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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태展 / LEESEUNGTAE / 李勝泰 / installation   2016_0716 ▶ 2016_0815

이승태_Non-image_스페이스 블랭킷, 빛_가변설치_2015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FORM297 협찬 / 모던디자인 기획 / ABE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전시장 방문 시 사전 연락 필수(031-234-3311)

폼297 FORM297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기천리 579 Tel. +82.31.234.3311 www.facebook.com/form297

공간을 새로이 명명하고 그 이름을 이끌어가기로 한다는 것은 일종의 선언이다. 선언에 힘을 더하는 행동으로서 Project Space FORM 297㎥(이하 FORM297)의 문을 여는 첫 전시는 이승태 작가의 번역적 상황들로 구성하였다. ● 여기서 '번역적'이라는 표현은 반드시 언어의 범위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작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변형의 절차'를 의미한다. 이 절차는 통상적인 번역이 지닌 임무, 즉 무지無知의 장막을 거두어 주기 위함이 아닌, 오히려 무지의 상태를 의도적으로 제안하는 역설적 장치이다. ● 범람하는 이미지와 말들의 시대에 대하여 작가는 시각예술이 모든 시각적 요소를 배제하였을 때, 혹은 언어가 기표記標의 형태를 버렸을 때 벌어지는 사건들을 도모한다. 본 전시에서 관람객은 작가가 과거 행한 사건의 기록을 되짚어보거나, 사건이 벌어진 장면을 탐색하거나, 사건 현장에 즉시 가담할 수 있다. 이때 관람객은 사라진 이미지와 언어 대신 인간 본연이 지닌 자연스러운 감각적 순환을 통해 시간과 빛, 암흑 안에서 자신만의 이미지와 말들을 발견해 낼 것이다. ● 전시명 『OOO』은 작가의 이미지와 언어를 지워가는 작업 행위를 공란空欄/Blank으로써 가시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발화發話의 지점에 관해서는 관람객 자신만의 자유로운 발견에 맡긴 열린 형태의 제목이다. 감탄사, 거품, 덩어리, 혹은 작품 안에서 빛이 터지는 순간에 대한 표현으로 인식하는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앞으로 FORM297에 입혀질 다양한 예술가들 이름의 자리를 시사하기도 하며, 부재의 상태를 의미하는 Out Of Office의 약어로써 물리적 제한을 벗어나 어디서든 접근 가능한 디지털 아카이빙을 실현하고자 하는 FORM297의 다음 행보와도 관련한다.

이승태_Non-image_스페이스 블랭킷, 빛_가변설치_2015
이승태_Non-image_스페이스 블랭킷, 빛, 360도 촬영, 암전설치_가변설치_2015(2016) 작품영상_(youtube.com/watch?v=DnQ0AzoDIug)

이것이 저것을 죽일 것이다. ● 플라톤은 그의 저서 『파이드로스』에서 소크라테스와 파이드로스의 대화를 통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옛 이집트의 테우스라는 발명의 신이 당시 왕인 타무스를 찾아와 자신이 발명한 최고의 걸작인 문자에 대하여 스스로 극찬하였다. 이에 타무스는 사람들이 문자에 의지함으로써 내면적 노력을 게을리 할 것을 우려하며 _얼핏 보기에는 박식해 보이지만 대체로 무식해질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무미건조해 지고 진실성이 없는 외형적 지혜만을 갖게 될 것이다_라고 예견하였다. 그리고 이 상황은 14세기 후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에서 클로드 프롤로 신부에 의해 재현된다. 그는 인쇄된 책과 성당을 가리키며 _이것이 저것을 죽일 것이다(Ceci tuera cela)_라고 말한다. 이 두 이야기는 문자가 나타난 시점과 문자 이후 인쇄술이 등장한 시점. 즉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는 순간에 엄습한 불안을 묘사하고 있다. ● 이승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시각만을 몰두하게 하는 스마트폰의 사용이나 태블릿 PC와 같은 스크린 장비는 미디어가 지니는 상호적인 역할보다는 일방적인 시각적 통제에 가깝다. 이러한 측면은 인간의 상상력에도 연관이 있으며 수동적인 수용자로 전락시키게 된다" ● 작가는 우리 사회 전반에 출몰하는 과도한 '시각화' 현상에 대하여 상기 언급한 두 선지자와 유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선택한 방식은 기존의 매체의 형식을 지워내는 것이었다. 시각예술에서 시각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기록에 있어서 문자의 형식을 배제하면서 인간 스스로가 온몸으로 감각하기를 기대한다. ● 1층에 설치된 「Non-image」는 작가의 그러한 의도를 포괄하고 있다. 철저히 모든 것으로부터 차단된 무無의 공간에 초대된 관람객은 시각이 배제된 상황에서 두려움, 혹은 기대감으로 스스로의 청각, 후각, 촉각 등의 다른 감각들이 곤두세워질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관람객은 불시의 빛을 직면하게 되고 즉시 다시 어둠으로 돌아간다. 이때 관람객은 자신의 시신경이 자극된 결과, 즉 안내섬광眼內閃光/Phosphenes만을 응시하게 된다. 이는 모든 관람객마다 다르게 나타날 것이며 어떠한 기술로도 기록할 수 없는, 오로지 관람객 스스로만 인지할 수 있는 작품의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이미지-없음」에서 「넌-이미지」라는 의미를 관람객에게 부여하고 있다. 안내섬광은 이따금 총총한 별_Starry night이라는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작가는 빛이 터지는 순간, 작품 안에 함께 방문한 타인의 모습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이는 Starry Human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빛나는 인간성, 그리고 관계에 대한 회복을 권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태_Monamiza series_A4, 펜_03:20:09_가변설치_2014
이승태_Monamiza series_A4, 펜_가변설치_2014(2016)
이승태_Monamiza series_A4, 펜_가변설치_2014(2016)

2층의 「Monamiza」는 기록의 행위에 있어서 문자의 형식을 박탈하고 오로지 선을 긋는 과정과 그 과정에 걸린 시간만을 표기함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가의 의도를 가늠하도록 한다.

이승태_How are you?_네온_지름 92cm, Ø0.9cm_2016 작품영상_(youtu.be/kq42pRV4iV4)

「How are you?」는 「Monamiza」시리즈와 연결되는 동시에 1층의 「Non-image」와 상황적으로 대치되는 작품으로, How are you?라는 문장을 반복적으로 써가면서 해체되는 문자 형태와 연결되는 손 움직임의 결과물이다. 흐려지는 형태는 오히려 선명한 선을 이루게 되었고, 이 선은 미세한 흐름을 내포하게 되었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마치 반딧불이의 빛처럼 서서히 점멸하는 네온으로 표현하였다.

이승태_U_거울, LED_80×80×15cm_2013 작품영상_(youtu.be/0pz7hLX3ZYI)

2층 중앙에 위치한 「U」는 의도된 시각적 과장을 통해 일어나는 착시현상의 공간이다. 오감 중 하나의 감각이 확대되거나 손실을 입으면 감각기관 사이에 균형이 틀어지기 때문에 감각적 불균형 및 인지의 부조화가 발생하는데, 이는 이 시대 범람하는 시각화의 요소들로 인하여 인간 감각이 비틀어지는 모습을 가시화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승태_OOO展_폼297_2016

이승태 작가는 자신의 작품으로 하여금 관람객들이 수많은 매체적 자극들로 인해 오히려 무감각해진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부단한 감각 자극 실험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끊임없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작가는 작품들을 통해 당신에게 안부를 묻는다. ● "당신은 스스로 온전히 감각하고 계십니까?" ■ 정보람

Vol.20160716d | 이승태展 / LEESEUNGTAE / 李勝泰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