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onsite: 존재와 관계에 대한 사유의 줄기

'논사이트(Nonsite)'는 장소를 지칭하는 '사이트(Site)'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특정 장소가 아니거나 장소의 부재를 드러내는 '논사이트'는 그 단어만으로도 '사이트'에 대한 의문을 자극하고 증폭시킨다. 다시 말해 '논사이트'는 '논사이트'뿐만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장소인 '사이트'까지도 묘하게, 가려운 부분처럼 긁고 싶게 만든다. 이남희 작가에게 있어서 논사이트와 대비되는 '사이트'에 대한 개념은 두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첫 번째는 그녀의 2015년 상적동 '화가의 부엌'에서 열린 '사연'이라는 전시회이고, 두 번째는 하나는 이번 작품에 사용된 재료의 출처이다. 이 둘은 서로 다른 범주이지만, 각각 서로 다른 관점에서 '사이트'의 의미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이남희_Work 1004_잡목_가변설치_2016

먼저 첫 번째 '사연전'은 '화가의 부엌'이라는 '사이트' 즉 '장소성'을 주제로 하고 있다. 즉 장소의 속성을 중요시하는 전시이다. '화가의 부엌' 앞에는 공터가 있었다. 공터는 이웃들이 내다 버린 온갖 사물들이 퇴적물로 쌓여있었다. 작가는 공터에 버려진 사물들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쓰레기의 출처와 사연을 탐색했다. 고색한 기와의 출처를 따라가 보니, 그 시작점에는 인근의 신축 빌딩이 있었다. 빌딩을 짓기 전 가져다 버린 것이다. 그리고 갤러리 앞 공사장 받침대는 인근에 거주하는 청각을 잃은 할머니가 의자로 사용해 왔던 것이었다. 작가는 사연 많은 이 사물들을 실로 감아서 사물을 감싸고 매듭을 짓는 과정을 거쳤다. '화가의 부엌'은 건물에서부터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물이 실존하는 곳이었다. 작가는 이 실존을 드러내는 곳으로서 '장소'를 주목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통해서 이와 대비되는 '비장소'인 '논사이트'를 기획한 것이다.

이남희_Work 1004_잡목_가변설치_2016

두 번째, 작품에 사용된 재료인 나무의 출처이다. 「워크 1004(work 1003)」(2016)와 「워크 1003(work 1004)」(2016)에 사용된 나무는 경기도 광주 태전동과 그 일대에서 수집한 것이다. 작가는 이곳의 야트막한 야산을 산책을 하다가 산의 변화를 느꼈다. 이곳에 점점 택지가 들어서면서 산은 깎여져 나갔고, 그곳을 묵묵하게 지키던 나무들은 잘리고 버려진 것이다. 작가는 이 버려진 나무를 주워 무작정 작업실로 들고 갔다. 작가는 나무가 있던 곳을 '사이트'로 그리고 갤러리에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논사이트'로 지정한다. ● 특정 장소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채집하고, 그 채집 장소를 소개하는 전략은 산업 폐허에 주목했던 로버트 스밋손의 (Robert Smithson)의 「사이트-논사이트」연작을 연상시킨다. 이남희 작가는 스밋손의 영향을 받고, 의도적으로 버려진 나무를 사용하여 엔트로피(에너지 고갈)를 드러내고, 그 버려진 장소가 아닌 갤러리에서 전시를 함으로써 변증법론적인 전략을 사용했음을 밝혔다. 그러나 작가가 작품을 제작한 계기와 의도는 그 시작점에서 부터 상이하다. 이를 테면, 프랭클린의 암석을 채집하고 갤러리에 전시한 스밋손의 「논사이트, 프랭클린, 뉴저지」(1968)는 엔트로피의 상황을 가시화시키고 산업자본주의의 파괴성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반면, 이남희는 단지 환경적인 현안을 제기한 것이라기보다는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주목하여, 사유의 과정을 중요시하였다. 이런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남희_태전동, 삼동 부근 잡목 채집 장소(현장표시)

평소 이남희 작가는 마스킹테이프 혹은 털실과 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자전적 경험을 작품에 고이 담아왔다. 때로는 유년의 향수를 자극하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털실로 니트를 지어 풍선에 입혀주기도 하고, 때로는 채집한 돌에 입혔다. 그러나 이번 작품들은 구상적인 형태는 사라지고, 작품은 단순화되어 정육면체와 원기둥이라는 기하학 형태로 변한 것이다. 「워크 1004」는 나무로 만든 정육면체 9개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된 하나의 작품이다. 각각의 정육면체는 참나무, 소나무, 벚꽃나무, 밤나무, 버드나무 등 다양한 잡목을 모아 붙여 하나의 덩어리로 만든 것으로써 이 나무들은 직접 나무를 자르고 붙이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처음부터 작가는 작품을 어떤 형상으로 나타내야겠다는 의도는 없었다. 그러나 '나무'라는 재료를 다루면서 그 재료가 가진 속성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재료에 집중하다보니, 과거 구상적인 형태와 달리 작가의 작품은 기하학적인 단순한 형태가 되었다. 다시 말해 나무마다 다른 나이테 모양, 다른 향기, 다른 단단함의 정도 등, 나무가 가진 '속성'을 고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뿌리에서 잔가지에 이르는 나무의 형체 즉 잔가지면 잔가지, 뿌리면 뿌리, 모두 개체로 인식할 수도 있지만, 결국 하나가 되는 형태에서 연원해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과 사람들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 작가는 '논사이트'를 통해 기존에 작가가 걸어왔던 작품과는 다른, 이색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전 작업과 달리 나무와 관련된 사연을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의 형태가 단순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작품은 이전의 작업 세계가 총망라 되어있으며, 다양한 내용을 함의한다. 이남희의 '사이트'에서 얻은 '나무'라는 발견된 오브제는 인간의 사유를 촉구하는 또 다른 방식의 '발견된 오브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남희 작가는 뒤샹의 「샘」과 같이 기존의 예술의 구조를 전복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는 '발견된 오브제'를 정성스럽게 손질하듯, '논사이트'에서 좀더 진정성있는 '사유'를 안내한다. ■ 이창숙

이남희_태전동, 삼동 부근 잡목 채집 장소

'Nonsite' is a concept that runs in opposition to the idea of 'site' as a reference to place. As a reference to an absence of place, or detached from the specificity of place, the concept of 'nonsite' encourages the viewer to pose questions, and in doing so broadens its depth. Or in other words, the idea of nonsite creates a sense of curiosity towards a site that actually exists– or has existed–as well as around the nonsite itself. For the artist Lee Nam-hee, concepts around site and its opposition to the idea of nonsite can be found in two scenarios. ● The first is an exhibition entitled Circumstances,, held at her Painter's Kitchen in Sangjeok-dong in 2015, and the second is the origin of materials used in this exhibition. These two scenarios come from different categories, and they serve as ways to understand the significances of 'site' from different points of view. Firstly, the exhibition Circumstances took as a central theme the 'properties of site 'connected to Painter's Kitchen. There was an empty space in front of Painter's Kitchen. This empty space was piled up with all kinds of material that had been thrown away by the neighbors. Lee was intrigued by the discarded objects, and began to search for their origins and for stories connected to the trash. After tracking down the origin of some antique-looking roof tiles, Lee found a new building being constructed nearby. ● They were thrown away before the new building project had begun. The base from the construction site in front of the gallery had been used as a chair for a deaf old lady living nearby. The artist went through a process of tying these story-laden objects with threads and making knots. Painter's Kitchen was a place where all kinds of objects existed, ranging from parts of buildings to trash, and was layered with a lot of its own stories. Lee focused on 'site' as a concept of place, as a way to reveal these existences. The exhibition placed 'nonsite' in opposition to this concept. ● The second point I'd like to look at is the origin of the wood being used as a material for her work. The different woods used in Work 1004 (2016), and Work 1003 (2016) were collected in Taejeon-dong, Gwangju, Gyeonggido and its adjacent areas. Whilst out walking the artist was able to perceive changes in the little mountain. With the residential areas getting larger and larger, mountains were cut off, and the trees that had stood there for years were cut down. Lee picked up the abandoned wood and took it to the studio, without any specific plans for how to use it. Lee designated the place where the trees were planted as a 'site', and the exhibiting place in the gallery as a 'nonsite'. This strategy of collecting abandoned items in specific sites, and of introducing sites of collection, is reminiscent of a series of Site-Nonsite works by Robert Smithson, who was exploring industrial ruins. Lee states that she was inspired by Smithson, as she intentionally gathered these abandoned trees, revealing their state of entropy (deprivation of energy) and engaging dialectic strategies by exhibiting them in gallery instead of their abandoned places. From the very beginning though, Lee's initial intention had a key distinction from that of Smithson. For instance, Smithson's A Nonsite (Franklin, New Jersey) (1968) –in which the artist collected rocks from around Franklin and exhibited them–was intended to visualize the state of entropy and the destructive effects of industrial capitalism. In contrast to this, Lee put more emphasis on the process of creating works, as a process of thinking, rather than bringing attention to environmental issues. These are points that we need to take seriously. ● In her previous pieces, Lee had incorporated autobiographical experiences into the work with the use of materials such as masking tape or yarn. She put knitted outfits on balloons, or collected rocks, using exuberantly colored yarn threads that are suggestive of childhood memories. Unlike those works, the pieces in this exhibition are devoid of figurative forms, simplified to geometric structures such as squares and cylinders. Work 1004 is composed of nine wooden cubes arranged with a defined distance between them. Each cube is a mass made of gathered sticks of wood–from oak trees, pine trees, cherry blossom trees, chestnut trees, willow trees–with the artist's own interventions, cut, and attached together. In the beginning, she didn't intend to represent any specific form. However, after dealing with wood, she found the materials more and more attractive because of their inherent qualities. Having become immersed within the materials, Lee found it natural to reach towards geometric forms, rather than the previous figurative ones. In other words, Lee began to more closely examine the wood's attributes, such as the different shapes of each and every tree ring, the scents, their different hardness, and so on. Not just being considered as individual elements --as branches or roots-- trees are characterized by their unifying, harmonious combination. This idea led Lee to think of her own identity and the people surrounding her. Through 'Nonsite', Lee invites the viewers to a new space distinguished from her previous world. ● Compared to the earlier works these pieces have a simplicity, as she hasn't dealt with the narratives related to the trees. Ironically though, her current work encompasses much of what had been intended in her previous work, and also incorporates a diversity of contents. The trees picked up from Lee's 'site' might be seen as 'found objects' that provide the viewer with a space to create their own thoughts and responses. Lee obviously doesn't want to overthrow or ridicule the existing structures of art, in the way that Marcel Duchamp's Fountain had done. Instead she guides the viewer to 'nonsite' for a little more sincere 'thinking', as she carefully deals with the 'found objects'. ■ 이창숙

Vol.20160720f | 이남희展 / LEENAMHEE / 李南姬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