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의정부예술의전당 신진작가공모전

EXHIBITION UAC YOUNG ARTISTS   2016_0714 ▶ 2016_073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영재_김유경_민다슬_박교리 이진희_장준호_정해민_정혜연

의정부예술의전당 UIJEONGBU ARTS CENTER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로 1 Tel. +82.31.828.5837 www.uac.or.kr

생명과 감각의 박물지를 펼치다 ●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8명의 작가들은 끈질기게 예술을 통해 자신의 삶을 견인하려는 의지를 지닌 젊은이들이다. 이들의 생각 혹은 상상의 외피는 치열한 비전 확보의 결과물일 것이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로서 피할 수 없는 자의식 통과의례에 임하는 일종의 사회적 반응일 수도 있다. 감각적 유희를 즐길 기술이 있는 이들 청년 미술인은 세련된 정신의 소유자로 비추어진다. 그런데 실상 그들은 자신들을 고독한 합리주의자로 자처하게 하거나 혹은 자본과 교환의 세계에 준비 없이 내던져진 서투른 교환자로 내모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이들의 소중한 작품들이 이곳 전시장으로 옮겨지는 사이에 비록 소박하지만 비장한 의지의 결단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이런저런 복잡한 절차들로 구성된 '공모전'이라는 유형의 제도에 자신의 예술을 드러내는 일은, 세간에서 생각하듯, 그렇게 미술 전공자에게 편안하거나 자랑스러운 선택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공인(公認)이라는 계기를 핑계 삼아 자신의 예술을 객관적으로 대면해야 하고, 혹여 그 과정에서 자기의 것이 새로운 차원의 서사로 도약한다면 그것 또한 감당해 내야 한다(당연히 그 반대의 상황도 일어날 것이다). 또한 몇 주 혹은 몇 달이라는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준비하는 내내 현실에서의 긴장 요소를 몇 가지 더 추가해야 하는 부담도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 작품들 하나하나에는 어떤 정해져 있는 길을 가기보다는 수많은 내외부의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청년 작가들의 그 치열한 리얼리티가 응축되어 있다. 그래서 이 글은 어떤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 이들을 한 데 묶으려하지 않는다. 각자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퍼내는 내용물이라는 게 항상적인 질서일 수 없듯이, 이들 작품들의 존재 방식을 기계적으로 배치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저 작가와 작품이 빚어내는 이야기의 세계가 어떤 모습인지 알아갈 때 필요한 일종의 정서적 범퍼일 뿐이다.

김영재_늪영양 (Sitatunga)_PE sponge, 우레탄 고무, 스테인레스 시틸 와이어

김영재의 조각은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는 심미적 이해, 야생 동물의 생존 구조와 현실 세계와의 동질감 등을 표현한다. 이 과정에서 마치 제의(祭儀)를 치르듯 단정하면서도 무언가 서사적인 제물이 만들어진다. 우선적으로 그 신비로운 영적 제물을 향해 면밀한 관찰을 행한다. 생명의 삶과 연결된 여러 '긴장'의 순간들을 체현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생명체의 몸에 대한 실재 인식과 그 너머의 감정의 이미저리가 교합된 형상적인 구성력을 선보인다. 그의 장인적 기법이 동원하는 스펀지나 실리콘 같은 부드러운 재료는 작가가 강조하려는 '긴장'을 지켜내는 데 효과적이다.

김유경_무제_천에 혼합재료_115×147.5cm_2015

김유경, 그녀의 그림에 시선을 맡기고 나면 일상 풍경의 가치를 가늠하는 새로운 기준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 이내 온 몸을 이끌어 그림 속 풍경을 걸으며 그곳을 누리며 감각한다. 한지에 스민 목탄과 먹의 부연 기운은 현실의 황폐함과 외로움의 알리바이에 더 이상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생명력 있는 파동을 불러일으켜 보이지 않는 풍경 속 여러 사면(斜面)들을 다시 환기시킨다. 그렇게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게 된 현실 풍경에는 끊임없이 현실의 재성찰을 시도하려는 작가 자신의 심리적 시간이 축적되어 간다.

민다슬_미술가의 미산가_디지털 프린트_각 100×67cm, 실 560cm_2015

민다슬의 여러 미술 형식은 세상과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 동화(同化)와 흡수보다는 관찰과 연구의 태도로 의미 세계의 중첩과 전이를 들여다보는 데 사용된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은 삶의 궤적에 파묻혀 있는 생명의 사물들이 생성하는 언술 양식을 입체적으로 변주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그 속에서는 공중(公衆)의 몸에 밴 시공간 차원과 언어장치는 물론이고, 듣기와 보기의 감각 범주까지 재편된다. 세상과의 전면전 수준으로 강렬한 주제와 현란한 형식들이 집중 전개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과잉 없이 정제된 개념 운용 방식, 그리고 다채로운 문화적 산물에 대한 적극적 독법에서 생산되는 미궁(迷宮)의 의미가 작가의 에너지를 계속 갱신한다.

박교리_Understand_장지에 크레파스_130×97cm_2014

박교리는 현실에서의 혼돈의 체험을 상상적 체계 속에서 다시 제작하여 캔버스라는 무대에 올린다. 즉 그녀의 회화는 어쩌면 익숙한 세속적인 시선을 무대 위로 불러내는 자의식적 행위일 수도 있고, 혹은 현실의 메커니즘을 하나하나 따져 묻기 위해 차용한 가상의 형식일 수도 있겠다. 특히 장지와 크레파스가 이루는 질감과 더불어 화면에 배치된 정념의 형상들은 환상의 집결지로서의 회화의 성격을 부각시킨다. 그래서 그림의 재서술은 형상들 사이의 깊은 속내를 다채롭게 궁리하게 한다.

이진희_잠수하는 지붕_캔버스에 유채_45×45cm_2015

이진희의 그림에 수집된 이미지는 본래 물질세계의 흔적으로서 특정한 시간과 기억의 계보를 품고 있는 것들이다. 애초의 상징화된 범주의 질서에서 벗어나 낯선 풍경으로 옮겨지면서 비일상적이고 덜 체계적인 나름의 가치를 획득하게 된 것들이다. 그렇게 하여 펼쳐진 우주적 상상력은 어떤 몽상의 파편처럼 화면을 채운다. 이 조직화의 기술은 숨 가쁜 현재를 우화적인 감각으로 사유하는 그녀의 세상 모험의 한 가능성이다. 즉, 지나온 시간을 보존하고 반영한 허구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그녀의 회화적 징후가 된다.

장준호_공간 Colonne du fini_mouse cage trap, electronic device(DCmoter, edison lamp)

장준호의 작업에 동원되는 사물들은 반복적인 혹은 균형적인 형식의 관계가 자아내는 새로운 상징적 기능에 복무한다. 즉 현실에서의 사물의 위치를 가리거나 거부하는 심리적 효과를 만들어내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낯선 의미 규정의 범주에 들게 함으로써 사물 자체의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기여와 과잉을 무화(無化)시킨다. 이러한 방법은 각인된 약호의 논리에 매몰되는 물신의 체계를 경계하면서 사물의 에너지를 미학화하려는 현대 미술의 과제를 반영한다.

정해민_LANDSCAPE_PhotoshopCS5_200×600cm_2015

정해민이 자신의 창작 행위에 스스로 이름 붙인 "유사 사회참여"는 작가로서의 주체성을 체득해가기 위한 토대로서의 개념이고, 현실 문화에 대한 감각적 반응을 구체화하기 위한 지침으로서의 형식이다. 그가 사용하는 '포토샵' 테크놀로지는 실재 이미지의 조합과 조작의 과정에 동원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이미지 층위에서는 현대 문화의 불균등한 다층성의 이면을 폭로하는 정치적 의미가 순환한다.

정혜연_나를위한 기원제_광목에 먹, 혼합재료_170×240cm(가변설치)_2015

정혜연이 그린 기괴한 얼굴 형상은 완성되지 못한, 아니 완성을 거부하는 것 같은 자발적인 기형의 모습이다. 똑같은 표정의 그 얼굴들은 새로운 얼굴을 가지려는 욕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정체성의 표상들 둘레에는 암호 같은 도형과 패턴이 배치되어 있다. "누락되어 버린 기억의 온전한 바라보기의 순간"을 원한다는 작가의 말을 쉽게 가늠하기 어렵지만, 다만 세속의 세계와는 괴리된 자아의 존재 정황이 오히려 익명적 구성으로 확인될 뿐이다. ● 간단하게 살펴보기는 했지만, 8명의 청년 작가들의 작품들에는 뻔한 클리세로 파악되지 못하는 미정형의 미학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의 전시장의 풍경은 조화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서투르지만 진정성 있는 진술들은 전시장 안과 바깥의 다성의 화법에 열려있다. 그만큼 앞으로 생명의 체계가 양산하는 질서를 적극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그들이고, 새로운 감각의 성취를 통해 현실과의 만남과 결별을 조정하는 데 긍정적인 그들이다. 이 전시는 그들이 펼치는 생명과 감각의 박물지의 서론에 불과하다. ■ 임산

매해 여름, 여덟 명의 신진작가들이 공모를 통해 선정되어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기회를 갖는다. '공모'라는 형식의 경직성과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은 늘 제기되는 문제이지만 그럼에도 공모사업이 여러 기관 및 미술관에서 지속되는 것은 그 절차를 통해 선정되는 작가들과 작품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 기대감은 신진작가와 가장 잘 비견되는 단어일 것이다. 그들이 '신진작가 공모전'을 통해 선보이는 작품세계는 앞으로 떠날 긴 여정을 요약해놓은 여행일정표와도 같다.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구축하는 체계는 구체적인 단어로 표현하기엔 미묘한 지점이 있다. 외부로 폭발적으로 분출되는 에너지와 대조적으로 작품 내부에 억압되어 응축된 채 드러나지 않는 구조가 공존한다. 그들이 의도하는 방향대로 작품이 제작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작품 내부에 구축된 질서에 작가가 끌려들어가 예측할 수 없는 작품이 탄생하기도 한다. 균열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상반되는 요소들이 끝없는 알력다툼을 통하여 새로운 질서를 설정하는 과정은 치열하고 목적지조차 알 수 없는 모험을 연상시킨다. 일정표대로의 여행보다는 미지의 장소에서 우연한 만남과 사건들에서 여행을 떠나는 묘미를 느낄 수 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을 풍부한 추억이 쌓이게 된다.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기획한 신진작가 공모전은 앞으로 그들이 평생에 걸쳐 지속하게 될 여행과도 같은 작품 활동에 견고한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 특히 이번 워크샵에서 진행할 타 장르 예술가들과의 협업에는 신진작가 공모전이 추구하는 철학 및 방향성이 가장 크게 투영되어있다. 작곡가와 극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작업을 온전히 다른 예술언어 체계로 옮겨보는 경험은 작품의 관성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순수한 본질에 회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시각예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시각적인 부분에 보다 치중했어야하는 작가들에게 이러한 시도는 젊은 작가들에게 열린 감각으로 최초에 표현하고자 했던 가치와 에너지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오늘날 미술은 시각 하나만 의지해서 가치체계를 구현해낼 수 없을 만큼 다원화되어있기 때문에 성장하는 시기의 작가들에게 결과물 생산이 목적이 아닌 실험을 통해 다른 감각으로 작품과 소통하는 기회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젊은 작가들은 작품세계를 한층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또한 워크샵 진행과 별도로 작품을 바탕으로 한 체험수업을 진행함으로써 관람자에게 적극적인 자세로 작품의 제작 원리와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시각예술이 눈만을 의존해서 좇을 수 있는 체계가 아니라는 것을 관람자는 물론 수업을 통해 작가들도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작품을 구성하는 외부 요소 중 하나가 관람자이니만큼 그 중요성에 대해 재인식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매해 작가들에게 권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 의정부예술의전당 신진작가 공모전은 일회성 전시 지원이 아닌 작가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최종 목표점에 효과적으로 다다르기 위해 다층적 구조로 기획되어 있다. 이번에 선정된 8명의 작가들을 '기대감' 내지는 '미묘함'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설명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성장가능성에 대하여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든 그들은 성장할 것이며, 그 방향성과 정황에 대한 평가보다는 후원과 지지가 선행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공모라는 형식의 편협함에도 불구하고 매년 잠재력있는 우수한 작가들이 선정되어 전시를 개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이 신진작가 공모전이라는 사업이 문화·예술계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만큼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 김유리

Vol.20160714e | 제3회 의정부예술의전당 신진작가공모展

2025/01/01-03/30