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909_금요일_03:00pm
참여작가 김지은_김태연_김혜란_안지만 오화진_윤순란_전경화_한정임
문화가 있는 수요일-큐레이터의 해설이 있는 전시 설명회 2016_0928_수요일_02:00pm / 2016_1026_수요일_02:00pm 어린이 대상 교육 프로그램 / 9월29일, 10월7일, 10월21일 섬유기법 중 직조를 사용하여 여러 형태의 상상 속 동물친구들 만들기
후원 / 경기도_양주시
관람료 / 성인 3,000원 / 8~19세,경기도민,군인 1,000원 미취학 아동 및 65세 이상 무료관람 문화가 있는 수요일 무료관람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월요일 휴관
안상철미술관 AHNSANGCHUL MUSEUM 경기도 양주군 백석읍 권율로 905 Tel. +82.31.874.0734 www.ahnsangchul.co.kr
지난 해 5월, 안상철미술관에서는 현역 원로작가인 성옥희를 비롯하여 다섯 작가의 섬세한 타피스트리 작품으로 『직조예술: 씨와 날』 전시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직조예술이란 제목으로 진행한 전시 이후 미술관에서는 직조를 포함한 섬유예술의 광범위한 지평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술과 공예, 예술과 실생활의 경계를 거부하고자 하는 최근 현대미술의 한 특성에서 볼 때 섬유소재의 확장 가능성이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 전통적으로 섬유라는 실생활의 재료가 미술의 역사에서 일정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순수예술에서보다 먼저 공예의 영역에서였습니다. 우아함과 장엄함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유럽 중세미술의 대형 타피스트리는 직조방식에 의한 직물 생산의 가장 고급한 영역으로 해외 주요 미술관들에 전시되고 있고 반면 우리나라 및 주변국의 경우 국립박물관이나 민속박물관 등에서는 직물과 자수공예품들이 전시되고 있음을 봅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섬유란 무엇보다도 우리의 일상적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었기에 '일용품'에서 '공예품', '순수예술품'으로 그 존재 위상이 변화되는 과정은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 이 시대 우리 미술계의 경우 그 위상의 기준은 미술대학의 학과명, 기타 대형전시의 장르구분에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처음 이화여대에 자수과가 설치되어 전통적으로 여인의 전유물이었던 '생활용품 자수'를 미술의 영역에 포함시켰고 1980년대에 보다 포괄적인 섬유예술로 학과명을 바꾸게 되며 이에 따라 섬유와 연관된 매우 다양한 개념과 재료, 기법 등이 크게 확장되고 순수미술의 성격에 접근하는 쪽으로 방향이 전환되었습니다. 그 세부적인 전환의 상황을 논할 자리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번 『現섬유예술 8색전』에 출품한 여덟 작가들은 '섬유미술' 또는 '섬유예술' 명칭 학과의 전공자들입니다. 그리고 20세기 이후 무한대로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미술의 추세에 맞추어 그들이 사용하는 재료나 매체, 개념과 주제, 그리고 기법들은 직조와 편물방식, 그물짜기와 바느질, 프린트 등으로 극히 다양합니다. 그러니까 오늘날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섬유예술의 면모를 파악할 수 있도록 변화무쌍한 여덟 가지 색깔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본 전시 기획의 의도입니다.
본 전시를 기획함에 있어 실용예술로서 섬유예술이 아닌 오늘날 조각, 설치미술 등 장르를 넘나들며 가치를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섬유예술의 특징을 부각시켜 보려는 것이 목적이었던 만큼 섬유가 제작되고 독자적인 작품으로 재탄생 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작품들 위주의 전시 구성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눠 전시 구성을 했으며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첫 번째는 처음 실을 만드는 과정에 관심을 가졌다가 완전히 새로운 물성을 지닌 어떤 것으로 변모된 작품을 보여주는 그룹인데 용도 폐기된 비닐을 잘게 잘라 실로 만든 후 직물을 짜나가는 실험을 하고 있는 김태연 작가가 이 경향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은 직조와 편물 기법을 사용하여 직물을 제작하는 한정임, 안지만, 김혜란 작가와 비록 결과물을 의도적으로 성글게 제작하기는 하지만 직물을 만든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윤순란 작가를 들수 있으며, 전경화 작가의 경우 비단실이 금속성을 띈 물체로 시각적인 변모를 거친다는 점에서 섬유예술의 경계선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세 번째 그룹은 완성된 직물에 바느질 기법을 활용하는 작품들입니다. 부드러운 조각을 만드는 오화진 작가, 닥지를 주물러 작품으로 만드는 김지은 작가를 들 수 있습니다. ● 따라서 섬유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하였으나 완성작품에서는 저마다 차별화된 강조점이 두드러지는 조각과 설치 작품과는 또 다른 변별성을 드러내도록 작품 디스플레이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김지은의 종이작업(paper making)은 섬유의 본질을 섬유질로 해석하고 천연 닥지를 선택하여 그 본질을 추구함에서 출발합니다. 작가는 닥종이라는 매체가 만들어지는 과정, 닥나무 껍질의 섬유질을 반복적으로 두드려 펴는 인고의 과정을 거치며 연약하지만 질긴 닥종이로 태어남에 관심을 가지는 한편 종이에 바늘로 구멍을 내고 물에 적셔 주물러 작품으로 만드는 전 과정을 체험함으로써 섬유질을 통해 자신의 본질을 유추하고자 합니다. 「Every Yellow」 「Every White」 등 바늘로 종이에 수없이 많은 구멍을 뚫으며 작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김태연은 직조(weaving)와 바느질(sewing) 기법을 활용하여 자신의 고유한 섬유소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일상의 다양한 소재들, 폐비닐 등을 사용하여 '실'로의 전환 가능성을 실험하고 다시 바느질함으로써 자신 만이 만들 수 있는 독특한 섬유소재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때로 폐비닐 자체에 스티치(stitch) 방식으로 바느질하여 작품으로 변모시키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소하고 하찮은 물건이 예술작품으로 변모되는 신비로움을 전달하게 되면서 정교하고 아름다운 공예품의 개념에서는 멀어집니다.
김혜란은 바느질(stitch)과 뜨개질(knitting)기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오래된 목재에 바늘땀을 새기는 제작방식인데 나무와 직물을 잇거나 직물이 나무를 감싸거나 바늘땀이 나무를 뚫거나 합니다. 몇 개의 목재 토막들이 벽에 부착되거나 바닥에 눕혀져 설치됩니다. 이때 시각적으로 충격을 주는 것은 묵직한 목재와 바느질의 만남 그리고 여기에 사용된 강렬한 빨강 등 원색의 사용입니다. 작가는, 반복적인 바느질이 마치 상처를 꿰매듯 이 시대 여성으로서 느끼는 자신의 정서와 가치관을 반영함으로써 심리적 트라우마를 치유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안지만, 현재 A&M 스튜디오 대표로 일하는 그의 출품작은 순수미술과 상업미술 작업의 경계선상에 있다. 직조(weaving)와 편물(knitting) 방식이지만 사람의 손이 아닌 컴퓨터로 디자인하고 기계로 짜는 컴퓨터위빙 방식의 작업입니다. 그의 작업은 신소재나 새로운 형태의 실험적인 직물작업으로 실제 건축물 벽면에 설치하여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다양한 패턴을 컨셉으로 합니다. 또 한 방향인 프린트기법 역시 기계에 의존하는 디지털프린트 방식으로 이번 출품작에서는 현란한 색채로 시선을 압도하는 순수 회화작품으로 태어납니다.
오화진의 작업은 천을 누비거나 박음질(quilting, stitch) 하여 만드는 부드러운 섬유소조(fabric sculpture)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소조는 일상의 오브제를 출발점으로 합니다. 옷걸이, 낡은 철제 받침대 등 다양한 오브제들이 천을 만나면서 작가에 의해서 예술작품으로 변모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은 바로 이러한 우연한 만남에서 출발한 풍부한 스토리 작업으로 '짝짓기'를 주제로 하였습니다.
윤순란의 작품 「숨구멍」은 그물짜기 방식(netting)을 사용하여 극히 섬세하고 투명한 인체, 두상의 형상으로 만들어갑니다. 작가는 투명해질 때까지 몸을 생략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합니다. '공간을 함유하는 선 구조물'을 반복적으로 연결한 그의 인체상은 있음과 없음이 교차하는 실존의 장이며 그 희박해지는 존재감이 소멸을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역시 불교철학과 느슨하게 연결되는 듯이 보이는 또 하나의 작품 「108」에서는 '작가고유기법'을 개발하여 108 번뇌를 은유적인 유머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전경화의 작품은 섬유다움의 한 요소인 섬세함과 부드러움에서 출발하지만 비닐 실(fiber)이 겹겹이 쌓여 얻어지는 조각적인 효과는 빛에 투영되면서 금속성과도 같은 신비스런 변모를 겪습니다. 마치 부조작품으로도 보이는 이 작품의 기법은 작가가 개발한 '작가고유의 기법'으로 여기에서 주제는 '변화를 동반한 반복'에 의해 다양한 차이를 만들며 변형되고 확장되는 선과 형태들이 됩니다.
한정임의 직조(weaving) 작품들은 천정에서부터 바닥에까지 길게 늘어뜨린 열 또는 스무 장 이상의 직물들로 구성됩니다. 늘어진 직물 소재와 울긋불긋한 현란한 색채들의 향연은 삶과 죽음 사이에 기거하며 삼라만상에 복을 기원하는 샤머니즘의 에너지를 강하게 암시하는 것으로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겹치고 투영하는 갖가지 색채들은 강렬하면서도 동시에 조화롭고 차분함을 느끼게 합니다. 숱한 시간을 인고의 정성으로 한 올 한 올 짜나가는 작가의 숨결과 손놀림을 눈앞에 보듯 실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섬유예술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그 사용된 재료를 색채 및 형태와 더불어 하나의 조형언어로 인식하고 예술성을 논해야 함이 이 시대의 흐름이 되었습니다. 생활용품이었던 섬유소재가 여러 층위의 개념으로 사용되면서 섬유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선택지도 그만큼 넓어졌습니다. 따라서 그 다양한 범위를 포괄하여 각 기법의 뛰어난 작가와 작품들을 초대함으로써 섬유예술의 높은 예술성을 널리 알리고자 함이 이번 전시의 궁극적인 바램입니다. ■ 안상철미술관
Vol.20160828d | 現 섬유예술 8색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