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810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8월16일_10:00am~12:00am
토포하우스 TOPOHAUS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6(관훈동 184번지) 2관 Tel. +82.2.734.7555 www.topohaus.com
"모든 죽음에는 언제나 안타까움과 슬픔, 고통의 감정이 자리한다. 그래서 죽음은 나쁜 것, 두려운 것, 말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 왜 나는 이런 터부가 된 죽음에 대해 말하는가. 일반적 관념에서의 죽음은 부정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죽음의 가능성은 삶을 반추하게 하는 순기능을 가진다. 나는 이런 '나'의 죽음의 가능성의 순기능에 주목한다." (작가노트, 2016) ■ 조가람
다시 마주한 공백 ●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은 조가람 작업의 토대를 이룬다. 작업의 물성은 전통적인 구상조각에 근거하고 있지만, 이는 대상의 사실적인 표현 그 자체 보다는 죽음과 삶의 연계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이다. 작가는 삶과 죽음의 연결고리를 "살아있는 이의 기억"이라고 말한다. "죽음은 순간들의 연속인 삶에서 타인의 기억 속으로 영원히 이행되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은 이번 전시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흔히 인체를 통해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작업은 대개 존재론적인 허무함을 안고 있다. 삶이 곧 죽음과 닿아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사실의 새삼스런 상기가 정체불명의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점을 드러낼 뿐이다. 그러나 조가람은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현실에서 실재하는 존재의 주체성과 그 잠재성을 앞세워 긍정적인 에너지에 주목한다. 소멸과 생성, 빛과 어둠, 고통과 기쁨을 이분화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 삶이 빚어내는 비규격의 유연함을 향하는 작가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작가의 내면 정서를 짐작해볼 수 있다.
조가람은 삶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이야기를 작은 세라믹 조각으로 꺼내든다. 호주머니에 넣고다니며 만지작거리던 귤 마냥, 이상할 것 없이 당연하고 일상적인 장으로 가지고 온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미술학원에서, 그리고는 대학 작업실에서 밤새 만지던,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인 흙을 "여전히" 주무르며 작가는 이렇게 기록한다. "화학적인 재료는 철저히 배제하고 자연 재료만을 사용하겠다는 결심이 있었다. 재료는 작품을 읽어내는 또 하나의 언어이다. 기다림의 시간이 많이 필요하더라도 흙, 세라믹이어야 했다." 생의 본질에 닿으려는 작가에게 흙이라는 재료는 죽음과 생명, 삶을 모두 품고 있는 것이기에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언어였을 것이다. 덧붙여 "문득 내가 만지는 흙 속에 수 많은 죽음들이 녹아들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작가의 말은 매일 흙을 만지며 가마에 넣고, 고온의 불로 구워 창작하는 작업 과정 자체가 작가에게는 죽음과 삶이라는 간극을 넘나들며 매순간 자신이 유한한 존재임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어주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작가에게 이러한 작업이 시작된 계기가 되었음직한 장면이나 이야기를 상상해보면, 그것은 낯이 익거나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를 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작업이 시작된 장면이나 현상을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와 달리, 그런 경우 우리는 그 익숙함 때문에 쉽게 다가설 수 있을 듯 여기게 된다. 조가람의 작업은 흙이라는 편한 재료와, 조각이라 하기에는 다소 작은 사이즈, 알아볼 수 있음직한 시각 이미지로 단숨에 쉽게 읽히는 듯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자면 여러 이질적인 요소들의 충돌이 몇 가지 질문을 만들어낸다. 이는 동시에, 작업을 풀어가는 실마리가 된다.
상충되는 요소들을 한데 모으는 방식은 조가람 작업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손에 만져지고 가늠해봄직한 현실의 삶이, 잡히지 않는 죽음과 맞닿아있음을 새삼 표면에 끌어내기 위한 전략 중 하나일 것이다. 이는 대표적으로, 삶과 죽음이라는 대비된 주제에서부터 작품을 이루는 물리적 요소들 간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이를테면 「깊은 잠」 시리즈에서 나타나는 흙의 거친 질감과 유약의 부분 시유로 얻은 매끈함, 육체의 부패 과정에서 나타나는 온전치 못한 신체 형상의 표현과 빛나는 색색의 무늬, 특히, 세밀한 표현의 두상과 뭉뚱그린 하반신의 대비가 그러하다. 팔과 다리 없이 누에고치같은 덩어리로 뭉뚱그려진 신체는 구체적인 형상의 두상으로 이어지면서 그 뚜렷한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순간에서 영원으로」 시리즈의 여러 개체들의 군집에서 보이는, 일관되게 무표정한 얼굴은 내게 지난 4월 마주한 영정 사진 속 앳된 얼굴들을 떠올리게 했다. 작가는 이렇게 상충되는 요소들을 한데 배치하여 관람자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사유를 통해 각각의 기억을 상기시키고, 결국에는 그 시선을 삶으로 돌리게 한다.
이처럼 작가는 인체를 분할, 변형하며 이질적인 요소들을 병치시키거나, 인체와 여타 이미지의 유기적인 결합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는 죽음 이후 육체의 변화, 그리고 주검 이전의 형상이 죽음 이후에는 산 자의 기억으로 이행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시리즈에서 이러한 시도가 가장 잘 드러난다. 산 사람에게는 "감기는" 눈이지만 죽은 이에게는 "감긴 눈"이 되는 것처럼, 생명과 주검의 차이가 눈을 뜨고 감음으로 갈리는 것이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의 형상들은 두상 윗부분이 자연적 요소들로 덧씌워져 눈이 가리워져 있다. 부드러운 꽃잎과 같은 유기적 형태를 조심스럽게 머리에 얹어 눈을 가린 작가의 선택은 배려일까, 삶과 죽음의 모호함일까, 아니면 죽음을 죽음으로 종결짓지 않고자하는 어떤 의지일까.
"어떤 인간의 죽음은 그가 차지하고 있던 관계의 공백이고, 살아남은 자는 그것을 메우고 관계를 새롭게 재편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가타리니 고진의 말마따나, 조가람은 그 관계의 공백 속에서 조각 언어로 묻고 깨우치고 허물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조가람의 첫번째 전시는 그녀가 실제 말할 때의 목소리처럼 나긋한 말투로 말문을 연 듯 하다. 누구나 겪을 죽음이라는 화두 아래, 정작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무엇인지, 당신의 기억은 어떠한지 묻는다. 이 죽음과 기억의 되새김질로 우리가 현실에서의 삶을 재구성하는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를 바란다. ■ 김윤서
Vol.20160810c | 조가람展 / JOGARAM / 趙가람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