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롯데쇼핑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_10:30am~08:30pm / 백화점 휴점시 휴관
에비뉴엘 아트홀 AVENUEL ART HALL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6층 Tel. +82.2.3213.2606 blog.naver.com/a_arthall
『그림, 시대의 얼굴 The Painting, Face of Today』展은 회화의 오랜 테마인 인물화에 대한 다섯 작가의 저마다 다른 접근을 살펴보는 전시다. 인물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5000년 이상 다양하게 발전해온 미술 장르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삼아, 인물이 지닌 개성을 포착해내는 것이 그 일차적인 요건이다. 그런 이유로 인물을 그리는 것은 자연스레 미술가의 정신과 감성, 기량의 표현으로 연결된다. 램브란트나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린 인물화에는 어떤 면에서 모델인 당대의 사람에 대한 것보다, 작가 자신이 화면에 더 드러나기도 한다. 한 편 19세기 초 사진의 등장은 인물화가 재현의 요구에서 자유롭게 되면서 작가의 개성을 더욱 강하게 투영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촉매가 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현대미술로 들어서면서 표현주의, 팝아트, 극사실 등 여러 경향들의 등장과 맞물려 인물화는 좀 더 다채롭게 변주되어 왔다. 그럼에도 변치 않은 것은 인물화가 말 그대로 사람을 관찰하고, 작가가 견지하고 있는 회화적 형식으로 화면에 그려내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인물화의 진정한 주제는 화가와 모델의 교류, 곧 모델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바와 미술가가 발견하는 것의 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외양을 사실적으로 닮게 그려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의 내면 나아가 그 또는 그녀가 속한 시대상까지도 담아내는 양방향적 행위인 것이다.
강강훈은 극사실적 기법으로 인물과 특정 오브제를 연관시키고, 과장되거나 연출된 갖가지 표정을 이끌어냄으로써 작가의 주관적 감정을 의도적으로 반영한다. 거기에는 현대사회의 속물적 세태에 대한 작가의 냉소적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맥주캔, 헤드셋, 파이프, 카드, 담배 등 갖가지 소품들을 매치 시켜 마치 몽고반점처럼 현대인의 이중적인 내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극대화한다. 특히 시가, 초콜릿, 유유, 컵, 헤드셋 등의 소품과 화면 밖을 응시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와 같은 시각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켜주고 있다.
권경엽은 실제의 모델을 대상으로 삼지만, 이를 자의적으로 변형시키고, 인물의 개인적 특성을 지워냄으로써 비현실적인 인물을 그려낸다. 그래서 마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은 명료하면서도 미묘하게 다층적이다. 가장 많은 표정을 담고 있는 것이 무표정인 것처럼, 무미건조함 특유의 멜랑콜리를 화면 밖으로 발산시킨다. 이는 특정 대상에서 떨어져 나와 보편화된 인물로, 물리적 질감을 상실시켜 내적 감정상태를 가시화한다. 즉 보는 이의 마음에 자리한 다층의 감정적 양상들이 거울처럼 반영되는 것이다.
김동유는 대중매체나 현시대를 포함해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소환한다. 앤디 워홀이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유명인들을 내용 없는 껍데기 초상으로 제시해 대량생산, 대량소비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의 일면을 적극 드러내면서, 개성이나 내용을 중시하는 인물화의 전통적인 방법론에 도전했던 것처럼, 작가의 의도된 키치와 기계적인 반복은 이미지와 의미를 증식해 나가면서 그 충돌에서 오는 예기치 못한 서사를 이끌어 낸다. 그만의 그리기 형식과 과정은 그 자체로 오늘날의 시대상을 그려내는 방법론이 된다.
서상익의 '화가의 성전' 연작은 2012년 무렵 인물 표현 연구를 위해 자투리 캔버스에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를 그리면서 시작되었다. 그가 처음 그린 작가는 게하르트 리히터였다. 우선 이 연작은 '근, 현대 회화에 대한 백과사전적 연구와 탐색'이자, 작가 자신만의 오마주이고, 컬렉션이다. 그는 이 연작들을 본격적으로 그려나가면서 각각의 얼굴이 지닌 고유의 분위기와 색채에 주목하게 되었다. 또 작업이 거듭될수록, 그 동안 본격적인 회화 작업 안에서 그가 고민해왔던 공간과 인물 간의 상관관계에 관한 실마리 역시 얻게 된다. '회화의 역사' 안에서 전해져 내려온 회화적 요소들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연작들 하나하나는 인물의 구도, 색들의 상호작용, 철학과 유희의 균형, 세계를 해석하는 입장 등의 요소들을 보다 자유롭게 수용하기 위한 작가적 고민과 수련의 흔적들이라고 할 수 있다.
홍경택의 펑크와 오케스트라를 조합해 만든 개념인 '훵케스트라' 연작은 대중음악의 선율과 리듬에서 받은 작가의 느낌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가 이해하는 현대사회란 전위, 전용, 전치 등이 뜻하는 것처럼 상반되어 보이는 요소들이 혼재하는 세상이다. 시각화된 펑크 리듬, 선율과 더불어 대중스타에서부터 해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의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이루면서 서로 충돌하고, 어우러진다. 이는 혼돈의 카오스적 세계이고, 그럼으로써 또한 생명력의 원천으로 그려진다. ● 인물화에 대한 회화적 접근이 저마다 다른 것만큼, 화면에 그려진 각각의 인물들에는 그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주관, 세계관 등이 강하게 배어 있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그려진 인물들은 퍼즐의 조각처럼 만나 우리 시대의 얼굴 혹은 자화상이라는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의 놓칠 수 없는 큰 재미는 마를린 먼로, 오드리 헵번, 마돈나, 게하르트리히터, 박찬욱, 백남준 등 유명인들부터 작가 자신을 비롯한 천진한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이 경연하듯 보여주는 회화적 기량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끝으로 이번 전시가 작가들의 역량을 좀 더 널리 알리고 이로써 한국 현대미술의 한류를 넓혀갈 시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에비뉴엘 아트홀
Vol.20160727e | 그림, 시대의 얼굴 The Painting, Face of Today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