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山水人

임택_황인기_고명근_김형기_뮌_임창민_하광석展   2016_0714 ▶ 2016_1002 / 월요일 휴관

황인기_오래된 바람 인왕+금강_합판에 플라스틱 블록_240×752cm_2016

초대일시 / 2016_0714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포항시립미술관 Pohang Museum of Steel Art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길 10 Tel. +82.54.250.6000 www.poma.kr

포항시립미술관은 디지털 시대에 사는 동시대 예술가들이 '자연(山水)'과 '사람(人)'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는가에 대해 알아보는 'Dgital 山水人'을 마련하였다. 자연과 사람은 오랫동안 미술에서 사랑받는 주제이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확연히 다른 디지털 시대에는 이 주제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7명의 작가를 초청하여 알아보는 기획전시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삶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는 자연과 사람에 대한 이들의 해석과 표현에서 사뭇 다양함과 신선함을 느낄 수 있으며, 자연관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깨우칠 수 있는 여러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임택_倣옮겨진산수유람기141_캔버스에 유채_115.7×110cm_2014
고명근_Taipei10-5_디지털 필름, 3D 콜라주, 플라스틱_58×171×25cm_2014

임택은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먹의 농담과 붓의 강약으로 표현하는 전통적인 산수화를 거부한다. 이번 전시에 나온 '倣 옮겨진 산수유람기'는 동양 산수화의 공간구성을 재해석하여 만든 조각설치 작품을 촬영하고, 다른 이미지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조합하여 디지털 프린트로 인쇄한 후 다시 유화로 옮긴 작품이다. 큰 면으로 처리된 흰색 봉우리의 산과 솜으로 표현된 구름, 작은 형체의 사람과 동물, 곤충, 나무, 푸른 하늘, 노란색 달 등을 새롭게 배치하여 만든 이 작품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디지털 산수화로 관람객에게 상상의 여행을 제공한다. 황인기의 '오래된 바람 인왕+금강'은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의 대표작품인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를 디지털 픽셀로 전환하고, 레고 블록을 집적하여 제작한 대형 작품이다. '오래된 바람 인왕+금강'은 가까이에서 보면 사용한 재료의 물성이 확연히 드러나 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감상해야만 그 실체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인왕제색도는 4등분, 금강전도는 3등분하여 어긋나게 조립함으로써 관람객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 우리 산수의 대표적인 상징성을 지닌 겸재의 작품은 오늘날의 디지털 기술과 작가의 상상력을 접목하여 새롭게 태어난다. 고명근은 조각과 사진을 전공하였고, 두 장르를 결합한 '사진조각'이라는 독창적인 유형의 작품을 제작한다. 고명근은 실재하는 자연과 건물, 몸 등을 카메라에 담아 투명한 OHP 필름에 출력하고, 투명한 아크릴 수지(Plexiglas) 위에 붙여 재단한 후 모서리를 인두로 접합하여 완성한다. 실재의 공간감이 있는 입체를 평면 사진으로, 그것을 다시 입체로 만드는 정교한 작업과정을 통해 전혀 새로운 사진조각을 만들어 낸다. 입체적으로 만들어진 이 투명한 구조물은 내부와 외부가 서로 겹쳐 보이며.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우리의 시각을 한층 확장시킨다.

김형기_나는 빛이다_LED 비디오 조각_200×160×200cm_2009
뮌_Menschenstrom_나무, 30개 모니터, 아연판_300×300×150cm_2011

김형기의 '나는 빛이다'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각자의 자화상이 작품 속에서 기억을 깨우듯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수많은 점묘의 LED 빛으로 표출하는 입체조각이다. 작가는 "홍채에 잔상을 남기며 만들어지는 빛의 조합 이미지는 이제부터는 심상(心象)으로 머리에 남겨진다. 그 기록 재생되는 모습을 보면 본다고 느끼는 - 이런 착각은 실상은 아니다. 질량도 없고 몸뚱어리 없는 그림자 영상이 보여 준 리얼한 형상은 리얼리티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디지털 시대의 뉴미디어 작품은 시간과 공간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재현'이 아닌 '재생'임을 강조한다. (김민선, 최문선)의 영상 설치작품 '멘쉡스트롬(Menschenstrom)'은 30개의 모니터를 통해 서로 다른 타인의 삶의 방식들을 보여준다. 아파트 모양의 거대한 목조로 구성된 사람의 흉상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재생되는 이미지는 일상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 아니라 특수하게 제작하여 가공된 만화경 같은 일상의 단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임창민의 'Into a time frame'은 시간과 공간을 둘러싼 작가의 독특한 문제의식을 담아 '프레임(frame)'으로 제작하고, 사진과 영상을 효과적으로 접목하여 표현한다. 그의 작품은 사진으로 인화한 정지된 풍경 속의 창틀 너머로 움직이는 영상의 흐름이 정교하게 접합된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의 '풍경 속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프레임은 회화에서는 액자를 의미하고, 영상에서 연속적인 동작의 한순간, 스크린에 나타나는 영상의 둘레, 직사각형 이미지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이해된다. 작가는 "중첩된 이미지들은 현실도 비현실도 아닌 중의적인 것이 된다. 시간과 공간의 축이 만나는 무음의 순간을 사진과 영상이란 유사하지만 다른 이종매체의 결합을 통해 재현한다."라고 설명하며, 시각적인 참신함과 충격이 주는 묘한 서정성을 보여준다. 하광석의 '허상 속의 실체(Reality Illusion)'는 물과 거울, 빔 프로젝트를 이용한 영상, 그리고 소리가 어우러진 미디어 작품이다. 달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을 담은 영상은 투명한 유리 수조에 비추어 전시장 벽면과 천장에 투사시킴으로써 유동적이고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움직이는 영상과 수조의 물이 일렁이면서 수시로 변화하는 푸른 빛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물속에 있는 듯 착각에 빠지게 한다. 작가는 실재보다 더 실제 같은 가상이 난무한 현대사회를 미디어 작품을 통해 서정적이고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임창민_into a time frame 9_피그먼트 프린트, LED 모니터_90×55cm_ 2014
하광석_Reality Illusion_디지털 비디오, 빔 프로젝터, 거울, 물_가변설치_2016

일찍이 중국 북송시대의 곽희(郭熙)는 잘 그려진 산수화(山水畵)는 "집안 마루에서 내려오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깊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그 의의와 효용에 대해 말했다. 회화의 이론적인 틀과 미학적인 전범을 제공한 곽희의 이론에서 산수화는 대상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정신의 풍경"이라 말한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과히 '혁명적'이라 말할 수 있으며, 우리의 일상은 물론 삶 전체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아날로그 세계를 구성하는 자연, 물질적인 인공물, 비물질적인 문화적 창조물 등은 모두 가상의 현실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전시작품에는 실재보다 더 실제 같은 가상이 팽배한 디지털 시대에 '산수'와 '사람'에 대한 작가들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미술의 한계를 넘어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한 일체감을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한다. ■ 장정렬

Vol.20160714j | digital 山水人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