 발표 등과 같은 질문이 둘 사이 혹은 그 이상의 참여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충돌과 합치를 거치며 그다음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본 전시에서는 이러한 과정으로부터의 시너지, 다양한 가능성에 집중하기 위해서, '전환(Turn)'이라는 용어를 대입해보고자 한다. 폴 오닐(Paul O'Neil)에 따르면 전환은 자율적이면서도 동시에 타율적인 발전의 논리를 제안하는 데 유용하다. 다르게는 변화의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는 전환은, 내재적이거나 외재적이며, 또는 종종 두 개의 양상을 모두 포함한다. 즉 점진하는 과정으로서 고정된 조건이나 정체된 상태보다는 과정의 역동성을 가정하는 것이다. 본 전시는 이렇게 내재적이면서도 외재적인 요인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과 해결, 자율성과 타율성이라는 상반된 하지만 필연적인 요인들을 수용하며 생겨나는 과정의 역동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 이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4회 『아마도 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은 기존의 연작이 취했던 구조인 작가와 큐레이터라는 고정된 역할플레이로부터 탈피를 시도한다. 과정이 절차로 치환될 때 생겨나는 경직성과 고정된 형식적/ 구조적 한계를 넘어 과정에서의 역동성과 유연함을 담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각 작가는 자신에게 당면한 현재적 과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그것에 부합하는 타분야 전문가를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선택한다. 이렇게 전시에 참여하는 네 명의 작가는 '과정으로의 전환'이라는 명제 안에서 각자만이 가진 고유의 언어로부터 시작하여 주제 및 개념의 심화, 그리고 작품의 형식적/ 시각적 구현에서의 실험 및 확장을 협업이라는 과정적 방법론을 통해 찾고자 한다. 각자의 작업, 그리고 그 과정에 존재하는 현재적 문제점과 한계, 주요 이슈를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 작품창작의 영역에서 독립적 개인/ 절대적 주체의 지위를 가진 작가가 취해야 할 최초의 태도라면, 여기로부터 한 발짝 더 나아가 아이디어 발전 및 제작에 이르는 과정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슈와 리서치, 형식적 실험 등은 공동의 몫이 된다. 그렇게 점진적 발전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 그것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하는 것, 재사유하는 과정이 공동의 것이 됨으로써 예정된 성과로부터 벗어나 출몰하지 않은 어떤 가능성을 찾기를 기대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과정이란, 아이디어나 감각, 정서, 경험, 사유의 다양한 시각적 구현과 같이 무형의 예술적인 것들이 각자만의 방법과 속도에 따라 출몰하기 위한 시간과 공간의 조율이라 할 수 있다. ● 결국, 본 전시의 의의는 최종적으로 저자의 언어를 생산하고 결론을 짓기보다는, 과정에 존재하는 분산된 대화와 실천의 릴레이 속에서 형태를 찾아가는 그 과정, 그리고 과감한 실험에 있다. 그리고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는 형식적 절차(procedural)보다는, 인물의 만남과 충돌, 합치와 불합치가 실재하는 밀접한 과정(processual)으로 수렴하고, 거기서부터 다시금 확장해 보고자 하는데 그 가치가 있다. 과정으로의 전환을 통해 행위의 흐름 안에서 드러나는 잠재성을 기대하며, 예술창작 주변의 아이디어의 순환을 강조함으로써 각 작가가 견지하는 최초의 개념과 시각적 구현이 확장하는 가운데 그 독자성을 새롭게 획득할 수 있길 바란다. ● 마지막으로 본 전시를 '과정으로의 전환'이라는 말로 갈무리하였듯이, 참여작가가 마주하는 과정에서의 돌출 지점, 즉, 작가별 가능성의 지점에 주목하는 것으로부터 더 나아가, '전시'자체를 사유의 또 다른 점진적 이행 과정으로 인식하고 이후의 질문이 생성될 수 있길 바란다. 큐레이터로서 우선 본 전시와 관련하여 질문을 제기해 보고자 한다. 동시대 예술실천의 행위 중 공동의 연구, 협업을 주제로 하는 예술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무엇이며, 더 나아가 그것으로부터 어떠한 기대와 질문이 생산될 수 있는가? 또한, 마리아 린드(Maria Lind)가 던졌던 질문을 바탕으로 과정 중심의 협업이라는 체계로부터 생성 가능한 또 다른 질문을 나눠보고자 한다. 린드는 예술가 그룹 (artists groups), 네트워크(networks), 성좌(constellations), 파트너쉽(partnerships), 동맹(alliance), 연합체(coalition) 등으로 예술계 내에서 역할과 구성방식에 따라 그 명칭을 달리하며 지난 30년간 예술계에 만연하던 협업의 방식을 주시하며 몇 가지 주요 질문을 제기했다. 협업이라는 체재 안에서 예술가들(artistic agency)이 취할 수 있는/ 취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절대적 주체로서의 작가 개인의 독립성과 그에 따른 불투명한 창작 과정 안에서 협업이라는 형태의 실천이 그 행위성을 얼마나 주장할 수 있으며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어떤 종류의 (형식적/ 방법론적) 도구가 오늘날의 문화생산 방식 안에서 또 다른 유효함을 획득할 수 있는가? 오늘날의 신자유주의적 노동 조건에서 어떻게 예술적 행위성이 이러한 다양한 방법론에 따라 재배치 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동참하며 나름의 해답과 또 다른 질문을 이어나가는 것, 그리고 스스로 다양한 질문과 고민을 생성하고 그렇게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이어나가는 것에 본 전시가 생성하는 그 다음의 가치가 있다. ■ 김성우
김상진은 자신의 일상적 경험이나 하나의 사건을 소재로 하여 작품을 만들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종의 개념적인 설치작업을 한다. 망상가를 자칭하는 그가 상상하고 구현해낸 것은 개인적인 생각의 편린이면서도 규정된 현실을 꿰뚫는 것이기도 하다.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을 의미화하는 그의 작업에서 특징적인 것은 자신이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최대한 정확하게 형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조밀하게 나열된 이를 재현한 「충치지압판」은 고통과 쾌락에 대한 사회적이고 개인적 질문이다. 하나의 현상이 다양하게 해석되는 지점을 건드린 「개소리」에서 작가는 48개국의 개 짖는 소리를 수집하였지만 이들을 한통속에 몰아넣음으로써 차이를 무화시키는 작업을 보여준다. 「In Visibility_refugee」에서는 물 위에 프린트된 기호들이 녹아가는 과정을 담아 난민을 가시화하고자 한다. 작가는 이처럼 생각이나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매체를 이용해 왔으며, 그 실현을 위해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을 시도한다. 이번에 그가 홍준성(영화/시나리오)과 협업한 것은 다른 매체로의 확장을 꾀하고자 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 두 협업자는 함께 구상하고 있는 영화를 위해 「소등」이라는 단편소설과 「감자를 구원하라」라는 시나리오를 썼다. 다른 두 작품 「Jouissance」, 「Infection」는 비디오로 구현된 작품이다. 「Jouissance」에서는 TV광고에서 특정 브랜드를 삭제함으로써 원래 기능을 상실한 짧은 이미지 조각을 이어 붙여 'Jouissance'라는 글자의 깜빡임을 통해 욕망 이전의 욕망을 영상 언어로 구현했다. 또 다른 작품인 「Infection」은 10원짜리 동전을 녹여 다시 만드는 과정을 담은 비디오와 10원짜리로 재탄생되었지만 복제의 과정에서 생겨나는 잉여를 통해 원본의 결여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김신애는 점, 선, 면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풀어내기 위해 우리가 기존에 인식하고 있는 다양한 개념을 재해석하거나 주어진 전시공간의 물리적 속성에 주목하며 그것으로부터 우리의 인식에 대해 질문한다. 예를 들면, 「slightly out of tune」에서는 전시장의 바닥이나 벽이 만나는 지점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계산한 다음, 공간을 기하학적 형상을 이용해 재해석한다. 작가는 이에 대해 "실제 선과 실제 평면은 우리가 인식하는 순간 발생하는 어떤 사건 같은 개념"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점, 선, 면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현실로 드러날 때 관객들은 그 본질을 마주하는 대신 왜곡되고 변형된, 그 때문에 작가가 '발생하는 것으로서의 사건'이라고 지칭했던 인식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 본 전시에서 김신애는 사운드 아티스트인 JIIIIIN, GRAYCODE와 협업하여 공간을 읽는 방식을 기존의 방식으로부터 탈피하여 시간의 속성을 가진 사운드로 확장한다. 이들은 아마도예술공간의 지상층 평면도로부터 공간을 읽어낸다. 하나의 임의적 지점에서 벽의 모서리들까지의 거리를 관측하고, 그것을 사운드의 셈여림과 길이를 통해 계산함으로써 공간을 사운드의 타임라인으로 기록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운드의 타임라인은 지상층의 한 공간에서는 철로 만든 두 개의 조각 작품으로 구현되며 이것은 평면도 공간을 사운드의 길이로 재해석한 악보와 같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Sinewave가 흘러나오는데, 이러한 사운드작업을 통해 공간을 물리적 치수나 시각이 아닌 청각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공간에 대한 다른 차원의 인식을 꾀한다. 작가는 그렇게 사운드로 재해석한 공간을 관람객들에 의해 새롭게 경험하게 함으로써 또 다른 사건적인 순간을 발생시키고자 한다.
빈우혁은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산책자를 자처하며 집 근처 공원을 배회했다. 그가 만난 풍경은 맑고 푸르고 고요했고, 그 풍경을 사진에 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그 풍경을 종이에 옮길 때, 반대로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한다. 그가 그린 풍경에 작가 자신은 없다. 장소성과 시간성을 드러낼 수 있는 모든 상징을 삭제하고, 심지어 작가 고유의 주관적 시선조차 배제한 풍경은 어디에도 존재하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풍경과 같다. 그렇게 작가는 그때, 그리고 그 장소라는 시공간으로부터 자신을 삭제함으로써 그 이면으로 철저하게 자신을 숨긴다. 결국, 그 풍경이란 작가가 사회를 대하면서 취하는 어떤 태도와 닮아있다. ● 본 전시에서는 이렇게 자신이 완전히 삭제된 도피처로서의 '풍경'이라는 하나의 소재에서 벗어나 자신의 태도와 시선을 유지한 채 그것으로부터 어떠한 대화를 시도한다. 빈우혁은 자신의 협업자인 하재용(미술평론)과 서신을 교환하며 만들어낸 「행운의 편지(Ein Kettenbrief)」와 「엉터리 화가」라는 자전적인 영상을 제작했다. 이 두 작품은 전시장을 꽉 채운 풍경화에 대한 어떤 부정과도 같은, 그럼에도 이것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어떤 분열을 내비친다. 빈우혁과 하재용의 서신은 작가가 지금까지 취했던 어떤 방어적 태도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통해서 우회하더라도, 그렇게라도 내비칠 수밖에 없는 어떤 편린들과 같다. 그리고 영상 작업 「엉터리화가」는 작가 스스로를 영상에 노출시키지만 그 모습을 명확히 하지 않거나 독백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읊조리지만, 명시적인 표현을 회피함으로써 소재로서의 '풍경' 이면에 남은 작가의 시선과 그만이 가진 정서를 드러낸다.
염지희의 흑백 콜라주 작업은 불안한 내면의 반영이다. 흑백의 인물사진과 히스테릭한 주체의 대리자로서 초식동물이 등장하는 작업에서 이들은 한 화면에 흩뿌려지듯 자리를 잡는데, 이후 작가는 연필과 콩테로 이들 각자의 무대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는 하나의 프레임위에서 필연성은 없지만 하나의 연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여기서 이 인물들에게 이질적인 것을 덧붙이거나 보완물을 그림으로써 정상적 상태로 보이지 않도록 유도하는데, 이는 분열되고 불완전한 주체들을 암시한다. 그들은 작가가 짜놓은 세트 같은 공간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연기할 뿐이다. 한편, 염지희의 콜라주 작업은 사진 이미지와 기하학적 묘사를 통해 강한 공간성을 만들어내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하나의 프레임 안에 자리 잡았던 드로잉과 콜라주로부터 확장하여 공간 설치로 나아간다. 이에 작가는 전강희(드라마터그)와 협업하여 전시장에 연극 무대와도 같은 상황을 만들고,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두 협업자는 관객을 위한 무대의 바탕을 구성하는 텍스트로 장 뤽 낭시의 『코르푸스』, 『나를 만지지 마라』와 정영효의 『계속 열리는 믿음』을 선택하고 그것을 함께 연구했다. 특히 정영효의 시집 『계속 열리는 믿음』은 이 전시에 설치된 모든 오브제의 직접적인 모티브가 되었다. 염지희는 정영효 시인의 몇 편의 시를 이미지와 상징으로 해석하여 극적인 무대를 전시장 방마다 펼쳐놓는다. 그의 콜라주 드로잉이 보여주던 기괴하고 우울한 정서는 이번에는 낯설고 이질적인 사물을 배치함으로써 획득된다. 그리고 연극적 세트에 가까운 이번 설치를 통해 염지희는 자신의 회화 속 불안정한 주체의 자리를 관객에게 넘겨준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부터 해석의 자리를 언급하며 "내러티브의 완성자는 관객/관람객이 되기를, 작품 안에 관객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여러 상징과 오브제가 느슨한 듯 치밀하게 결합하여 만들어낸 연극적 상황과 무대, 그리고 작품의 기저를 이루는 서사는 결국 관객의 참여로 완성되고, 거기서부터 각자의 서사가 다시 시작되길 기대한다. ■ 아마도 예술공간
Vol.20160828e | 목하진행중-제4회 아마도 애뉴얼날레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