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726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 고창선_황은화_송태화_최혜란 박준하_서정국_마혜련_오재우 김수철_이용규_이부강
후원 / 수원문화재단_수원시 기획 / 박준하 협력 / 수원화성 미술전시관 주최 / W.H.E.P (세계문화유산 교류프로젝트)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 입장은 오후 5시 30분까지 가능합니다.
수원시미술전시관 SUWON ART CENTER 경기 수원시 장안구 송정로 19(송죽동 417–24번지) Tel. +82.31.243.3647 www.suwonartcenter.org
지워진 기억 남겨진 역사 ● 세계문화유산프로젝트는 작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각국의 문화유산을 둘러싼 여러 가지 현상을 분석하고, 그것의 불완전한 부분에 개입하고자 하였다. 애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그것이 정치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리고 그것이 정치적이기에 간과하고 있는 부분들을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일본과 같이 과거 역사를 외곡하고 자국의 문화유산을 기념비화 하여 문화의 우월성을 표출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이득을 보려 하거나 문화유산을 관광 자원화 시켜 도시미관사업과 도시계획 수정, 경제 활성화에 대한 낭만적 기대 심리조성, 지역사회와의 괴리 등. 수많은 정치적 프로젝트들이 간과되어 지거나 덮어져 버린다. 이는 국가적 분쟁을 초래하기도 하고 자국의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세계문화유산교류프로젝트는 예술가의 시각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놓이고 간 여러 부분들에 개입하고자 하였다. 또한, 세계문화유산교류프로젝트는 문화 간 교류를 통해 우리의 시각만이 아닌 다른 문화 속에서 생활 했던 작가들이 서로를 어떻게 역사와 문화를 재해석하고 이해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언어를 통한 작가들의 창조물 들은 우리에게 어떤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 가치와 정신을 재인식 ● 인간 행위의 우수한 외적 결과물들은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박물관 속에서 잘 보호되고 있으며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핵심적인 문제는 이러한 문화적 가치와 정신을 재인식하고 그것을 인류의 보물로서 책임감 있게 짊어지고 나아가는 오늘과 내일의 인간이다. ● 우리는 "예술가의 시각으로 본 세계문화유산"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잊혀져가는 문화유산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제 되었으나 소외되어가는 우리의 문화유산들을 작가의 시각에서 재해석해보고 시각예술로 표현해 보려하였다. ● 세계적으로 물질적 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에 대해 대부분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정신적 자원 역시 무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물질적 자원과 정신적 자원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통일체를 이루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과거 문화유산을 제조명해 보고 그 정신적 가치를 이어 나가고자 한다. ● 문화적 유산은 과거 시대상을 반영하므로 우리의 현재가 형성된 근거를 제시함과 동시에 현시대를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하면 지난 시대를 대하는 우리의 입장이 그 자체로 우리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과거를 듣고 배운다는 것은 동시에 현재를 표현한다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난시대의 유물을 재조명함은 우리의 Identity와 관련됨은 물론이고 우리의 지향점을 위한 초석이기에 본 기획의 다년간의 시도가 문화유산이 견뎌낸 시간만큼 더 많은 다양한 방향으로 모색되며 지속되길 바란다. 아울러 우리의 시각만이 아닌 다른 문화 속에서 생활 했던 작가들이 서로를 어떻게 재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을 지도 흥미롭다. 다양한 현대어는 우리에게 어떤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박준하
"어디서부터, 어디로~" ● 문화적 유산은 우리의 현재가 형성된 근거를 제시함과 동시에 현시대를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이며 현재의 거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과거 문화유산은 우리 자신에 내제된 것들에 대한 표상이고 우리 자신의 기반이므로 오늘의 우리는 이 증표들을 통해 스스로를 다 각도로 분석 해보고 학습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실을 자각하고 오늘을 구상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 정조가 수원화성을 축성함에 있어 여러 가지 목적과 시대적 상황이 있었겠으나 그중 정조의 애민사상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수원화성은 산성이 아닌 도시방어 성임에도 불구하고 성곽이 곧지 않은 것은 성곽이 축성될 길에 민가가 있으면 이를 우회하여 축성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오늘날 수원화성 복원과정에서 많은 민가와 학교 등을 허물어 져 버리고 많은 사람들은 정든 고향을 떠나고 120년 된 초등학교도 폐교 되어가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백성이주인인시대)가 200여 년 전 군주 시대 때 보다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정조는 백성들에게 노역을 시킴에 있어서도 임금을 지급하여 백성들이 노역을 통해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였다. ● 수원 화성이 한양과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잇는 위치에 있는 것을 고려하여 전국의 상인들이 모여 거래할 수 있도록 길을 새로 만들어 많은 양의 물건을 거래하는 대상으로부터 소상인들을 보호하였고 가난한 상인들에게는 무이자로 돈을 빌려 주기도 했다. 이렇게 상업을 활성화시키는 여러 정책이 실시되었고, 이런 정책 덕분에 화성의 경제가 발달할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수원 화성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매업의 중심지로서 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리던 곳이었다. ● 수원화성의 복원과 유네스코등제 후 화성은 더 이상 백성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성곽이 주가 되어 복원과 관광자원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일반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문화는 사라져 가고 있다. 문화의 주최는 사람들이다. 과거 문화유산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생기게 되고 살아있는 유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준하)
라인 그리고 접점 ● 인류의 발전에 따른 부산물들 > 유물들 그리고 세계문화유산 ● 유물들은 전 세계 넓게 분포되어 있다. 인간이 삶의 흔적을 남긴 자리마다 우리의 유산들이 있다. 이러한 유물들은 소중히 보존 되어야 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번 작업은 이러한 인류의 다양한 문화유산간의 물리적 정신적 연결을 시험하고자한다. 과거 세계문화유산 프로젝트의 참여와 그 후 지속적인 전시 참여에서 본인은 항상 유물간의 연간관계를 배제하는 경향으로 일관해왔다. 관심은 유물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고민하고 사고하는 방식이었으나 이번 전시에는 멀리 타 지역(외국)에 있는 문화유산과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청각과 시각적 접근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 자브레켄의 펠클링엔 제철소와 수원의 화성은 물리적 시간적 동질감을 찾기 어려운 세계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지금 이 두 개의 유산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목하여 재구성 또는 상호 관계에 대한 유사 또는 동질성을 찾아내고자 한다. (고창선) 시간여행 ● 과거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외국과 같다 몇 개의 단서들로 그 시대의 상황을 추리하고 이해해야 한다. 객관적인 눈으로 그 시대를 보고 이해하기 위해 역사의 현장 속으로 외국여행을 하듯이 들어 가야한다. 그 시대를 생각하고, 성벽을 쌓는 역사에 동참하고, 풍류를 즐기고, 그들이 그리던 그림도 그려보고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전시장에서 이러한 것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작품의 기본적인 개념이며 , 최소한의 장치로 그 시대를 직접 체험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서정국) 길 위의 길 ● 1794년 정조는 수원으로 사도세자의 묘를 옮기고 새롭게 성을 축조하였다. 한국이 근대를 맞이하는 방식은 왕권의 유지를 위한 투쟁과 양반계급의 권력 투쟁, 청이라는 거대한 국가에 기생하며 주변국 넘어 세계에 대한 무지와 단절과 암암리에 스며드는 새로운 종교와 문물의 유입, 민중들의 의식 성장으로 인한 봉기들의 연쇄로 풍전등화의 국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조와 정조는 한국의 근대사에서 왕권 국가에서 왕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치력을 보여준 인물들이었다. 왕과 양반의 정치권력 투쟁의 산물로 수원 화성이 만들어졌다. 수원화성이라는 당시 가장 현대적인 건물은 그 당시 가장 보수적인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졌는데, 정조라는 인물이 가진 비극성은 수원 화성과 융릉을 통해서 드러난다. 근대화 이후 역사와 단절된 땅에서 대한민국의 장소성은 현대에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 2013년부터 안양에 살게 된 나는 서울과 수원을 잇는 길에서 정조의 능행도의 흔적이 새겨진 길을 무심코 지나왔다. 「길 위의 길」에서는 224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에서 「원행을묘정리의궤」를 기반으로 그가 융릉으로 향하던 사라진 길을 다시 짚어 보고자 한다. 현재 창덕궁에서 융릉으로 통하는 길을 현대의 기술인 항공사진으로 보여주는 시각과 정비된 도로에서 실제로 접하는 길들을 기반으로 조선의 역사 속의 길과 근대가 달성하고자 했던 길들, 미디어가 성취한 길들에 대한 감각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오재우)
꿈꾸는 섬 ● 정조가 꿈꿔왔던 섬, 사람들은 마음속에 섬 하나쯤 간직하고 있다. 현실로부터 탈출해서 새로운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현실로부터 받은 상처를 위로받고 치유해줄 것 같은섬 비현실을 토대로 한 것 인양 다 말할 수는 없다. 무의식 속에 각인되어 흐르는 이 그리움은 오히려 나의 본질에 가까운 성향으로 시원과 마주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도원으로, 섬으로 나를 안주하게도 하지만 또 벗어나게도 하는 이 꿈들의 역동성은 나 안에서 숨으로 이상향이며 유사낙원을 만들고 싶어서 이다. (송태화) 육화정신 ● 화성제작 당시의 기록들이 남아있다.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현재의 기술로 과거의 것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사람들이 과거의 것들로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조는 장사꾼이 됐고, 화성의 위용은 돈이 됐다. ...기억 ...시간. 정신은 껍데기로 가고, 껍데기는 육화정신이 된다. (김수철) trace 334_17 ● 나의 작업은 흔적으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작가의 내밀한 개인 소사이기도 하거니와 동질의 의식을 함유하는 공동체의 서사이기도 하다. 확언할 수 없는 시공간의 흔적을 찾아 그것을 회화로 재구성한다. 그것은 파편적인 개인사인 동시에 보편적인 한 집단의 총체적 역사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가 남긴 시간의 지층이나 흔적에 대한 감흥을 표현하기 위해 언제나 자신의 주변으로부터 이러한 흔적들을 찾아 나선다. 달리 말해, 흔적 찾기는 나 자신의 과거로부터 온 기억을 더듬어보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나의 이웃들, 혹은 익명의 한 집단 공동체로부터 공동의 기억을 건져 올리는 것이다. 기억의 재생을 통해 현재적 '나'와 과거의 '우리'를 연결하는 작업이 되는 것이다. 수원 화성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 주며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늘 우리 곁에 존재한다. trace 334는 화서문의 옛 주소이며 trace 17은 현재 사용 중인 도로명주소이다. 새롭게 바뀐 주소가 나에게는 낯설고 오히려 불편하다. 현재 화성의 모습처럼... (이부강)
보이는 풍경, 보이지 않는 풍경 ● 현재 수원천의 교각들은 현대적 건설 공법으로 건설되었지만 어린 시절 교각은 얼기설기 나무와 건설현장에서 쓰는 10cm정도 뚫린 원의 형태의 안전발판으로 만든 다리였다. 난간도 없이 두 개의 안전발판의 폭의 다리를 건너야 재미있는 시장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시장을 따라 가고 싶다는 마음은 갈등의 시간을 잠시 가져야했다. 뚫린 발판 밑으로 보이는 흐르는 물과 구멍에 발이 빠질지도 모른다는 무서움과 공포를 감수하며 엄마의 치마를 꼭 잡고 바들바들 떨며 겨우 수원천이 다리를 건너야했다. 풍경은 보이는 유형의 물질적 풍경과 보이지는 않지만 무형의 풍경이 있다. 물상은 물질적인 사진으로 남겨져 있을 때 시각적으로 확실한 변화의 시간과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풍경이 존재한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이 물상 자체에 담고 있거나, 기억 속에 있는 풍경으로도 남아있다. 똑같은 사물과 풍경은 한 사람의 특별한 경험과 시간 속에서 공감이 이루어지기도하며 동시에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기도 한다. 조선시대 정조 세워진 화성과 주변의 풍경을 현재 보이는 풍경과 보이지 않지만 존재했던 화성의 풍경과 주변을 다각적 시각의 표현으로 화성과 주변의 안내를 새롭게 시도하기로 한다. (황은화) 완전정복 ● 수원화성은 나에게 있어 멀리 있는 낯선 도시의 문화유산이었다. 작업 진행을 위해 자료를 찾던 중 흥미 있는 부분이 몇가지 있었다. 수원화성은 자연지형을 최대한 활용하여 지은 성곽이라는 점과 일부이지만 벽돌을 처음 도입한 건축물이란 점, 마지막으로 군사적 기능만큼이나 백성들의 삶도 중요시했다는 점들이었다. 내가 느꼈던 몇가지들, 또 그 이외를 포함하여 과연 대중들은 수원화성에 대해 얼마나, 또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웅장한 분위기에 엄숙 해지고, 조심하게 되는 느낌을 벗어나기 어렵다. 나는 우리가 알아야 될, 기억해야 될 문화유산 속 선조들의 사상들이 우리에게 가깝게 전달되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나는 이것을 대중들에게 어떻게 가까이 느껴지게 할까? 에 집중해 내가 느꼈던 부분과 수원화성의 이미지를 기호화하여 작업을 진행 하려한다. (마혜련) invisible relocation_보이지 않는 과거와 현재이의 대화 ● 화성행궁의 복원을 위해 2016년 졸업생을 끝으로 신풍초등학교는 120년 전통을 뒤로한 체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이것이 정조의 뜻과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의 뇌에 저장된 기억들보다 더 선명하게 과거의 삶을 재생시킬 수 있는 감각적 상황을 사물들의 형상으로 재현해 냄으로써 우리의 기억을 가장 감각적인 형태로 지속시키고자 하였다. 과거에 비춰진 감각적인 사물들은 현재의 우리와 순수한 아이들을 오버랩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연상케 했다. 과거 우리의 기억이 현재 우리를 만들었으며 그러한 기억이 없었으면 과연 우리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모순들을 작업으로 이어나가고 싶었다. (최혜란)
버드나무의 춤 ● '만 그루 버드나무 그림자 속에 화살이 꽃과 같네' 정조의 활쏘기와 특히 많이 심었던 버드나무에서 수원화성의 내적 의미를 해석해 보았다. '봄 날 성을 두루 돌아도 아직 해는 지지 않고, 방화수류정의 구름 낀 경치 더욱 맑고 아름답구나. 난기가 세 번 연이어 쏜 화살이 버드나무 숲에 명중한 것을 보고하니 만 그루 버드나무 그림자 속에 화살이 꽃과 같네' ● 1797년 이른 봄 버드나무 잎이 돋아날 무렵 '꽃을 찾고 버들을 따르는 정자'라고 명한 '방화수류정'에 올랐다. 정조는 누각 층계 위에 올라 활시위를 당긴 후 위와같은 시를 남겼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독한 슬픔을 아름다움과 이상으로 승화시킨 과녁을 향한 의미의 화살이 현재의 시간으로 날아온다. 화살은 이상 실현을 위한 과녁의 정점을 향해 날아가는 실용적인 강한 목적성이고, 긴장과 이완 사이의 균형,절제와 조율을 통한 정신적 의지이다. 버드나무에서는 근원의 부재에 아픔을 느끼는 처절한 슬픔과 상실을 치유하는 승화된 그리움의 아름다운 시적 정서가 느껴진다. 생명을 그리워하는 버드나무의 선들은 강하고 약한 바람을 따라 유연하게 언제나 새로운 생명적인 춤을 춘다. '아름다움은 적에게 두려움을 준다'고 한 정조의 말은 현재와 미래의 가치를 위한 무한한 잠재적 가능성을 담고있다. ● 놀랄 정도로 많은 나무를 심었던 정조가 수원화성에 특히 더 많이 심었던 버드나무는 사랑과 치유와 보호와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이다. 버드나무는 아래로 땅을 향하여 출렁이며 그 근원적 그리움은 극한 아름다움의 한계를 넘어서 미래를 향해 끝없이 갈망한다. 한 시대 역사의 정점에서 버드나무 숲으로 가득 차있는 수원화성을 상상하며 자신의 미완의 이상을 표현한 정조. 하지만 정작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에서 그 내적 가치로 가득찬 버드나무를 많이 찾아 볼 수 없어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수원화성에 실제로 만 그루의 버드나무를 가득 심는다면 그 소중한 내적 가치의 의미가 더 아름답게 완성되는 최고의 정원도시가 될 것이다! ● 그러면 수원화성은 현재를 호흡하고 있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살아있는 세계문화유산의 한 형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땅 밑으로 사라져 보이지않는 과거의 시간은 현재성의 시간적 표면 위로 퍼올릴 때 언제나 다시 현재 속에 새로운 현실이 되고 미래가 된다.버드나무의 춤은 수원화성에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연결시켜 현재의 시간적 표면 위로 퍼올린 음악적 드로잉의 춤이다. 춤추는 버드나무를 주제로 한 일련의 드로잉 연작을 통하여 사라져 비어있는 공간에 내적 의미를 채워본다. (이용규) ■
Vol.20160726g | 지워진 기억 남겨진 역사-작가의 시각으로 본 세계문화유산프로젝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