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812_금요일_07:00pm
참여작가 강유림_고혜림_구본아_권희연_김경신_김경이 김경희_김선정_김성희_김윤순_김은하_김인자 김정란_김지연_김지현_김춘옥_노신경_류민자 박미란_박민희_박소영_박용자_박은라_박은희 박정영_배한나_송근영_송윤주_신지원_안영나 안해경_오경미_오영애_오정미_오정혜_우재연 원문자_유희승_이미연_이숙진_이순애_이신호 이윤선_이윤정_이은숙_이진아_이희정_임서령 전성은_정문경_정은하_최광옥_최소영_최지윤 표주영_하연수_허은오_현재숙_홍순주_홍정희 Efremova Evgeniya_Golovanova Anna Gulyaeva Elena_Kholmogorova Maria Medvedeva Anastasia_Popovich Natalia Zinatulina Lilia
주최 / 한국화여성작가회 후원 / 주러시아한국문화원 기획 / 김석원(중원대학교 연구교수,평론가)
관람시간 / 10:00am~06:00pm
주러시아한국문화원 Korean Cultural Center Russia Moscow, Chistoprudnui Bulvar, Dom 17, 101000, Arirang Hall Tel. +7.495.981.2975 russia.korean-culture.org
외면일기와 마음의 관계 ● 이번 단체전의 전시주제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면서 주의 깊게 살펴본 참고서적은 '외면일기(Journal Extime)'였다. '외면일기'는 미셸 투르니에 (Michel Tournier)의 책 제목으로서 책 내용을 세 분화하면, 마음속 시간, 일상, 어머니, 아름다움, 죽음, 인생, 기억, 풍경, 꿈, 우연, 자신, 여행으로 구분된다. 이처럼 부주제로 사용되는 키워드가 12개인 것은 「외면일기」가 1월부터 12월까지의 사소한 단상들을 일기형식으로 글을 썼으며 그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들을 나열한 것이다. 하나의 조합으로 작용하는 키워드는 인간의 인생 전체를 포괄하는 역할을 한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이런 키워드가 예술가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작품으로 표현되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투르니에의 「외면일기」는 작가가 오래전부터 여행하거나 일상의 사소한 모습을 적어 두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것을 '외면일기'로 이름 붙인다. 그리고 자신을 반세기 동안 시골에서 살아오면서 내면 상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수공업자들이나 농사꾼들에 비유한다. 「외면일기」에서는 아이들의 출생, 결혼, 초상, 날씨의 급변 등을 적어두곤 했던 '출납부'처럼 쓰인 일기' 같은 것이다. 그는 밖에서 마주친 사물들, 동물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비추는 거울보다 흥미롭게 느껴졌다고 한다. '내면 일기'는 사적인 감상과 고민을 적은 글을 말하고 반대되는 의미에서 주변의 사소한 사건들을 관찰하고 쓴 것을 '외면 일기'라 한다. ●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외양은 다르지만 모두 자신의 '내면/마음'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표현적인 측면에서 외면은 세상의 모습을 관찰하고 내면은 자신의 속 이야기를 많이 드러내지만,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세상 속에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외면은 타인을 투사(projection)하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내면을 자신을 내사(Introjection)하는 과정에서 나와 타인의 관계를 생각한다는 점에서 볼 때 내면과 외면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기능을 한다. 예술 활동의 경우 인간의 내면에 담긴 풍부한 세계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매체다. 그렇다면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정신 활동은 전통적인 예술에서 어떤 식으로 투영될까? 그것은 무엇을 그린다는 행위는 사물 그 자체보다는 사물에 투영된 자아(ego)를 그리는 행위이며, 화가의 진정성은 그리려는 사물을 똑같이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데 있다.
타인의 배려와 공감의 관계 ● 여기에서 마음의 문제를 잠시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는 인간의 정신이었다. 우리가 잘 인지하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을 비롯한 많은 철학자는 인간의 영혼과 정신 더 나가 마음을 탐구하려고 노력했다. 중세에서는 토마스 아퀴나스를 비롯한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인간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인간의 마음에 대한 문제의식을 좁혀서 데카르트(Descartes, René)를 살펴보면, 그는 어떤 사람도 마음의 존재를 의심할 수 없다고 한다. 그 이유를 생각하면 우리가 마음을 직접 체험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직접 체험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타인들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까? '스테레오 타입(stereo type)'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태도를 '유아론(solipsism)'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모든 것을 자신의 의식이 만들어낸 것들에 불과하다. 나는 스스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 때가 있다. 일상에서 예를 들어보면,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는 몸을 활기차게 움직이고, 타인에게 따뜻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몸동작을 통해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예술 활동의 경우 인간의 마음속에 담긴 풍부한 세계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매체다. 그렇다면 마음은 전통적인 예술에서 어떤 식으로 투영될까? 그것은 무엇을 그린다는 행위는 사물 그 자체보다는 사물에 투영된 자아(ego)를 그리는 행위이며, 화가의 진정성은 그리려는 사물을 똑같이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번 『마음의 표정과 '긍정의 아포리아'』 展은 현대미술에서 무엇을 그리고, 제작한다는 행위의 근본적인 의미를 '마음의 시각'에서 타인과의 배려와 공감의 관계를 살피려 한다. 『마음의 표정과 '긍정의 아포리아'』 展은 예술가들의 내면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는 '마음'에 대한 진정성의 상징적인 표현이다. '마음'은 한국화가 들에게 영원한 작업의 화두이면서 근원적인 향수와 함께 다양한 의미의 층위를 드러내는 잠재된 영역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부분은 세상 사람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는 부녀(婦女)들이 거주하는 모자원(母子院)에 그림을 기증한다는 기획전이라는 점이다. 전시의 의도에서 드러나듯이 작가의 마음은 타인을 배려하는 행위로 전이 된다. 타인의 고통에 관한 문제를 계보학적 접근으로 함축하면 쇼펜하우어, 니체, 보들레르, 수잔손탁, 랑시에르 까지 이어진다. 수잔 손탁은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연민을 느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을 한다. 타인에 고통에 관한 해결책은 그들이 고통스러워할 때 그 모습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다른 사람과 아픔을 공유하되 터무니없이 타인의 고통을 과장되게 설명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타인의 고통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그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은 안개와 같은 상황에 있을 때,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 혼자 있을 때, 그런 고통에 똑같은 부닥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고통이 반드시 존재한다. 그것은 보통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고,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고통이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대면할 때 할 방법은 타인의 내부적인 심리상태에 들어갈 수 없다고 가정하고, 타인의 바깥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 내면으로 들어가서 그의 영혼을 자세하게 살펴보는 것이 무례한 행동일 수도 있다. 타인의 외부에서 있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타인의 내면과 외면의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할 필요가 있다. 그런 식으로 외부에서 타인을 옆에서 이해하고, 경청하고, 공감하는 행위가 필요하며, 미셸 투르니에의 내면과 외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세상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타인과 고통을 나누고, 어떻게 회복하는지, 예술가들의 창조적인 작품을 통해서 작가의 마음속에 간직한 감성적인 세계가 어떤 식으로 타인에 표출되는지, 타인을 배려하는 '긍정의 힘'과 '긍정의 아포리아(aporiā)'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마음에서 『마음의 표정과 '긍정의 아포리아'』 전시는 기획되었다. ■ 김석원
Vol.20160812a | 마음의 표정과 '긍정의 아포리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